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휴가기간에 가족끼리의 여행은 가지 못하고, 소소한 서울 나들이를 했다. 그중 하나로 홍대 난타를 보러갔었는데, 개인적으로 홍대는 지금의 와이프와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여, 예전 추억을 회상하며 글을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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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입구역은 나와 아내가 처음 만난 장소이다. 지인에게 아내를 소개받고 서로의 사진을 교환한 상태라 만나면 쉽사리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받은 사진은 아내의 대학 졸업사진. 내가 건네준 사진은 회사 입사 사진.
프로필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실물보단 사진이 조금이라도 나아보인다. 사진이 실물보다 못하다면 그 사진관은 초고속으로 망하겠지...이따금 내가 미혼 친구들한테 사진은 참고 자료일 절대지표로 삼지 말라고 충고한다. 여하튼 사진을 보고 통화를 몇 번 한 상태라 처음 만났을 때 친숙은 했지만 서로의 얼굴이 사진과 매치되지 않는 뭔가 모를 분위기...첫 대면의 어색한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아내와 처음 만난 날은 2006년 6월 24일. 전날 나와 아내는 늦게까지 월드컵 경기를 본 상태였다. 나는 문학경기장에서 단체로 응원을 했고, 와이프는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응원을 했었다. 그래서 아내와 약속을 잡은 날은 서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나는 약속장에 면바지와 남방의 편한 차림으로 나갔다. 반면 아내는 나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써서 나온 것 같았다. 미스코리아 사자 머리까진 아니지만, 머리는 적당히 부풀어 올라 있었고, 옷도 레이스가 달린 옷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처음만나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이동을 했는데, 여기서 나의 엄청난 실수가 발생하는데..
약속장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미리 블로그 등을 보고 정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약속시간보다 일찍 홍대에 도착해서 약속장소를 물색했지만 마음에 드는 커피숍을 발견하지 못하고, 약속시간이 되어 아내와 만난 것이다. 6월이라 날씨는 덥고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에라 모르겠다, 걷다가 커피숍 나오면 그냥 들어가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걸어갔다. 하지만 그 많던 커피숍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들어간 곳이 '크리스피 도넛' 이었다. 그 당시 이게 도넛츠 가게 인지도 몰랐다. 첫인상부터 구긴샘이었다. 그래도 나의 젠틀한(?) 인상 때문인지 나와의 만남이 아주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도너츠 가게에서 차를 마신 후 점심 때가 되어 식사할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 레스트랑 같아 보여서 들어간 곳은 된장찌개 집이었다. 와이프 한테 2연타를 날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청춘 남녀가 만나는데 장소가 중요하랴...우리는 서로 재미있게 얘기하고 식사 이후에 지금 말하면 '프리마켓' 정도의 벼룩시장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을 하였다.
나는 아내에게 머리핀을 선물로 사 주었고, 아내는 내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아마도 그 책을 내게 사준 것은 나보고 좀 준비성 있는 '인간'이 되라는 의미 같았다. 그 이후 결혼해서 아내가 첫째를 가졌을 때 태명을 '크리스'로 지었다. 우리가 크리스피 도넛츠 집에서 처음 만난 것을 상기하며....
홍대는 이렇게 나와 아내에게 처음만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그 때보다 훨씬 핫 플레이스가 된 곳..
그 곳에 오랫만에 아이들 손을 잡고 '난타' 공연을 보러 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연장에 가려 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 차를 가지고 갔다. 그래서 점심에 주차가 가능한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그래서 찾은 식당이 '젠 하이드어웨이'~~뭔가 좀 있어 보이는데 생각하며, 차를 몰고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식당계단을 오르는데, 둘째 아이가 묻는 말 " 여기 비싼 식당이야?" 난 속으로 '나도 잘 몰라', '그냥 주차가능 하다고 온거다' 이렇게 혼자말을 했다.
테이블에 앉아, 웨이터가 건네준 메뉴판을 쭉 훑어 보았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제 왠만한 레스토랑 가면 십만원정도 나올날도 머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공영주차장에 차를 옮긴 후 걸어서 난타 전용 극장까지 걸어갔다. 오랜만에 홍대 거리를 걷는 기분을 천천히 느끼려 했지만, 더운 날씨와 내 양손을 잡고 있는 사내녀석들의 거추장스러움은 나에겐 그냥 '길'일뿐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밖에 더움을 잊게 할 만큼 시원했다. 또 난타 공연이 한국의 10대 볼꺼리에 속한다고 해서인지 외국인들도 제법 보였다. 한국의 나머지 9대 볼꺼리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공연에 집중하기로 하고, 아이들 한테 무대앞에 서 보라고 하고 찰칵!
난타는 두드림이 바탕이 되는 공연이다. 주로 주방 배경으로 칼을 가지고 현란한 포퍼먼스와 함께 박자를 맞추어가며 신명나게 두드린다. 나는 이 울림이 좋다. 무대위에서 만들어진 주기적인 진동이 주위로 멀리 퍼져나가 관람객들을 들썩들썩 요동치고 유쾌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유쾌한 공연은 내가 속한 현실 세계를 벗어나 그 속에 빠져들어 자신을 내던지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본업으로 하지 않아도,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루어 즐길 줄 안다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아니 굳이 음악으로 한정시키지 말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창조적인 예술행위를 이따금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냥저냥 살아가는 삶보단 좀 더 재미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아직까지도 내 자신이 머리속으로 그러한 삶을 갈망하면서도, 행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창조성에 불씨를 지필 일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겠다는 다짐을 하며 공연장을 나왔다.
과학적인 예술가는 드물어도, 예술적인 과학자는 많다고 한다. 그들의 창의적인 발상은 예술적 행위를 통한 영감에서 많이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너무 경직되고 딱딱한 세상은 재미가 없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낯이 두꺼워 진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 또한 스스로 점점 낯이 두꺼워 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안하무인' 격인 두꺼움이 아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예술적가치 추구에 내 두꺼워 질 '낯'을 사용하고 싶다.
첫댓글 다른 공연 사진도 몇 장 있으면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공연사진은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서 사진이 없네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