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좋으면 놀래미나 붕장어도 올라오긴 했지만 주로 올라오는 놈들은 씨알좋은 망둥이들.
대나무 낚시에 바닷가에서 잡은 조개나 고동을 깨뜨려 미끼를 걸어 던지면 망에는 망둥이들이 가득하고
낚시대를 잡은 팔은 아파온다. 지금은 그렇게 망둥이도 없거니와 그때처럼 행복한 낚시를 할 수 없음이 아쉽다.
대호방조제가 바다 한가운데를 막고 대산 독곶과 대죽리에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도
오지와 외딴항구가 아닌 교통이 편리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도 여느 시골의 포구의 모습은 간직하고 있지만 새롭게 선착장이 만들어지고 번듯한 건물들과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우럭축제도 개최하는 바다여행의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삼길포의 쪽빛 바다는 아직도 시골 풍경의 정답고 포근한 바닷가 모습을 간직하고있다.
아침의 삼길포는 조용하고 정적이다.
약간 쌀쌀했던 기운도 햇살이 따사롭게 항구를 감싸면서 점점 포근해진다.
햇살을 받은 항구는 기지개를 켜고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달콤한 잠을 자고 깨어난 고깃배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또 어느 바다로 나가 갈매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할지를 떠올려본다.
대호만과 삼길포바다 사이에 떠있는 해상좌대에도 활기가 샘솟는다.
밤새 조사들은 얼마나 물고기를 잡고 이슬이와 함께 밤바다를 즐겼을지. 가을은 낚시에 최적의 계절이다.
여름내 달궈졌던 바다는 통통하고 싱싱한 물고기들을 키워냈다.
물오른 바다에는 씨알좋은 물고기들이 넘쳐난다. 아침을 잊은 갈매기들은 힘찬 날개짓으로
새벽 포구의 적막감을 깨우며 싱그럽게 하루를 날아오른다. 바닷가의 풍경은 언제나 알수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특히나 새벽의 한가로움은 여행객의 오감을 일깨운다.
아침이 밝아왔건만 아직 삼길포는 휴일의 피곤함에 잠들어있다.
삼길산이 아늑하게 감싼 삼길포는 여유로운 포구의 모습이다.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흥겨운 포구의 풍경이 펼쳐질것이다.
삼길포가 이름나게 된 이유야 많겠지만 아마 선상횟집들이 가장 큰 요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물론 삼치와 놀래미, 숭어, 망둥이를 잡을 수 있는 청정한 바다가 있고 바다와 접한
대호만을 바라보며 바람을 가르면서 달릴 수 있는 대호방조제도 한몫 했을 것이다.
저 멀리 새롭게 꾸민 선상횟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삼길포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인 우러기가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곳에 오면 꼭 가봐야 하는 선상횟집. 원래는 옆쪽 선착장에 있었지만 선착장이 높은데다
물이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배를 계속 이동해야 했기에 옆쪽에 부교를 만들어 편하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아무래도 옆 선착장은 고깃배들이 드나들어야 하니까.
삼길포 앞바다에 떠있는 선상좌대낚는 1인당 2만원이면 한나절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수도권 근처 저수지형 바다낚시터가 1인 5만원 정도이니 바다위에서 즐기는 좌대낚시가
오히려 저렴하다 할 수 있다. 또 흐르는 바닷물이라 수질도 좋고 고기들도 싱싱하다.
하지만 좌대낚시라 해서 무조건 많이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때도 맞아야 하고 날씨와 수온 등 여러가지 주변 환경조건이 좋아야한다.
또한 물고기에 대한 사랑과 낚시 실력을 갖추어야 후덜덜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바닷가에서 직접 잡은 싱싱한 물고기를 바로 회떠먹는 맛이야 뭐 꿀맛이다.
거기에 라면을 넣은 수제 매운탕까지 하면 이슬이 몇병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튼튼한 부교를 지나 선상횟집으로 걸어간다.
평소 20여척의 배들이 손님을 유혹하며 장사하는데 이른 시간이라 몇척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어디선가 물고기를 가득 물칸에 채운 배들이 가득찬다.
이른 시간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배에 올라 회를 떠간다.
선상횟집 가는길에 바라본 삼길포항의 모습. 160여m의 삼길산 정상이 한눈에 보인다.
삼길산봉수전망대에 오르면 삼길포는 물론이고 주변의 섬들과 공단, 방조제가 일급 전망을 제공한다.
삼길포에도 점점 높은 건물이 들어서며 번성해가는 포구의 형태를 갖춰간다.
조그만 배한척이 선상횟집에 큰망으로 물고기들을 공급하더니 손살같이 어디론가 배를 몰고 간다.
