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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글쎄 헷갈리네"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나는 으레 습관처럼 코와 입에 먼저 가져간다.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맛을 본다. 7월에 쑥과 야관문을 처음 비교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라는 걸 보면 꽃 콩잎 같은데, 크기만 작을 뿐 꽃이 되니 더욱 콩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올해는 무심히 지나쳤던 콩꽃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사람들은 콩만 보지 꽃이 얼마나 다양하고 예쁜지를 모른다. 콩꽃은 7~8월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짧은 꽃대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붉은 자주빛 또는 흰색 꽃을 피운다. 늦으면 9월 초에도 꽃이 핀다. 꽃받침은 종모양이고 끝은 갈라진다. 꽃부리는 나비모양이며 수술은 10개다. 돌콩은 꼬투리가 작아서 꽃도 아주 작다.
콩잎을 따서 주말교육생들에게 들이댄다. 이 야생 돌콩은 8월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다. 야생 돌콩이 인간에 의해 재배되지 않은 이유는 단박에 짐작할 수 있다. 콩깍지가 작아도 한참 작다. 먹을 게 없다. 너무 작아서 인간에게 배제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 돌콩은 여전히 콩이 나는 밭에서 야생으로 기거한다. 정말 대단한 콩이다. 콩은 야생 돌콩으로부터 재배작물로 발달하였다. 이 콩은 덩굴성으로 길이가 2미터에 달한다. 가장 작은 잎은 타원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길이가 3~8센티미터이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우리나라에서는 농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청동기 시대부터 콩을 재배했다. 대략 기원전 2000년경이다.
콩이 세계적인 식량자원으로 이용되는 것은 콩이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콩은 수많은 하학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콩은 기름 17퍼센트, 분말 63퍼센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분말 중 50퍼센트는 단백질이다. 콩은 탄수화물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환자들에게 아주 좋은 단백질원이다. 콩은 마가린, 쇼트닝, 식물성 치즈 등 유사 유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유아용 조정식품이나 동물성 고기의 질감을 느끼도록 하는 식물성 소시지나 베이컨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식물으로서만이 아니라 페인트, 접착제, 비료, 옷감의 광택제, 마룻바닥의 속지, 소화기 용액 등 수많은 산업용 원료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콩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9년 이래로 미국은 산업용 콩 재배를 위해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수 천 종을 가져가 연구하여 세계 제일의 콩 생산국가가 되었다. 이들은 강력한 제초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조작생명체로서 GMO 콩을 개발하여 생산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확하는 콩의 98퍼센트는 가축사료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영양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삼국시대 초기부터 재배한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도 깊다.
콩은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의 주재료이다. 콩밥, 된장, 간장, 고추장 등 가장 중요한 일상 식품의 주원료가 된다. 이밖에 두부, 비지, 두유를 만들거나 콩나물을 키우는 데도 사용한다. 콩기름을 만들고 나면 부속물인 콩깻묵을 얻는데, 콩깻묵은 사료나 농작물의 질소비를 만드는 퇴비 또는 영양제로 쓰인다. 풋배기 콩이라고도 부르며, 꽃이 피기 전후에 베어 사료로 쓰는데, 충분한 단백질을 제공하는 사료로 모든 가축이 잘 먹는다. 영양원으로서만이 아니라 콩은 해독제나 이뇨제로서도 효과가 있다. 돌콩은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데 콩과는 달리 덩굴로 자란다.
돌콩은 식용으로서는 배제되었으나 비옥한 땅을 만드는 '녹비작물'로 가치가 있다. 돌콩 외에 야생녹두, 얼치기완두 등도 녹비작물에 속한다. 토끼풀도 콩과류로 단백질원인 질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들 녹비작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돌콩은 농부에게는 더없이 좋은 잡초다. 돌콩은 공기 중의 질소를 잡아 땅으로 흡수하여 비옥하게 만든다. 그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좋은 영양분을 제공 받는다. 이를 모르는 농부에게는 덩굴형인 돌콩이 미움만 사는 존재일 뿐이다. 돌콩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나면 농부들은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수고를 덜기도 하거니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런 녹비작물로 윤작할 터인데!
