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읽는 걸 추천합니다 -> http://dondogi.blog.me/100131929792
< 지난 줄거리 >
역마살과 은영이는 영등포역에 있는 경성양꼬치를 공략대상으로 삼고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 본부를 차린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작전을 개시하는데……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로비(Hi Seoul Youth Hostel lobby)에서 역마살은 다시 한번 기억 속의 지도를 머릿속에 펼쳐놓고 동선을 복습했다. 눈앞에 켜져 있는 전등과 간판이 지도 속의 특정지점으로 인식되면서 그대로 동선에 녹아 들어갔다. 역마살은 이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점으로 찍어가며 살펴보았다.
‘여기가 하이서울유스호스텔이다. 정문으로 나가는 것보다 후문으로 나가는 것이 더 가깝다. 후문으로 나가서 앞으로 쭉 가다가 첫 번째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꺾어서 쭉 가다 보면 지하철 5 호선 영등포시장역이 나오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쭉 가면 큰 네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대각선으로 건너 영등포역 쪽으로 걸어가면, 얼마 안 가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고, 그리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삼거리가 있고, 거기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몇 걸음 안 가면 경성양꼬치가 있다.’
둘은 후문을 통해 하이서울유스호스텔을 나섰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과 너무 빨리 켜진 가로등이 부조화를 이뤘다.
“이 쪽으로 가자.”
은영이는 역마살이 가자는 대로 따랐다. 둘은 역마살이 짜놓은 동선대로 첫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었고, 다음 네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었고, 다음 큰 네거리에서 횡단보도 앞에 섰다. 역마살이 왼팔을 들어 10 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야.”
은영이는 역마살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주변 건물에 비해 도드라지게 높은 건물 한 채가 서있었다. 영등포역도 함께 눈에 들어왔는데, 도로 끝에서 도로를 꽉 막고 서있는 영등포역이 마치 장벽처럼 느껴져 그 너머는 더 이상 서울이 아닌 듯했다. 서울의 한쪽 끝 벽면과 마주하고 있고, 그 너머는 미지의 세계 같았다. 파란색 신호가 들어오자 역마살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영등포역 방향이었다. 은영이는 잠시 기다렸다 10 걸음 뒤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둘은 다시 왼쪽으로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렸다. 이 때 은영이는 역마살과 남남인 듯 뒤로 멀찍이 떨어져서 서있었다. 신호가 들어오자 역마살과 은영이는 아까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영등포역 쪽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역마살이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며 큰 도로를 벗어났다. 은영이도 10 걸음 뒤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큰 도로 안쪽의 이면도로는 큰 도로보다 더한 번화가였다. 20 m 앞에 있는 삼거리에서 역마살이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은영이 또한 10 걸음 뒤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역마살이 왼쪽으로 붙어 걷기 시작했다. 은영이 또한 왼쪽으로 붙어 걸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역마살이 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이에 은영이는 걸음을 최대한 늦춰 역마살에게 다가가며, 역마살이 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호우양꼬치] 가게였다. [경성양꼬치]가 아니라 분명 [호우양꼬치]였다. 은영이가 고개를 돌려 다시 역마살을 바라보았다. 역마살의 옆모습에서 혼란스런 마음이 읽혀졌다. 은영이가 역마살 옆에 섰다. 역마살이 기다렸다는 듯 은영이에게 말했다.
“은영아, 주인이 바뀌었나 봐. 원래 [경성양꼬치]였는데 [호우양꼬치]로 간판이 바뀌었어. 주인아저씨도 저 아저씨가 아닌데…… 너도 알지? 그 때 그 인천에서 만났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저 아저씨가 아니지?”
역마살의 물음에 은영이가 호우양꼬치 안을 살펴보았다. 계산대에 아저씨 한 명이 서있었는데, 분명히 인천에서 본 그 아저씨가 아니었다. 지금껏 잔뜩 공들인 작전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려 하는 순간이었다.
“어쩌지?”
역마살이 마치 혼잣말인양 은영이에게 물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략에 나섰건만, 그 공략대상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은영이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전화기를 꺼내 역마살에게 건네며 말했다.
