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일 대구시장 퇴임 인터뷰 ◈
"이젠 시민으로서 새 발전 고민"
김범일 대구시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8년, 부시장 2년 등 재임기간
10년의 소회를 밝혔다.
김시장은 30일 시장직함을 떼고 그냥 시민이 된다.
대구시장 8년, 정무부시장 2년, 합하면 10년 만이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했다.
그만큼 비판도, 오해도 많았다.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이제 부담, 짐, 책임, 비판, 업적 등을 훌훌 털고, 그 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먼저 대구시를 떠나는 기분, 감회는.
▶시장, 부시장으로 일한 10년 동안 나름대로는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 못한 것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많고, 아쉬움도 크다. 그래도 공직 생활 42년을 대과없이 마무리한다는 건 큰 복이고, 은혜다.
보람도 있었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짐을 내려놓는 안도감이 크다. 기분 좋다.
-재임 중 인기 없는 시장, 스킨십 부족하다는 등의 평이 적잖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쉽다. 일단 ‘내가 내 자랑하는 것’은 별로 생리에 맞지 않아 못한다.
언론이나 정치권 등 홍보에 신경을 덜 쓴 건 사실이다. 그런데 '홍보 잘하고 일 못하는 것'보다는 '일 잘하고 홍보 못한다'는 얘기를 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또 자랑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근의 불씨가 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자칫 예산이나 국책사업 확보에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늘 개인의 인기보다는 ‘뭐가 대구의 이익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속상하고 외로울 때가 많았다. 특히 진심을 몰라주고 엉뚱한 얘기가 나올 때 정말 힘들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뿌듯한 업적 하나를 든다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및 성공 개최다. 대구시민과 함께 이뤄낸 값진 성과다. 시민 모두 힘을 합해 적극적으로 나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대구의 가치를 엄청나게 높였다. 이를 통해 대구시민은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방도시 입장에서는 정말 큰 성과다.
그전까지는 세계는 ‘대구’라는 존재를 몰랐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물론 세계에너지총회 등 국제 행사를 통해 대구의 도시 브랜드가 정말 많이 높아졌다.
대구 방문을 계기로 친분을 갖게 된 워런 버핏에게 며칠 전 ‘이제 대구시장에서 물러나 일반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이임 인사 편지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그 편지에는 “당신은 대구를 세계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은 대구시민 모두의 영웅이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너무 감격스러웠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재임 기간 동안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일했다.
처음 시장이 됐을 때 대구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국책사업도 전무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올인하지 않으면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서 '인기`선심`전시행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대구의 백년대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며 초지일관 달렸다.
시민의 기대에 부응은 안 됐지만 적잖은 성과를 이뤘다.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첨단의료복합단지, 혁신도시 등 대구의 산업단지를 2만1천470㎡에서 4만5천130㎡로 2배 이상 늘렸다. 그런데 대구의 동쪽 끝이나 남쪽 끝 등 시 외곽에 성과들이 많다 보니 눈에 안 보여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책사업, 국비 확보도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올려놨다. 정치, 행정의 특성상 광역단체장이 재임 기간 재정을 건전화한 건 선례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이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닦아놓은 이 기반들이 앞으로 대구가 일하고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부에 와 닿는 성과가 없어 개인적으로도 아쉽고 시민들께 죄송하다. 그러나 재임 기간 중 추진한 장기 프로젝트들은 나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나.
▶기업 유치와 국책사업 반영이다.
기업 유치와 관련해선 ‘대구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 게다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이미 큰 기업들은 다른 지역에 터를 다 잡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을 유치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정말 많이 공들였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기업 유치 실적은 미흡했다. 국책사업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중앙부처에선 “TK 너거는 30년 동안 해먹어놓고 아직 부족하나”는 사실과 다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데 중앙부처에선 그렇게 보고 있다.
-대구시 공무원의 능력과 자세를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시장이 됐을 때 대구시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
‘대구시 공무원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대구시 공무원은 몸을 던질 줄 모른다’는 말이 무성했다.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가 문제였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은 안 하려는 자세가 대구시 공무원의 가장 큰 아킬레스다. 그런데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고, 많이 바뀌었다. 의욕이 넘치고 중앙부처 상대, 국비 확보, 기업 유치 등의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발로 뛰며 체득하고, 부딪치며 결과와 성과를 내는 재미를 터득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떠나면서 동고동락했던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나.
▶지난 10년간 소매 걷고 열심히 같이 뛰어줘 감사하다. 어려운 가운데 많은 일 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게 많고, 대구 경제가 어렵다.
할 일이 아직 쌓여 있다. 좀 더 분발해서 전국 최고의 행정을 펼쳐주길 당부 드린다.
-취임 앞둔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젊고 패기 있는 시장이 대구를 맡게 돼 정말 축하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대구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고 깊다.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 기반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대구의 새로운 도약, 대구의 자존심 회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이 대과 없이 시정을 이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해주셔 깊이 감사드린다. 새로운 대구의 발전을 위해 새 시장에게 힘을 모아 주고 응원하며 대구의 장기적인 발전이 뭔가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시면 좋겠다. 비수도권 내륙도시의 한계, 정치 도시로 과잉 낙인,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라는 인식 부족, 개방성`포용성 부족 오해 등 정말 어려운 대내`대외적 문제에 대구가 직면해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시민이 힘을 합쳐 깨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퇴임 후 계획은
▶대구에 머물면서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자연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공직은 할 만큼 해서 어떤 제안이 오더라도 더는 할 생각이 없다. 통일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할 생각이다. 통일이 된다면 합의, 단계별 등 계획된 통일보다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퇴임 후 독일을 방문, 서독과 동독 통일도 연구해보고 싶다.
<자료참고: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