고등학교 갓 졸업하여 취업전선에 뛰어든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근처에 있는 동보서적을 향해 걸어갔어요.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박경리님의 "토지"가 완결되었다며 빼곡히 꽂혀있더군요.
16권 중 1권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발상이 떠올랐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저에게 의미있는 사람들에게
박경리의 책 중 1권~16권까지 좋아하는 숫자를 선택해서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이 책을 선물해주면 죽을 때까지 소장하겠다구요.
그리고 딱 15년이 흘렀습니다.
저희집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보이시지요?
모든 권수가 채워져있지 않고 13권은 두권이나 되지만
그리고 몇번이나 읽으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저에겐 다른 어떤 책보다 의미있는 전집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 소장할 생각입니다.
15년전, 저에게 선물해준 지인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거든요.
고등학생 신분으로 첫직장에 입사를 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울면서 다니던 시절,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계장님이셨습니다.
저보다 9살이나 많으셨으니.. 제가 얼마나 어려보였겠어요.
그 직장을 4년 넘게 다니다 대학간다고 그만두었었지요.
대학시절, 신랑이랑 손잡고 남포동 거리를 거닐다 마주쳤는데
대영극장으로 뛰어가셔서 영화표 2장 끊어서 저의 손에 꼭 쥐어주셨습니다.
애인이 넘 멋지다고.. 영화 꼭 재밌게 봐라구요.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연우
선배가 붙여준 저의 애칭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회에서 만난 분입니다.
선배를 떠올리면 많은 일들이 머리 속을 스쳐갑니다.
이 글을 접할 수도 있다 생각이 드니 여기까지만...^^
항상 행복하셨음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소중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은 활짝 열려있어요.
편지를 다시 읽으니 당시.. 제가 많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위로의 편지더군요.
전 토지를 몇번이고 읽다가 덮었습니다.
제가 부족한지..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드라마와는 다르게
내용진행이 읽기 어렵고 매끄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저희집 책장에 꽂힌 토지의 쓰임새는 있습니다.
비상금! 17만원 정도 있네요.
이 돈의 출처는 다양합니다.
작년 일하던 곳 사장님께서 택시비해라고 주신 만원,
얼마전 큰 언니의 심부름해주고 받은 만원,
생활비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니 신랑이 준 5만원,
지난달 용돈으로 제 신발을 샀는데
신랑이 사주고 싶다며 준 4만원 등등
생활비 별도로 현금이 긴급히 필요할 때 쓰려고 넣어두었답니다.
누군가에게서 얻은 3만원짜리 뷔페식사권 2장
(결혼기념일 날 쓰려고 아껴두고 있어요.)
우주과학 대탐험전 초대권 3장
(신랑 휴가 때 아이들이랑 갈 생각입니다.)
10대, 20대 시절에 소중한 사람은 집 밖에 있었습니다.
친구가 좋았고 선배가 좋았고 직장동료가 좋았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선물도 주고 여행도 다니곤 했었지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해도 끊이지 않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30대 중턱에 접어드니 소중한 사람은 집 안에 있네요.
사랑하는 나의 딸, 아들, 남편
그리고 엄마, 친정언니들, 남동생들, 형부, 올케,조카들..
항상 같이 하기에 소중한 것을 몰랐나봅니다.
내일 둘째 데리고 세째언니네 집에 커피마시러 갈 예정입니다.
버스타고 30분거리예요.
둘째낳고 몸조리도 해주고 첫애도 살뜰히 잘 챙겨줬던 고마운 언니.
언니네 가족을 위해서 밤에 머핀을 구웠답니다.
현재, 나의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합니다.
앞으로 그 마음을 많이 표현하며 살자 다시 한번 마음을 먹습니다.
내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