“토마스에게 전화해봐.” / “토마스에게?” “이럴 때 늘 해답을 줬잖아.” / “그래도 이건…….” “뭘 망설여?” / “이건 토마스가 개입하기엔 너무 작은 작전이잖아.” “그러면 어쩔 건데?” / “……”
은영이는 역마살의 꽉 막힌 사상에 답답함을 느꼈다. 스스로 해답을 구하지 못할 땐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은영이와 스스로 해답을 구할 때까지 무조건 부닥치다가 그래도 해답을 못 구하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역마살과의 불협화음이었다. 역마살과 은영이는 이렇듯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내다가, 결국 파열음을 내다가, 종국엔 이를 다시 봉합하는 3 단계의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하면서 작전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 쌍이었다. ‘기동순찰대’의 조과 펀치처럼, ‘스타스키와 허치’의 스타스키와 허치처럼, ‘엑스 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블루문특급’의 메디와 데이빗처럼, ……. 정황상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은영이가 직접 토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신호가 가고 있음을 확인한 후, 손아귀에서 차가운 얼음덩어리를 놓듯 역마살에게 전화기를 던졌다. 역마살은 하는 수 없이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수화기 저편에서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마스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역마살입니다. 너무 작은 작전이라 성가시겠지만…….”
이 통화에서 역마살과 은영이는 알게 됐다. [경성양꼬치]가 [호우양꼬치]로 이름만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주인이 그대로라는 사실을……. 다행이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마스님.”
전화를 끊자마자 역마살이 말했다. 거의 외침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들어가자!”
둘은 호우양꼬치를 향해 힘차게 걸음을 뗐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걸음은 채 예열도 되기 전에 제지 당했다.
“줄을 서셔야 합니다. 20 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양꼬치집 같이 술이 주가 되는 식당의 가장 한산한 때가 일요일 오후란 걸 잘 아는데, 그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20 분을 기다려야 하단 말이었다. 역마살과 은영이는 가게 앞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마주보고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은영아, 내가 상대를 잘 고른 것 같지?’ / ‘그래, 역시 선배야.’ ‘너무 쉬운 건 재미없잖아?’ / ‘맞아, 이 정도는 돼야 공략할 맛이 나지.’ ‘오늘 한번 멋지게 이겨보자.’ / ‘선배, 오늘은 나도 특별히 다이어트(Diet)를 놓을게.’ ‘다이어트까지? 그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거잖아.’ / ‘그래도 작전이 먼저야.’ ‘니가 이제 철이 들었구나.’ / ‘선배가 지금까지 나를 띄엄띄엄 알았던 거야.’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 ‘맞아, 구미가 당겨서 공략하기 쉬워져.’
잠시 후, 호우양꼬치에서 사이다(Cider)를 한 병 내왔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 도전하고 싶으면 도전해라! 어디 가지 말고 반드시 도전해라! 아니면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
이런 의미가 내포된 사이다였다. 역마살이 종이컵에다 사이다를 한 잔 따른 후, 입으로 막 가져갔다가 깜짝 놀라며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은영이가 역마살을 잡아먹을 듯 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은영이가 째려보고 있다……) / ‘아이고, 깜짝이야.’ ‘선배, 사이다를 마시지 마.’ / ‘난 마셔야 돼. 어쩔 수 없어. 난 마셔야 할 것 같아.’ ‘배가 부르면 공략에 지장을 주잖아.’ / ‘그 배와 그 배는 달라.’ ‘선배, 작전을 먼저 생각해.’ / ‘난 늘 작전을 먼저 생각하고 있어.’ ‘그러다 배가 불러 작전에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 ‘그럴 리 없어.’ ‘아니, 실패하면 어쩔 거냐고!’ / ‘성공하게 되어있어.’ ‘대화 좀 하자, 대화!’ / ‘나도 대화 중이야. 소화시키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역마살은 자신의 엄지와 검지로 뺨을 쥐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 눈빛으로 말했다.
‘내 생각에 난 요즘 너무 에볐어. 뼈에다 시트지(Sheet)를 바른 것 같아.’
그리고 종이컵에 따라놓은 사이다를 마셨다. 고작 사이다 한 병에 이성을 잃고 홀짝거리는 역마살을 보고 있자니 은영이가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는 한편 호우양꼬치에게 찬사를 보냈다. 사이다라는 미끼를 던져 자신을 공략하려 드는 요원들의 자질을 파악해내는 솜씨가 여간 세련되지 않았다.
‘역시 호우양꼬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어. 만만히 봐선 절대 안 되겠어. 고단수 중에 고단수임에 틀림없어. 역마살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 줄 알았다면 우리편을 좀 더 모아올 걸 그랬나? 우리 둘로는 역부족일까? 배가 불러서, 술에 취해서, 미각을 잃어서 음식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게 되면 큰일인데…….’
은영이 생각에 역마살과 자기만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 같았다. 그렇게 은영이가 고민에 싸여있는 사이, 그리고 역마살이 달달해진 입맛을 연신 다시고 있는 사이, 호우양꼬치에서 사람이 나와 역마살과 은영이에게 말했다.
