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813 Schwarzsee 역 훼르니 산장 가는길 훼르니 산장 20180815
오늘 낼 이틀간 날씨가 맑다고 한다
어제와는 비교되게 가이드팀들이 많이 몰려들어 산장이 북적댔다
새벽4시 훼르니 산장서 제공하는 조식빵을 먹고 배낭정비했다
산장 계단을 오르내리기에도 숨이 가쁘지만, 이틀간 두번이나 마테를 오르내린 경험치로 자신감은 많이 붙었다
4시 20분전에는 가이드 등반팀들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는 글귀가 써 붙어있다
5시20분쯤 출발 이제 정말 마테호른을 올라야한다 긴장감으로 몸이 팽팽해지는듯 하다
어제 올라왔던 높이까지 힘들다는 생각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펼쳐진 구름위로 떠오르는 찬란한 햇살은 환호성을 자아낼만큼 멋졌다
아~뭐야! 마테호른 별거 아니네 고독길보다 쉬운거 아냐~~ 라며 지연과 희희낙낙하기도..
서울을 떠나오기전 여차하면 못 돌아올지도 모를거란 말을 주위 사람들한테 농담처럼 해두었었다
솔베이산장 11시 20분쯤 도착 침낭과 식량등 두고가도 될 물건을 빼고 배낭을 재정비했다.
"지연"이 고소증상으로 어지럽다고 한다 대장이 지연의 피켈과 짐을 더 부담했다
솔베이산장부터 정상까진 바람과의 사투로 엄청 힘들거란 얘기는 수없이 들었었건만...
맘 한켠에선 우리만큼 훈련하지 않았던게지~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 는 오만함이 스멀거린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섣불렀던 치기가, 나불거렸던 내 입술이, 얼마나 시건방진 생각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달았다
머리는 차가워지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졌다 마테를 우습게 본 응징을 당하는거 같았다
지연이 고소증상과 추위로 입술이 새까매지더니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했다
큰일이다 지연이 잘못되면 우린 어찌해야되나?
하늘에서 쉴새없이 시끄럽게 비행하는 헬리콥터 때문에 더 정신이 없고 심란하다~~;;
대장이 갖고온 빨강 두꺼운 우모복을 지연에게 덧입히고 나는 지연이 체온이 떨어질새라 온몸을 때리듯 맛사지 해줬다
설상등반 시작점에서 크람폰 한쪽 차는데도 숨이 가쁘고 힘이 쭉 빠진다
간신히 양쪽 크람폰을 차고 일어섰다 드뎌 설상등반이다. 설상구간은 그동안 해온 빙벽에 비하면 그리 어렵진 않은 구간이지만 몰아치는 바람과 고소탓에 숨은 턱에 차고 목까지 콱 잠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호스달린 물병은 입구가 얼어 숨차게 빨아도 물이 안나온다 제길!!!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쪼가리를 입에 넣고 침으로 녹여보려 하지만 마치 톱밥 같다
혈액순환 장애로 차가워진 내 손가락은 장작처럼 뻣뻣해지더니 시퍼렇다가 하얗게 굳어져간다 동상 걸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마구 비벼댔다
엄마위해 기도해준다고 한 아들과 살아돌아오라며 내손목에 주술담긴 팔찌를 채워 보내준 선배의 응원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힘을 내야지 할 수 있다. 참을 수 있다"
앞서가던 지연이 무언가를 떨어뜨리는데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 액션캠~~~ 어떡해!!!!!!" 지연의 탄식섞인 비명이 허공을 가른다
이번 등반 영상을 책임지고 액션캠을 헬맷에 달고 심혈을 기울여 찍었었는데...
그 허망함이란...
문득, 자기의 민낯을 감추어 뭋 산사람들이 마테를 쉽게 넘보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마테의 큰뜻은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허탈함을 위안해본다 제정신인듯 아닌듯 미친듯이 오르다보니 어느덧 성모상이 보이고 정상이닷!!!
2018 08 15 수요일 오후 3시 56분
정상은 예상외로 따뜻한 곳이 있었다
햇볕이 화사하고 바위까지 따끈하다 황급히 장갑을 벗어 얼어붙은 손을 녹였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비상식을 입속으로 우겨넣는다..
내려갈길을 염려하는 대장을 뒤로하고 이탈리아 정상을 보겠다고 기범이 좁은 설사면을 걸어나가고 꼭 가보고 싶었던 나도 말없이 기범뒤를 따라나섰다
급하게 십자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또 미친듯이 하산이다
세번의 하강후엔 안자일렌으로 클라이밍 다운이다
치고 내려가는 대장뒤로 지연이 놀라울정도로 잘 따라붙는다
더 늦기전에 솔베이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종국씨 독촉에 더 빨리 다운~ 다운~~
하산길이 등반보다 더 어렵다고 무수히 들었었는데... 한번의 길실수도 없이 빠른속도로 내려간다 대장의 능력인가? 하늘의 도움인가? 가늠하기도 벅찬 순간들이었다
드디어, 솔베이 산장도착 살았구나!!!
다 무사히 내려왔구나!!!
긴장에서 벗어났음인지 끓여준 전투식량이 목으로 삼켜지질 않는다--;;
솔베이 산장에서의 비좁음과 추위쯤은 행복한 비명일 뿐이다 ~^^
무릇, 잘되면 제탓, 못되면 조상탓이라 했지만 이번 원정대원 전원 정상등정의 성과에 내탓은 없는 듯 하다
그동안 바쁜 시간 쪼개 세심하게 계획하고 밤잠 설치며 루트점검하고 대원들의 컨디션까지 독려한 대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진심으로 고맙고, 함께한 대원들 눈물나게 자랑스럽다
잘 버텨준 내 무릎과 다리에게도 건배를!!!~^^
멀리서 응원을 보내준 앙끄르 회원들에게도 감사 드리고 다음엔 더 많은 인원이 출정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 08 16 11시 20분 훼르니 산장 하산 후 진정한 " 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