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현의 느낌표가 있는 풍경 간이역 이야기(5)-원주 간현역
다시 시작하는 중앙선의 간현역
최원현
nulsaem@hanmail.net
내가 살지 않았어도 살았던 것처럼 정이 가는 곳이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번 가봤는데도 정이 드는 곳이다. 지금은 아들네가 직장 때문에 거기 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왠지 정이 가는 곳, 원주가 그런 곳이 아닐까싶다.
강원도 원주 하면 치악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엔 그에 못지않게 소금산과 간현을 말한다. 간현(艮峴)은 섬강과 삼삼천의 물이 하나가 되는 지점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소금산이 있어서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곳이다.
흐르는 강물과 기암괴석 그리고 울창한 숲과 백사장이 사람의 마음에 앞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섯 곳에 50개의 암벽 등반 코스가 있다는 소금산은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원주 하면 단연 소금산이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에 위치한 역이 간현역이다. 하지만 변화의 물살이 어찌 여기라고 그만 두겠는가. 2011년 중앙선의 간현역도 폐쇄가 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게 되었다. 그런데 2018년 1월 소금산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생기면서 다시 간현이 떠오르고 있고 특히 2011년 이후 기차가 다니지 않던 간현역은 레일바이크역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간현역(艮峴驛)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에 위치한 중앙선의 역으로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1958년 8월 18일 역사(驛舍)를 준공하여 간이역으로 50년간을 사람들과 같이 했다. 그러나 1990년 1월 1일부로 수소화물이, 2006년 11월 15일엔 화물취급까지 중지된 후 2011년 12월 21일 폐역(廢驛)이 되면서 모든 여객취급을 이웃 동화역에 넘겨주었다.
사람이 늙으면 죽음을 맞듯 기차역을 보면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이 간현역으로부터 중앙선은 본격적인 산악코스로 진입이 되었었다.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의 일부 무궁화호가 이 역에 정차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온다. 빨간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까지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간현역으로 돌아오는 간현역의 새 이름 원주레일바이크에선 터널 속 특별한 풍경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감흥의 시간도 갖게 된다.
카메라를 철로로 향하면서 이곳을 달려갔을 수많은 기차들을 그려본다. 그 기차에 탔던 사람들의 사연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슬픔도 기쁨도 함께 싣고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이곳을 지나갔을 무궁화호 열차와 그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할아버지 모습에서 아이의 모습까지 눈앞에 하나씩 정렬해 서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빨리 차에 오르란다. 판대역까지 가는 빨간 풍경열차다. 그래 이런들 어쩌며 저런들 어쩌랴. 이렇게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만나는 곳이 되었으니 좋은 일 아니겠는가. 굼벵이에서 나방이 되는 우화(羽化)까지는 아니라도 이만한 변신으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간현역, 너의 새로운 변화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역사(驛舍) 위에 다시 사람들의 행복이 쌓인다고 생각하니 그냥 내 맘도 즐겁다.
격월간 [그린에세이] 2018년 9.10월호
최원현
수필가·문학평론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사)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사)한국수필가협회 사무처장. 한국수필작가회장·강남문인협회 회장(역임). 한국수필문학상·동포문학상대상·현대수필문학상·구름카페문학상.조연현문학상·신곡문학상대상 수상, 수필집《날마다 좋은 날》《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등 17권. 《창작과 비평의 수필쓰기》등 문학평론집 2권. 중학교 교과서《국어1》《도덕2》 고등학교 《국어1》《문학 상》 등 여러 교재에 수필 작품이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