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가자
가다가 저물어든
꽃에들어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가자 ..... 작자미상 (청구영언)
꽃 지고 새 잎이 나서 연한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계절...
4계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절인데...
기온은 갑자기 올라 초여름의 열기가 느껴졌고
송화가루가 날려 마스크를 착용해서 답답한 토요일이었습니다.
오늘 걷기는
대전지하철 1호선 구암역 3번출구에서 시작이다.
구암역의 상징!!
개찰하고 바로 만나게 되는 파란 하늘...
오늘은 4,9일에 서는 유성장날 이어서
유성장 구경도 하고 충남대학교 쪽으로 걸을 계획이다.
봄철이라 시장 초입부터 묘목상이 자리를 했다.
가을에는 말린 고추를 담은 자루들이 자리하는 곳인데...
다양한 상품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
장바구니 하나씩 들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는 노부부
억척스러운 시골 새댁 포스가 물신 풍기는 동남아 여성
거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수준으로 옷을 입은 커플...등등
시장구경에서 새로 알게된 정보 하나는
생밤을 즉석에서 큰 믹서기 같은 곳에 넣고 겉껍질을 까주기도 한다는 것...
유성호텔 뒤쪽 뚝방길을 따라서 걷다가
유성천변으로 내려섰다.
유성호텔 뒷길은 나의 고등학생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라 더 정감이 가는 곳이다.
지금은 정비가 잘 되어 있지만 당시 비포장이던 둑방길을 꽃피던 봄날 그녀와...
여기서 그녀는 당연히 지금의 아내는 아니고...ㅎ
딸부자집 막내로 무척 적극적인 성격의 동창생...
오로지 공부와 운동만 했던 모범학생인 나에게
너무나도 적극적인 그녀의 들이대기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ㅋㅋ
나는 대학가서 더 사귀자는 말로 도망쳤고...
친구야 잘 살고 있겠지?
유성천변을 따라 걷다가 반석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유성문화원 쪽으로 올라서는데
최근 유성의 상징이 된 이팝나무가 멋지게 피어 있다.
이팝나무 활짝 필 때 유성온천축제가 있는데 보통 5월 중순 아니었나?
유성문화원을 지나 동산을 하나 넘어서 충남대학교 정문으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이 있고
그 옆건물 지하에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한 10년 전에 오픈했다고 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충대 나들이 오면 아이들과 한번 들려봐도 좋을 듯한 공간이다.
나는 광물질 중에서 보석류만 눈에 들어왔다는...ㅎ
박물관에서 나와 쪽문을 통해서 궁동쪽으로 걸었다.
충남대학교 출신인 나에게 오늘 걷는 유성지역은 무척이나 친숙한 곳들이지만
특히 궁동은
내가 사회에 처음 나가던 95년 동지날부터 한 6년 정도
<화랑수마을>이라는 전통찻집을 운영하며 일생에서 가장 치열한(?) 공부를 했던 곳이어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물론 사업적으로는 망했다고 봐야 하지만
내 삶의 큰 틀이 완성된 시간들이었고...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무척이나 자유롭게 살았던 시간들로 남아있다.
초등학교 옆으로 해서 산길로 들어섰다.
소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져서
학교 뒷산 치고는 무척 정감있는 길이다.
충남대학교 본부 뒷산 즈음해서 이런 바위들을 만난다.
오늘의 풍류장소이다.
대학시절 음악에 조금 자신이 생기면서 뽐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서
공강시간을 이용해서 이곳에 와서 악기를 불던
내 풍류인생의 첫 산공부터라고나 할까?
그때 교정에 울려 퍼지던 나의 소금소리를 듣고 동아리에 가입한 후배들도 여럿 있었다는...
이곳에서는 이런 강한 생명력(?)도 만날 수 있다.
소금 한가락에 시조 몇 수 하고
다시 산길을 걷다가 중앙도서관 뒤 기숙사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대전의 벚꽃 나들이 명소이기도 하다.
벚꽃길을 한바퀴 돌아서
도서관 앞에 위치한 충대를 대표하는 영탑지를 지난다.
이곳을 지날때면 대학시절에
술에 취한 선배가 달따러 간다고 물로 뛰어들었던 아찔한 기억이...ㅠ
영탑지를 지나
제1학생회관 옆으로 해서 남부운동장 뒷산길로 들어 섰다.
이곳은 내가 궁동에서 찻집할때에 음악공부하던 두 번째 산공부터이다.
큰 벚나무 다섯그루가 원으로 심어져 있어서
당시에는 나를 위해 하늘이 점지한 성스러운 곳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었는데...ㅋㅋ
지금은 사라진 허름한 자취방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질러 가던 산길을 걷다보면
이런 곳과 만나게 된다.
궁동유적.
청동기시절부터 다양한 유물들이 발굴된 현장이라 보존차원에서 정비했나본데...
조금은 쌩뚱맞다는 생각이 드는...ㅠ
하지만 소나무들이 워낙 멋있는 길이라 시간이 자나면 좋은 산책코스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어찌하다보니 오늘 걷기 보고는 나의 개인적인 풍류추억을 회고하는 글이 되어서 죄송합니다.ㅎㅎ
5월 6일과 13일은 개인사정으로 걷기는 쉬고 셋째 주에 다시 걸을 예정인데...
걷기 시간을 일요일 오전으로 이동하려 합니다.
기온이 너무 빨리 올라 낮에 걷기가 부담스러워진 관계로...
첫댓글 저에게도 나름 추억을 안기는 코스였기에 비록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해 더더욱 아쉽네요.
앞으로 더 좋은 곳을 선정하시어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 더욱더 기대해 보겠습니다. ^^
이교관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5월 중순부터 일요일 오전으로 걷기풍류 시간대를 옮길 예정인데...
일정 맞는 날에 함께 걷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