“들어오시죠.”
종업원의 어조 또한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어조였다. 역마살과 은영이는 종업원이 안내해주는 탁자에 가서 앉았다. 이 때,
“여~ 역마살님, 아니십니까?”
하며 우연을 빙자해 역마살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은영이도 일면식이 있는 남자였지만 어디서 봤는지 가물가물했다. 역마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았다.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여간 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은영이는 두 수컷의 만남을 불안하게 쳐다보면서 교전수칙 18 조를 떠올렸다.
[ 교전수칙 18 조 : …… 수컷들이 나누는 반가움에는 반드시 음주가 따르며, …… 결국 임무가 뒷전이 된다. 이것이 바로 중요한 임무에 반드시 이성적인 암컷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 ]
은영이는 교전수칙 18 조를 되뇌며 자기라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잠시 후 남자가 가고 역마살이 자리에 앉았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이 탁자로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역마살과 은영이는 사전에 준비한 각본대로 경성양꼬치를, 아니 호우양꼬치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음식들로 고루 주문했다. 1 차로 양꼬치, 양갈비살, 양고급갈비를 먹고, 2 차로 탕수육, 바지락찜을 먹고, 마지막으로 옥수수국수, 냉면을 먹으면 작전이 완벽하게 끝날 것 같았다. 술은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반주로 함께 해야 성공적인 작전일 터였다. 은영이가 바깥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보고 종업원에게 물었다.
“언제가 가장 한산하죠?”
일요일 오후가 가장 한산하단 걸 알면서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했다.
“지금이 가장 한산할 때입니다.” / “예…….”
은영이가 웃었다. 가장 한산한 시간대에도 줄을 세우는 가게라면 한 판 떠볼 만한 가게가 틀림없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양고급갈비와 양꼬치와 양갈비살과 통마늘이 들어왔다. 양고급갈비부터 불 위에 얹혀졌다. 이 후부터는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지나다니는 종업원들이 뒤집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으면 알아서 뒤집어줬다. 통마늘도 숯불 위에 얹혀졌다. 종업원이 익어가는 양꼬치로 통마늘 위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역마살과 은영이가 적잖이 놀랐다.
‘기절까지 시키는구나! 놀랍다.’
사과도 깎기 전에 먼저 탁 쳐서 기절시켜주는 것을 음식예법 중에 상수로 치는데, 호우양꼬치에서는 통마늘도 벌리기 전에 먼저 이렇게 기절부터 시켜주는 것이었다. 역시 호우양꼬치는 상수 중에 상수였다. 호우양꼬치의 내공이 자신들이 파고들 수 있는 깊이 이상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둘의 마음속으로 엄습해왔다.
“이렇게 기름을 얹으면 마늘이 더 맛있게 익습니다.”
역마살과 은영이가 눈치챈 것을 눈치챈 종업원이 호우양꼬치만의 숨은 내공을 감추기 위해 그럴싸한 이유로 둘러댔다.
꼬치에서 고기를 빼내기 위해 젓가락으로 낑낑대는 역마살과 은영이를 보고 꼬치에서 고기를 쉽게 빼내는 방법도 일러줬다. 불판 옆에 나있는 홈에다 꼬치를 끼우고 쓱 당기기만 하면 됐다. 종업원이 가고 난 후 역마살과 은영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공략 상대로 너무 큰 거물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도 표정 속에 담겨있었다.
술은 중국술을 마셨다. 한 순배, 두 순배 술잔이 돌아감에 따라 취기 또한 한 단계, 두 단계 올라왔다. 연거푸 마셔대는 역마살의 모습에 은영이가 불안감을 느끼며 술잔을 놓았다. 은영이는 자신이 술잔을 놓으면 역마살 또한 술잔을 놓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 후부터는 역마살 혼자 술을 마셨다. 양꼬치의 맛도, 양갈비살의 맛도, 양고급갈비의 맛도, 탕수육의 맛도, 바지락찜의 맛도 모두 최상인 상태에서 여기에 중국술의 알싸한 향이 보태지니 가히 지금껏 세상에 없던 천상의 맛이 입 속에, 머릿속에 펼쳐졌다. 여기에 역마살이 완전히 넘어가버린 것이다.
“선배, 작전을 생각해!”
