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스크린을 통해 다각적으로 재현된 마블 코믹스의 초능력 영웅적 주인공들처럼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또한,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영화화되었다. 감독 조 존스톤(Joe Johnston)에 의해 마침내 2011년 개봉된 영화는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공히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다. 시카고 트리뷴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현실적인 극적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 사실적인 모험을 직조해낸 일급 CGI(컴퓨터그래픽이미지) 등에 대한 호감과 함께,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가 몰이해적인 특수효과들로 화려하게 조립되지 않은 실감나는 영화란 걸 알았을 때의 만족감을 표명했다.
영화는 원작 '마블코믹스'의 이야기에 근거했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구성된 이야기는 거의 전적으로 한 남자의 믿지 못할 변신과 악의 군단에 대적해 충성을 다하는 영웅적 액션에 전념해 전개된다. 놀랍게도 악의 군단의 수장은 나치 독일의 총통인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아니다. 히틀러 권력과 야욕에 맞먹는 악당 주인공 슈미츠/레드 스컬(휴고 위빙)가 그 주인공. 그는 초자연적인 강력 파워를 지닌 큐브를 손에 넣고 회심의 파안대소(破顔大笑)를 날리는 또 다른 폭력주의자다.
결국 레드 스컬의 악의를 사사건건 저지하게 되는 우리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원래 국민약골. 애국심이 강한 청년이지만 극히 왜소한 신체조건에 천식까지 겹쳐 도저히 군복무가 불가능한 4등급 부적격자판정자다. 그는 하루 종일이라도 쳐 맞을 각오가 돼있다고 배짱 좋게 덤빌 만큼 내적으로 맷집 좋은 척 기세등등하지만 번번이 군 입대에 외면 받는 신세다. 그러한 그에게 필연적 우연으로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괴력을 가진 초능력 병사 창출을 목적으로 조직된 일급비밀 정부프로그램에 동참할 일원으로 모집되게 된 것.
웃어야 할지 동정해야할지 애매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타고난 애국적인 인간됨을 인정받은 그는 결국 최후의 1인으로 선정돼 변신과정을 거치게 되고, 마침내 숏 다리 국민약골에서 롱 다리에 우람한 근육을 가진 초능력 군인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게 된다. 곧이어 그러나 그는 불운과 코믹을 오가는 해프닝을 통과의례로 겪게 되고, 다시금 의지를 다져 전장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를 더하는 등장인물이 있으니 그는 바로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도미닉 쿠퍼)다.
하워드는 캡틴 아메리카 만들기 프로젝트에 기여함과 동시에 이후 수퍼 솔저의 초능력을 배가시키는 무적의 방패를 만들어주는 인물로 톡톡히 진가를 발휘한다. 종극에 영화는 빈티지 시대에서 무력시위를 과시하던 캡틴을 한방에 현대의 도심으로 시공초월 시켜버린다. 이는 곧 이어질 <어벤저스>(The Avengers)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 장기적인 계획 하에 마블코믹스의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 맨>, <토르: 천둥의 신>을 준비해온 제작자가 거대한 무적파워 영웅단 쉴드(S.H.I.E.L.D)의 명단에 '캡틴 아메리카'를 입적하는 중대한 순간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다음을 기약한다.
영화에는 또한 <도망자>(The Fugitive)에서 끈질긴 경찰 역으로 아카데미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토미 리 존스(Tomm Lee Jones)가 필립스 대령 역에,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가 어스킨 박사 역에 그리고 고전적인 미모의 헤일리 엣웰(Hayley Atwell)이 캡틴과 멋진 입맞춤을 하는 여장부 '페기'로 출연해 극적인 완성도에 한 몫 했다.
감독 조 존스톤은 그간 다년간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와 함께 작품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1999년 이래로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대형영화들을 작업하면서 다른 작곡가들과 협업을 해야만 했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 그는 노련한 액션영화음악전문가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에게 과업을 분담했다. 스크린 상에서 마블코믹스의 세계는 잡다한 음악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다.
그야말로 청동기와 디지털컴퓨터시대의 감성을 블록버스터의 틀 내에서 대중적인 기대에 부합하게 전해야 하는 임무 수행 중. 각기 다른 극과 극의 감정적 충돌을 현재진행형 상태에서 특이하게 병치해 사운드트랙의 한 양식으로 실증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띄고 있다. 일련의 그러한 블록버스터 스코어들은 한스 짐머(Hans Zimmer)와 그의 동반자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 등으로 구성된 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 작곡가집단이 현대적 세련미를 단순하게 전하는 사운드 영역에서부터 스코틀랜드 출신 작곡가 크레이그 암스트롱(Craig Armstrong)과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과 같이 다채로운 교향악적 기여를 놀랍게 보여주는 작곡가들까지 이원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복수자, 정의이 수호신으로서 캡틴 아메리카의 담대한 기본적 성향은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와 꼭 맞을 공산이 크다. 탁월한 선택이다.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와 <프레데터>(Predator)와 같은 작품으로 전성기를 보낸 1980년대의 스타일과 그보다 밑도는 수준으로 평가되는 2000년대의 스타일이 호부의 극단을 오갔지만 포괄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만족스런 수준이다. 2000년의 후반에 실베스트리는 <지.아이. 조>(G.I. Joe: The Rise of Cobra)와 < A특공대 >(The A-Team)에서 수준이하의 오케스트라편성과 전자음악이 결합과 잡종혼합물로 일련의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는 이 시기 평균 연간 한 편의 영화음악을 쓰면서 비교적 낮은 수준의 활동을 보였다. 이는 당연하게도 <퍼스트 어벤저>에 거는 높은 기대감에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전의 결과물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만회할 수 있는 호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 헬싱>(Van Helsing)이후 액션장르영화에서 보여준 수준 이하의 과작을 초월한 액션스코어를 선사해야한다는 부담감. <퍼스트 어벤저>는 확실히 그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대폭적인 수정을 가했다. 시종 한결같이 견실한 톤으로 일격을 가한다. 전적으로 교향악적인 기법에 기반해 작곡해낸 스코어는 과거 전성기로의 회기다.
< 퍼스트 어벤저>에서 그에게 주어진 과업은 두 개의 평행한 세계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결합 조율해 내야하는 게 관건. 미래적이고 고차원적인 공상과학의 세계를 현실의 시대적인 전쟁영화 장르의 무대에 지적으로 납득가게 조합해내야 했다. 존스톤 감독은 이 두 다른 장르 세계 사이에서 동적효과를 주기위한 방편으로 대규모오케스트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성의 스코어를 원했다. 캐릭터나 영화의 외형적인 면을 모두 특징적으로 아우르는 음악적 결합은 그렇게 하나의 일체감 있는 테마를 뽑아내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