유기농사란 밭에 존재하는 식물만이 아니라 곤충, 토양의 미생물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이른다. 존재하는 생명을 농부가 취사선택하여 죽이고 살리는 것은 오히려 농부에게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인간 중심의 농사는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부메랑처럼 다가온다. 따라서 밭에서 나오는 작물이 유기농으로 재배되었다는 것은 밭에 존재하는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순환하도록 농사를 지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어느 잡초 하나 홀대하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9월, 덩굴이 되어 수수나 옥수수대를 감고 올라가는 돌콩은 결코 작물을 해하지 않는다. 그냥 놓아두어도 될 일이다. 하얗게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최고인 줄 알았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은 으레 잡곡밥을 먹었다. 흰쌀밥을 그리워하면서. '콩밥 먹었다'는 말은 곧 감옥에서 살았다는 뜻이다. 감옥에서 주는 밥이 콩을 섞은 잡곡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콩이 들어간 밥은 비싼 밥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밥상이 지금은 '누구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좋은 밥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먹던 밥상은 이제 건강에 좋지 않은 밥상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있다. 콩은 오래 전부터 그냥 콩으로만 존재했을 뿐인데...
이렇게 먹자!
돌콩을 음식으로 먹으려면 7월에 나오는 돌콩 줄기와 잎을 잘라서 데쳐서 갖은 양념을 넣어 나물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또는 장아찌를 담을 수 있는데, 간장 장아찌 또는 된장 장아찌도 좋다. 돌콩이 아닌 일반 콩잎도 간장이나 된장 장아찌를 담가서 먹으면 특유의 콩잎 맛이 매력적이다. 보다 연한 줄기와 잎을 그대로 샐러드로 해서 먹을 수 있다. 이 때 소스는 일반 샐러드용 소스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과일을 갈아서 소스를 만들어 얹어 먹어도 좋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첫댓글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가장 짧게 잡아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이 지난다면, 과연 '누가' 농사를 지을까? '지금' 촌으로 찾아들고 있는 젊은 '귀농인', 그리고 중년을 넘어선 '전원'생활을 꿈꾸며 들어오고 있는 '귀촌인'... 그들 밖에는 없지 않을까!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없을 테고, 그 자녀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농사를 지으러 오지는 않을테고... 뭐, 여름철이나 피서철이 되면 '놀러' 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농산물'이 줄게 될 것 같다. 대기업에서 혹은 기업형태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귀농인'의 한계가 있고, 그들도 늙어갈 것이기 때문이고, '귀촌인'이야 뭐 '즐기는' 나름 '여가'로 하는 것이지 그걸 농사라고 할 것도 없고, 이미 늙은 그들에게 무엇인가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테니까!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 세대, 30년 후에는 '자기 먹을 것'밖에 생산하지 않는 때가 된다는 것인가! 그렇게 적게 농사를 지어서 전국으로 돌려봐야 먹을 량이 되지 않을 테고... 지금도 그렇지만, 농사를 지어서 밥 먹고, 애들 키우고 사는 건 불가능할 테고... 그렇게 되어간다면 사람들은 '나 먹을 것'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각자 농사를 짓게 될 것이고, 그 나머지 시간과 노력으로 농사가 아닌 혹은 농사와 관련되는 직업을 가지는, 일종의 농촌에서의 투잡으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물론 개별 또는 무엇이든... 농산물 가격은 폭등하겠지...! 하지만 물량이 되어야 말이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겠지!
그러면 다시 '농업'이 중요 산업으로 부각될까...? 사람이 모여드는 게 아니라, 기계가 모여드는, 기업화되는 그런 시대가 올까...? 아니면 정신혁명, 역사전환이 되어서 그 옛날처럼 손수 농사를 짓는 그런 시대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