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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찾기 프로젝트
:누구야 넌
"왜 별일이 없어. 별일 많았잖아."
".....어?"
"키스했잖아. 너랑 나랑."
"........."
"계속 흔들려달라고 내가 울면서 매달렸잖아."
"........."
"이게 별일이 아니면 뭔데?"
너, 너 다 기억하고 있었어? 예상 밖인 김태형의 말들에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은 내가 말꼬리를 흐렸다. 김태형은 여전히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그에 겁을 먹은 내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자, 김태형 역시 걸음을 옮겨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내가 한걸음을 물러서면 김태형은 두걸음을 뒤쫗아왔다. 보폭은 또 얼마나 큰건지, 나의 뒷걸음질을 무색하게 만드는데에 일쑤였다. 몇걸음 더 도망친 내가 결국 등을 차가운 벽에 맞부딪히자, 김태형의 걸음도 그제서야 멈추었다. 그에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하자, 곧바로 김태형이 벽으로 자신의 왼팔을 뻗으며 제 품에 날 가두었다.
"왜 모른척 덮으려고 했어?"
"....난 너 쪽팔릴까봐 그랬,"
"쪽팔리더라도 내가 쪽팔리고, 애초에 쪽팔릴거였음 너한테 묻지도 않았어."
"........"
"나 어제 분명 선 넘었어. 이제 우리 친구 못해. 아니, 내가 안해."
"......."
"어제 내가 했던 말 기억나?"
"............"
"지금도 그게 마냥 술주정이었던 것 같아?"
"........."
그제서야 방황하던 내 시선이 김태형에게로 향했다. 다시금 마주한 김태형의 검은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밤 술에 취한 채 마주했던 김태형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흔들린다고 했잖아. 계속 흔들려 줘. 제발. 이젠 하다하다 울먹이듯 속삭이던 김태형의 술주정이 다시금 내 귓가에 울려오는 것도 같았다. 그에 크게 요동치는 시선으로 힘겹게 김태형의 얼굴을 담아내자, 한걸음 더 내게 다가온 김태형이 아무말 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끌어 나의 오른손을 조심히 잡아보였다.
"우리 단둘이 술마셨던 날. 너가 이정은이랑 싸우고 술로 화풀이 하던 날. 기억나?"
"........."
"그날, 너가 그랬잖아."
"....."
"나 흔들려. 너 때문에 복잡해. 너가 계속 신경 쓰여."
"......"
"다 빈말이었어?"
"......"
줄곧 고요하던 김태형의 눈동자가 그제서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손을 맞잡은 김태형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의 손을 한 번, 김태형의 굳은 얼굴을 한 번 번갈아 바라보자,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메마른 침을 삼켜내고서 입을 떼어내려하자, 동시에 김태형이 나와 맞잡은 손을 허공으로 번쩍 들어보였다. 그에 놀란 토끼 눈으로 김태형을 바라보자, 지그시 나를 내려다보던 김태형이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억 안나지? 그래. 기억이 나도 모른 척 할 애가 난다고 할 리가 없지. 그치?"
".........."
"근데 이거 하나만 알아주라."
"........"
"난 장난아냐."
"........"
"중학교 2학년. 너랑 짝 되고 난 이후부터 쭉 너 좋아했고."
"........"
"아무리 봐도 넌 날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서 포기하려 했어. 그런데."
".........."
"너가 잡았어. 이 손으로."
"......"
"그날밤, 나한테 흔들린다면서."
"..........."
마지막 마디를 내뱉고서 잠시 말을 멈춘 김태형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보였다. 울컥하는 마음을 잠시 추스리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 역시 혼란스러운건 마찬가지였다. 김여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김태형에게 저런 말을 한걸까. 박지민을 좋아하던게 아니었어? 잠은 김석진이랑 자고. 고백은 박지민에게 하고. 김태형에게 저런 말은 왜 한거야? 남친도 아닌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애매하게 굴었던거냐고.
"나 너 포기 안할거야."