은영이가 말리기 시작했다. 역마살이 몇 번 거부했지만 결국 은영이의 집요한 말림에 굴복했다. 만약 은영이가 말리지 않았다면 양꼬치와 중국술의 오묘한 조화 때문에 작전의 바닥뿐만 아니라 인생의 바닥까지 핥았을 역마살이었지만, 은영이가 적극 말린 덕분에 술을 반 병쯤 남기고 절주에 들어갔다. 그리고 작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어, 시간이 갈수록 역마살의 눈이 풀려갔다. 더 늦기 전에 작전을 마무리해야겠다고 판단한 은영이가 옥수수국수와 냉면을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이 때쯤 역마살의 눈은 완전히 풀려있었다. 이제 작전의 성패는 전적으로 은영이의 손에 달린 것이다.
옥수수국수와 냉면이 나왔다. 역마살과 은영이는 국수부터 한 젓갈 떠먹고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국물에 내재된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입 안의 개운함이 다시금 양꼬치를 불렀지만 역마살과 은영이는 참았다. 다음으로 냉면을 먹었다. 뜨끈한 옥수수국수를 먹은 후라서 그런지 시원함이 각별했다. 그렇게 모든 작전이 끝이 났다. 일어나기 전에 역마살과 은영이가 서로 귀엣말을 나눴다.
“은영아, 이 정도면 우리가 이긴 걸까?” / “아니, 졌어.” “나는 술 때문에 완전히 졌다 쳐도 너는 왜?” / “지금 배가 터질 것 같아.” “그래? 다이어트를 놓았는데도 배가 불러?” / “응. 그런데 선배, 이제 어쩌지?” “작전에 실패한 이상 얼른 이 곳을 떠야 해.” / “알았어.”
역마살과 은영이는 계산을 얼른 마치고 호우양꼬치를 떠났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 둘을 위해 하늘이 기어코 눈물을 뿌린 것이다. 본부로 돌아가는 길이 역마살에게는 핑핑 도는 미로였고, 은영이에게는 배를 꺼줄 수 있는 좋은 운동이었다.
“은영아, 생각해보니까 한시가 급하다.” / “왜?” “방어만 하고 있던 호우양꼬치가 반격을 해오면 큰일이다. 어서 뜨자.” / “반격?”
역마살은 호우양꼬치의 반격을 진정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물쭈물하다가 호우양꼬치에게 본부의 위치를 들키기라도 하는 날이면, 호우양꼬치가 술, 탕수육, 양꼬치 등을 무한정 배달해줄 테니, 그러면 작전실패도 실패지만 역마살과 은영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무조건 탈출해야 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탈출해야 했다. 은영이가 전화기를 꺼내 클로에(Chloe)를 불렀다.
“클로에!”
그러자 상암 DMC(Digital Media City)에 주차되어있던 흰색 아반떼(Avante) 한 대가 스스로 시동을 걸더니 하이서울유스호스텔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운전사 없이 그렇게 성산대교를 건너고, 88 올림픽도로를 지나고, 당산역을 관통해서 하이서울유스호스텔까지 오는데 10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은영이가 클로에를 부른 이유는 대중교통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2 호선 영등포구청역은 작전의 시작점이었으니 이미 호우양꼬치에게 노출되었을 게 뻔하고, 5 호선 영등포시장역은 호우양꼬치 쪽으로 다가가는 역이라 공략대상에 다시 뛰어들어 공략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둘은 ‘벙커(Bunker) 501’로 돌아오자마자 본부를 폐쇄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 곳에 클로에가 이미 와있었다. 둘은 그렇게 클로에를 타고 하이서울유스호스텔을 빠져 나왔다.
이렇듯 둘만으로는 공략이 절대 불가능한 호우양꼬치였다.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요원이 필요했다. 역마살은 핑핑 도는 머리로 이러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고, 은영이는 터질 듯한 배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만큼 산해진미로 가득 찬 호우양고치였다. |
출처: 역마살 원문보기 글쓴이: 역마살
첫댓글 1편보고 기다렸던 2편이 나왔네요..ㅎㅎㅎ
요원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ㅋㅋ
마음 같아서는 영원히 연재라도 하고 싶은데... 언젠가 나중에 세상에 대한 욕심을 모두 놓았을 때,
그 때 트래블판타지 대하소설을 한 편 써보려고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게요.
호우양꼬치 담에 한번 맛봐야겠네요!!! 전 벙커 708로!!
큭큭큭, 벙커 칠공팔에 본부를 차리셨었군요... 다른 작전을 위해서... 큭큭큭...
많은 교전 수칙중에 18번 하나 겨우 터특한거 같아요. 다음 공략 시 가능하면 불러주세요~
옛, 알겠습니다! 옆에 2층에 하나 더 여신다던데 그 때 놀러오라고 했거든요. 그 때 가게 되면 불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