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주시고 성장시켜 주시는 하나님
심소연(17학번, 2019년 이대약대 3학년으로 입학)
안녕하세요? 저는 이대 약대 재학생 선교부 IaM소속 17학번 심소연입니다. 길고도 치열했던 약대에서의 4년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2월 졸업을 앞두고 저의 지난 대학생활을 정리해보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약대 입시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학업과, 인격적, 영적 성장을 바라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그동안 잘 지내온 것인지 문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두려움과 걱정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모태신앙은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엄마의 손을 잡고, 아니면 친구를 따라 교회에 몇 번 간 적은 있었지만, 목사님이 해주시는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시간 정도였습니다. 대학 입시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은 후, 당시 저의 19년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깊은 좌절감은 항상 자신만만했던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그동안 얼마나 교만했던지 가장 어두운 순간이 되어서야 저는 하나님께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우연인지 아닌지, 전적대의 입학식이 있던 날, 기독교동아리 관계자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죽음에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저의 성경공부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를 가르쳐 주셨던 동아리 선배님께서는 제가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준비했던 한 해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학원 앞에 찾아오셨습니다. 그 분은 아무런 물질적인 보상도 없이 제게 말씀을 공급하고 기도해주시면서 ‘이것은 나에게도 예수님의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그저 감사하다’고 하신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선배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의 기도와 헌신 덕분인지, 저는 놀랍게도 시험 당일 아침에 결과로부터의 자유함을 누릴 수 있었고 다음과 같이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결과가 어느 쪽이던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을 감사함으로 걸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동안 저는 무슨 일이던 남들보다 잘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좋은 결과를 구하면 구했지, 결과에 대한 욕심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간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 때의 감동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지난 날의 저의 모든 노력들을 되돌아보게 했고, 이와 비슷한 크고 작은 경험들이 축적되고 서로 연결되며서 아주 조금씩, 아주 느린 속도로 저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하지만 약대에서 새롭게 시작한 학교생활은 위와 같은 감동적인 경험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남들보다 잘나고 싶은 것이 본성인 저는 약대 생활도 훌륭하게 해내고 싶었습니다. 좋은 성적과 원만한 인간관계, 동아리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교내외 활동 경험과 그것을 꾸준히 하는 끈기를 보여주는 것이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한 저만의 체크리스트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즉 졸업할 즈음에,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각 항목들 모두에 자신 있게 체크할 수 있는 스스로를 상상하며 저는 ‘오늘 하루, 나는 남들보다 나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거나 실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런 저의 욕심에 부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당장 자고 싶을 때에도 강의 ppt 한 장 더 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고, 재학생 선교부에도 계속 남아있을 수 있게 했던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가 빛나기를 바라며 만든 체크리스트의 달성이 목적이 되는 삶은 모든 것의 초점을 저 자신에게만 맞춰지게 하였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안함과 공허함으로 이어졌고, 여유가 없는 삶의 모습이 되어 버리곤 했습니다. 여유가 없는 삶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사람의 필요를 돌아볼 잠시의 틈도 없게 하고, 우연히 그러한 필요를 감지했더라도 못 본 체 해버리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대학생 때 하나님께 더 많은 시간을 드렸더라면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 적어 보니 지극히 나 중심적인 제가 약대 4년 또는 그 이상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에만 의지해서 살았다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저는 이화여대 약대에 들어온 후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적대 기독교동아리 선배님들께서도 계속 말씀을 공급해 주셨고, 2020년 4학년 2학기부터는 약대 선교부의 손무인 선배님께서 또 다른 스승이 되어 주셔서 바쁜 약대 생활 속에서도 하나님과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같이 성경공부를 했던 다른 친구들보다 지식이 적어 선배님의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도 많이 하고, 은근히 반항심이 있어서 어떤 말씀의 해석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으로 반박하며 한 귀로 흘려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절대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첫째로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시다는 것, 둘째로 예수님은 좋은 분이시라는 것(상상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입니다. 모든 사람을 다양하게, 각자 특별하게 지으시고 겉보기에 장점이든 단점이든 그 모든 세부적인 특성들을 사랑하시며, 선한 목적 하에 두시는 하나님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뭐가 어떻든 난 예수님이 좋다’와 같은 심플한 고백도 귀하게 받으셨음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잊을만 하면 다시 기억하게 해주는 사람들, 예를 들면 캠퍼스에서 하나님을 전하는 크리스천들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며 ‘내가 체험한 나의 예수님’을 떠올리고 말로써 정리할 기회를 수시로 얻을 수 있었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동기를 발견하여 친구가 되고 서로 기도해주는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새내기 입학식 개회예배를 인도하며 후배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줄 발표 기회를 얻은 것등 뜻하지 않게 재학생 선교부 활동에 쓰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활의 끝에는 비전과 부르심의 확신이 있어 어떤 선택도 주저함 없이 할 수 있게 되기를 내심 바랬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진로 고민만 몇 개월 내내 했던 저의 모습을 볼 때 현실은 저의 기대와 사뭇 달랐지만, 그렇기에 저는 오히려 ‘대학생’ 때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졸업 후에도 크고 작은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을 것인데, 하나님을 계속 의지하지 않고서는 옳은 것을 분별하고 용기 있게 선택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 (전 12:1-2)”
힘과 능력이 있는 빛나는 때에, 동시에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세상의 여러 가치관과 유혹에 시험받기 쉬울 때에, 많은 감동스러운 경험들과 때로는 아주 부끄러운 경험들을 통해 맺어진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혼란과 불안을 평안과 소망으로 바꾸어 줌을 믿습니다. 더하여, 대학생 시기는 우리의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하며 실제적인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실 때인 동시에 우리가 배운 사랑, 받은 사랑을 나누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의 때임을 새삼 발견합니다.
이대 약대에 입학한 모든 분들이 대학생활 동안 ‘기다려 주시고 성장시켜 주시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축복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첫댓글 심소연 후배님 및 동창님~ 인생과 신앙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항상 멋있습니다! 졸업과 전문가의 삶의 시작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