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서울시와 MBC· 대한궁도협회가 공동주최하는 ‘대한민국 국궁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는 G20 성공을 기원하고 외국 정상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기회로 서울에서 열었다고 한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멀리는 북한산이 보이고 난지도 쓰레기장이 친환경생태공원으로 거듭난 자리에서 전국에서 4,300명 각 도 대표 선수가 모였다. 전국 5단 이상 되는 명궁 226명이 참석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임을 실감하게 했다. 전국적으로 국궁 회원 수는 20,000명 정도이며, 350개 정(亭)이 있는데 이 중 서울 회원 수는 600명에 7정이 있다. 28일 오전 11시에 대한궁도협회, 문화방송 임직원들이 참석하여 간단한 개회식을 하고 곧바로 시합에 들어갔다.
국궁 페스티벌은 국궁 대회뿐 아니라 28일 첫째 날엔 2PM ·세븐·손담비 ·SG워너비 등과 바리톤 김동규 ·김수희ㆍ김호영 등이 공연하는 개막공연 'G20 KOREA CONCERT'가 있었고, 29일에는 태진아ㆍ박강성ㆍ조항조ㆍ김혜연ㆍ박현빈ㆍ홍진영 등 트로트가수들이 참석하는 라디오 공개방송이, 30일과 31일엔 G20특집공연 '우리 가락 우리 문화'와 함께 G20 외국대사 부부가 참여하는 한국 음식 만들기 및 시민 걷기 대회도 있었다.
참석자 중에는 사직동 황학정 소속 독일 출신 ‘칼 자이린거(채림거, 70세)‘씨가 단연 돋보였다. 그는 86년 한국에 출장 오면서부터 우리나라 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전 세계 활을 수집하는 세계에서 드문 활 마니아인데 처음에는 헝가리ㆍ터키ㆍ몽고 활을 쏘다가 한국 활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시합에도 나온다고 한다. 잘은 못 쏘지만 참석에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의정부 용현정 소속으로 98세 노인 강춘성 씨도 참석하였다. 참석자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다. 활은 늙어서도 할 수 있고 건강에 아주 좋다는 그는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데 부친ㆍ조부ㆍ증조부 4대가 활을 쏘았다고 하였다.
동이(東夷)라 불리던 우리나라는 활에 대한 전설이 많은 나라다. 어려서부터 활을 잘 쏘았다는 고주몽의 고구려 건국신화에서부터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이르기까지 활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태조 이래 문신들도 활을 잘 쏘았으며 임금과 함께 궁술대회를 자주 열어 신숙주는 ‘활 쏘는 일로 큰일을 삼고 있다' 하여 이를 자주 하지 말도록 간하기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조총에 당했지만 말기에는 조총의 살상사거리가 80m밖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알고 활의 긴 사거리를 이용하여 격퇴한 기록이 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은 활의 긴 사거리를 이용하여 접근전을 안 하고 원거리 싸움을 하여 승리하였다고 한다.
활쏘기는 예(禮)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활터에 오면 건물 정면에 있는 국기와 정간(正間)에 예를 표하고 활쏘기 전에 과녁을 향하여 "활 배우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 다른 사람들은 "많이 맞추십시오"라고 응답을 하는 등 지켜야 할 규범들이 많다. 사정(射亭, 활터에 세운 정자)을 대표하는 사람을 사두(射頭)라 부르고, 남자 궁도인은 접장, 여자 궁도인은 여무사로 부른다.
초보자들은 안전사고 때문에 먼저 이론과 기본 동작을 습득한 후 활쏘기를 가르친다. 잘못 쏘면 활터 밖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뿐만 아니라 활 쏘다 현(시위)에 손목과 뺨을 다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강사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또한 어깨를 많이 쓰기 때문에 준비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항정 소속 함의석(62세) 사범은 “활쏘기의 여러 가지 좋은 점으로는 푸른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늙어서도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가활동 이용과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며 활쏘기 예찬이 대단하다. “활을 쏘기 위해 단전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구태여 단전호흡을 별도로 배울 필요 없이 저절로 단전호흡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단전호흡을 하게 되면 소화가 잘 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는 “특히 항문 괄약근 수축으로 하단전을 튼튼하게 하여 내장운동을 활발히 해서 혈액순환에 좋은데, 남자는 전립선에 좋고 여자는 요실금에 좋다”고 덧붙였다.
활쏘기는 아무 때나 혼자 가서 운동할 수 있고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연중 계속해서 운동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 회원 가입비로 남자는 20만원, 여자는 10만원이고, 월 회비는 남자 3만원, 여자 2만원이다. 구청이나 정(亭)에서 기초 과정을 무료로 강의하기도 하니 이를 이용하면 좋다. 기자도 우장산 공원에 있는 공항정에서 16시간 기초과정을 무료로 배워보았는데 활쏘기는 정적이면서 동적인 운동이고 기(氣)운동이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다.
옛날부터 활쏘기는 사대부 집안에서나 하는 귀족운동이었으나 요즈음은 생활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대중 스포츠로 발전하였다. 현재 서울에 활터(정)는 7개뿐이다. 원래는 10군데였으나 백운정(정릉)ㆍ삼성정(독산동)은 사용 못하고, 화랑정(육군사관학교)은 민간인들이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난지 한강공원에도 활터가 있으나 거리가 짧아 정식 시합은 할 수 없다고 한다.
활쏘기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무심의 경지에서 쏘아야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신 집중과 인내심, 그리고 마음 비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무예인 궁도를 통하여 국민의 심신단련과 호국정신을 배울 수 있는 활쏘기가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즐거웠던 시간을 알려드립니다~~ ^^
활쏘기만큼 재미난 운동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