"........"
"흔들린다는 말까지 들은 마당에, 이대로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못하겠어."
".........."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티 낼꺼야. 니가 박지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
"그리고 그 김석진이란 남자랑 무슨 관계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
"이왕 아팠던 김에 조금 더 아파보려고."
"........"
"나 너 좋아해."
"........."
"너무 많이."
그래서 힘들어. 요즘들어 더. 마지막 말을 끝맺기가 무섭게 고개를 떨군 김태형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곧바로 벽을 짚고 있던 제 팔을 풀어내며, 내 나머지 손도 잡아 아래로 모았다. 그리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커다란 그 두 손으로 나의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태형은,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에 덩달아 시선을 내린 내가 맞잡은 우리의 손을 바라보자, 미세하게 떨고 있는 김태형의 손가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떨고 있구나. 긴장하고 있었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이 흐른 뒤에 마주한 김태형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해맑게 웃고 있는 채였다. 그와 동시에 맞잡고 있던 나의 손을 아쉽게 놓은 김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자신의 옷 주머니에 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옅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씩 웃어보인 뒤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사귀자고 하는 말 아냐. 너 이런거 부담스러워서 바로바로 대답 못하잖아."
"......."
"애초에 이런다고 대답 들을 수 있었으면 진작 고백했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
"아, 그래도 후련하다. 고백하니까. 수면제까지 먹어가면서 잠 들었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네."
".........."
어쩌다 너를 좋아하게 돼서는. 웃겨 정말. 푸스스 웃어보인 김태형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흐트리며 쓸어넘겼다. 그리곤 곧바로 나를 향해 아침은 먹었어? 또 굶으려고 했지. 하며 말을 걸어왔고, 그런 김태형의 말에 나는 울컥,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 와중에도 나를 먼저 생각할 수 있어? 몇년간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했으면서, 울먹이기까지 했으면서, 억울해하고, 울기는 커녕 어떻게 그런 말부터 꺼낼 수 있는거냐고. 도대체 넌 언제부터 모든게 김여주에게 맞춰져 있었던거야.
"김태형 개새끼야. 여주 알바하러 갔다더니, 물어보니까 오지도 않았다던.. 뭐야? 언제 왔어?"
"........."
김태형의 물음에 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김태형을 바라보고 있자, 엉뚱한 현관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박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나도 모르게 차오를 뻔 한 눈물을 걷어내고서 시선을 옮기자, 뛰어다녔던건지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른 박지민이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덥석 내 손을 잡으며 어디 갔었어? 일어나자마자 없길래. 찾아다녔는데. 하며 말을 이었고, 김태형은 곧바로 내 손 위로 겹쳐진 박지민의 손을 치워보였다.
"잠결에 여주 나가는 소리가 들었다고 했지, 알바갔다고는 말 안했는데?"
"뭐? 너가 분명 여주 지금 알바할 시간이라고,"
"아. 헷갈렸네. 미안."
"........."
"여주 알바하는 날은 내일이었지 참."
"야 이 사기꾼새끼야."
마지막 말을 내뱉고서 나의 눈치를 한 번 살핀 박지민이 김태형에게로 다가가 죽을래? 하고 속삭여 보였다. 그에 피식. 코웃음을 친 김태형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나갈까? 나 재워준 값으로 밥 사줄게. 하며 속삭여 보였고, 그런 김태형 역시 곧바로 박지민에 의해 제지 당했다. 그런 둘을 보고 있자니 아까 전 울컥하던 감정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두 눈에 훤히 보이는 그들의 신경전에 되려 두손 두발을 들게 되었다. 더이상 이 관계에 손을 못 대겠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야. 너무 어려워. 김여주 개썅년 진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도 엄청 많이. 확 도망쳐 버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그 둘을 뿌리치려 했지만, 졸졸졸 뒤를 따르는 둘에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미치겠다 진짜. 결국 김태형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을 내린 우리는, 김태형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식당으로 가는 와중에 내가 아침에 누구와 있었는 지 꼬치꼬치 묻는 것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에 대충 아끼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왔다며 둘러대자, 김태형이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보내왔다.