이곳 삼길포이 선상횟집들의 가격은 동일하다. 어느 배에 올라타건 차이는 없다.
다만 회뜨는 아줌씨의 솜씨와 양에서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우럭 13,000원, 놀래미 15,000원 등 가격은
평소 먹던 횟집보다는 상당히 저렴하고 양은 두배로 푸짐하다. 물론 양념과 야채등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끌고 있는 아줌씨의 입이 바쁘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될것이다.
이분들은 경력이 최소 10여년은 넘기에 모두 회뜨기의 달인들이다.
그냥 가기 아쉬워 배에 올랐다. 첫 개시라며 잘해줄테니 한번 사가란다.
우럭은 평소에 많이 먹으니 자연산인 놀래미로 주문한다.
배의 물칸에는 수십마리의 우럭과 놀래미들, 광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놈들도 채 몇시간이 안되어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그때엔 전화로 배달해주는 업자들이 있어 또 채워지고.
아침나절 물고기들은 차가운 물속에서도 활발하게 요동친다.
이건 옆에 온 손님이 주문한 간재미들. 간재미는 초장에 무쳐먹거나 세꼬시로 먹어도 맛있다.
순식간에 물칸에서 꺼낸 놀래미들을 도마에 올려놓더니 회를 떠간다.
씨알이 크지는 않지만 놀래미들이 아주 쫄깃하니 맛이 좋다.
아주머니 날카롭게 갈아놓은 회칼로 놀래미의 머리를 싹둑 잘라내고 본격적인 회뜨기 모드로 돌입한다.
어느덧 손바닥 만한 놀래미들이 머리가 분해된 채 도마위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있다.
놀래미들에겐 안된 일이지만 쳐다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이런 놈들을 낚시로 잡아 올려야 되는데 말이지.
몇번의 칼질로 놀래미들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지고 또한 얇게 썰어졌다.
속도를 낸 아주머니의 칼솜씨에 일곱친구 놀래미들은 도마위에서
하얀 속살을 보였다 바로 일회용 용기에 사뿐히 담아졌다.
참, 군침돌게 하는 놀래미의 그맛이란. 근처 횟집에 들어가면 5천원의 상차림 비용을 받고 앉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근처 바닷가 앞에 돗자리를 펴놓고 바닷바람을 느끼면서 먹는 것이 더 운치있고 괜찮다.
상추나 마늘, 초장 등은 매점이나 좌판에서 판매하니 저렴한 비용으로 가을바다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살살녹는 맛난 회와 함께 이슬이를 맛껏 즐겨도 바다가 주는 상쾌함에 술이 쉽게 취하지 않는다.
준비가 됐으니 삼길산전망대를 향해 출발. 이것만 있어도 가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바닷가에서 먹는 기분도 좋지만 전망좋은 산정상에서 먹는건 신선이 된 느낌이 들것이다.
슬슬 배들이 선상횟집으로 들어온다. 오늘도 줄을 서는 손님들의 함성을 기다리며.
첫댓글 완젼 수상시장이네요 ㅎㅎㅎ
그래서 어떻게 저 맛난 회와 소주는 정상에서 드셨습니까?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걸요 ㅎㅎ
네, 정상에 올라서 먹으니 마치 바다와 산들이 테이블같아서 더 즐겁고 맛있었지요!
와우~ 한국에도 이런 선상횟집이 있었군요~ 역시 사람은 많이 알아야 합니다.
선상에서 직접 먹을수는 없나요? 분위기 좋을텐데..ㅎㅎ
네, 이곳이 워낙 이 선상횟집으로 유명해서요!! 인근 도비도에 가면 유람선 처럼 어선에 타고 회를 먹으면서 주변 섬을 돌면서 쇠주한잔 할 수 있어요!! 선상에서 먹음 좋겠지만 회뜨는 곳이라서요. 주변 바닷가에 앉을 자리 많아서 돗자리만 있음 가능해요..분위기야 넘 좋지요!
ㅎㅎ 진짜 맛있었다는~~~~~~~~음,,침이,,흐
ㅎ 산정상에서 먹어서 그런가봐요.. 전 가끔 먹는 곳이라..그래도 바닷가에서 먹는 건 다 맛이 있데유!! 부산에서두 한번 먹구싶어요!
로즈마리님/아! 회와 소주사진 해리슨님 글 바로 여기서 봤군요 ㅋㅋㅋㅋ
어릴적 낚시대를 들고 자주가셧군요.. ㅎㅎㅎ 이곳 분이신가봐요.
네, 고향이 이쪽 이랍니다!! 서산에 친가, 외가가 모두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