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 머리말
동물들은 생긴 대로 살면서도 만족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르다.
지금 모습보다 나아지거나 달라질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신나는 일
없나 시골 구석구석을 다니기도 하고, 의미를 찾아 영혼을 살피기도 하며,
쾌락을 얻으려고 세상을 떠 돌기도 한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시도해 보는 것들은 정해져 있다. 돈, 섹스, 권력, 모험,
지식 등이다.
그 모두가 처음에는 하나같이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다 별것 없다.
우리는 더한층 노력하고 애써 보지만, 그럴수록 건지는 것은 오히려 적어질 뿐이다.
어떤 이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단조로운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또 어떤 이들은 아예 배울 생각도 없는 듯 평생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며 차츰
인간다움을 상실한 채, 죽을 무렵이 되어서는 인간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전도서는 이런 허무함의 경험을 증언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신랄한 재치와 더없는 솔직함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주목을 끈다. 사람들은 이 책의 이러한 특성에 주목한다.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다!
종교인, 비종교인,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다들 주목한다.
그들 중에는 성경에 이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음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도서가 성경에 들어 있는 이유,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인생에서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 보려는 사람들의 갖가지 헛된 시도를
멈추게 하려는 데 있다. 그래야 우리가 신에게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고,
신이 누구인지, 그분이 우리를 어떤 값진 존재로 만들려고 하시는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도서는 신에 대해 그다지 많이 말하지 않는다.
전도자는 그 일을 성경의 나머지 65권에 맡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우리 삶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완성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탐구자가 말한다.] 연기다. 한낱 연기다!
모든 것이 연기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한평생 일했건만,
한평생 뼈 빠지게 일했건만 무슨 성과가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다음 세대가 와도
변하는 것은 없다. 예부터 있던 지구는
어느 때나 다를 바 없이 돌아간다.
해는 떴다가 지고 다시 떴다가 지기를 되풀이한다.
바람은 남쪽으로 불다가 북쪽으로 불고
돌고 돌며 다시 돈다.
이리 불고 저리 불며 늘 변덕스럽다.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들지만
바다는 가득차지 않는다.
강물은 옛날부터 흐르던 곳으로 흐르고
처음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모든 것이 따분하다. 극도로 따분하다.
아무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
눈에도 따분하고
귀에도 따분하다.
이미 있던 것이 다시 있을 것이고
이미 벌어진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해마다 다시 보아도 전에 있던 것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 “이봐, 이거 새로운 거야”하고 법석을 떨어도
흥분하지 마라. 전부터 듣던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도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일 벌어질 일은 어떨까?
내일 일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테니
기억되기를 바라지 마라(전 1:2-11).
우리는 자신의 방법과 뜻에 따라 인간답게 살아 보려고 아둥바등 애쓴다.
그러하기에 전도서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전도서는 생활방식을 바꾸어
삶의 해답을 찾아보려는 생각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신 신을 맞이하도록 준비하게 한다. 전도서는 세례 요한과
같다. 식사가 아니라 목욕에 해당하고, 영양공급이 아니라 청결이자 회개이며
씻음이다. 전도서는 망상과 감상, 우상숭배적인 생각과 감정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벗겨 낸다. 또한 우리의 힘을 우리 식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온갖 오만과
무지한 태도를 까발리고 버리게 만든다.
지혜로운 이의 말은 우리에게 제대로 살라고 촉구한다.
그 말은 잘 박힌 못처럼 인생을 붙들어 준다.
그것은 한분 목자이신 신의 말씀이기도 하다.
친구여, 이 밖의 것에 대해서는 너무 무리해서 연구하지 마라.
책을 출판하는 일은 끝이 없고, 공부만 하다 보면 지쳐서
공부밖에 못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할 말을 다 했고
결론은 이것이다.
신을 경외하여라.
그분이 명하시는 대로 행하여라.
이것이 전부다. 결국 신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환히 드러내시고,
감추어진 의도에 따라 그것의 선함과 악함을 판단하실 것이다
(전 12:11-14)
전도서는 마음에 드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열심히 추구하면 멋진 삶을
열매로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낙관주의에 도전장을 내민다.
우리 주위를 맴돌면서 화려하게 유혹하는 온갖 제안들, 모든 것을 약속하지만
결코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제안들이 저자의 냉철한 회의주의와 참신한 반박
앞에서 그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정리가 되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참된 실재이신 신을 맞을 준비가 된다.
[에클레시아스테스(Ecclesiastes)는 흔히 “설교자”나 “선생”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근본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제시하는 글쓰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에,
나는 이 단어를 “탐구자”(the Quester)로 번역했다.
(개역개정판, 성경은 “전도자”로 번역했다)]
[출처] 유진 피터슨, 메세지 성경
[입력] 22년 11월 12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