"너 고양이 싫어하잖아."
"....어? 아, 싫어하지. 근데 새끼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서!"
"........."
"시,식당은 다와 가는거야?"
나의 물음에도 김태형의 눈초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에 박지민이 그런 것 같은데? 맛있는 냄새난다. 하며 대신 답을 해주었고, 그제서야 김태형의 눈초리가 걷어졌다. 응. 다 왔어. 저기. 그리곤 뒤늦게 내 물음에 답하며 눈 앞에 보이는 식당 간판을 가리켰고, 얼른 들어가자. 하며 말을 이었다. 나 방금 실수한건가..?
괜스레 김태형의 눈치가 보여 힐끔힐끔 김태형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박지민이 나를 불러왔다. 그에 응? 하고 답하며 박지민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웃는 얼굴을 한 박지민이 전화 왔길래. 하며 내 휴대폰을 가리켰다. 그에 시선을 옮기니 진동 소리와 함께 '정은이' 라는 이름이 화면 위로 떠 있었다. 정은이? 정은이가 누구야. 많이 들어봤는데.
'우리 단둘이 술마셨던 날. 너가 이정은이랑 싸우고 술로 화풀이 하던 날. 기억나?'
순간 오늘 아침 김태형과 나눴던 대화들이 생각났다. 아. 나랑 싸운 친구. 왜 싸웠지? 화해는 한건가? 이어 혹시나 김여주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다급해진 나는, 얼른 김태형과 박지민을 먼저 식당 안으로 보냈다. 그리곤 걸음을 옮겨 사람이 조금 없는, 횡단보도 옆 길가로 나갔고, 혹여나 전화가 끊길까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너 나랑 화해한거 아니었어? 왜 연락을 안봐. 죽을래?'
"어? 아, 요즘 바빠서 그랬,"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너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아? 우리 언니 남친 생일이잖아. 너가 같이 축하해주겠다며! 사과의 의미로 나랑 같이 노래 불러주기로 했잖아!'
"...아, 오늘이야? 어떡하지. 나 지금 밖이라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너 진짜 나랑 다시 싸우고 싶어? 내가 그 날 시간 비워놓으라고 우리 언니 달력도 훔쳐서 너한테 줬잖아! 진짜 죽을래?'
"...그거 너네 언니 달력이었어?"
'그럼 누구 달력이겠니. 너 진짜 못와? 언니한테 너 온다고 말해놨단 말이야. 응?'
어떡하지. 옷차림도 좀 그렇고.. 차마 통화를 끊지 못한 채 중얼거린 내가 한참을 망설이자, 야 됐어 됐어. 오지마. 하고 답한 이정은이 갑자기 전화를 툭 끊었다. 그에 당황한 내가 뒤늦게 갈게! 갈게! 를 외쳐보였지만, 이미 통화는 끊어지고 난 이후였다. 휴대폰 비밀번호를 모르니 다시 전화를 걸 수도 없고. 그에 한숨을 푹 내쉬며 검은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 딱딱한 무언가가 내 팔을 치고 지나쳤다.
"죄송합니다."
그 탓에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떨어져 바당을 나뒹굴자, 나도 모르게 조그마한 외마디 욕을 읊조렸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남자는 한번 더 죄송해요. 하고 말하며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들었고, 후. 하고 화면에 붙은 먼지를 털어 내게 건넸다. 뭐지? 왜 목소리가 익숙하지? 누구 목소리길래 이렇게 익숙하,
"....김여주?"
+드디어 등장인물 다 나왔습니다 하하
첫댓글 윤기라니... 윤기라니.... 진짜 웬일입니까ㅠㅠㅠㅠㅠ 이런 대환장파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세상에 잠시만요 ㅠㅠ 윤기까지 등장 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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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ㅠㅠ 정말 대환장파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