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929년 조선박람회에서 서양의 소셜 댄스를 춘 일본과 조선의 기생들
1908년 기생에 대한 관리감독이 장악과에서 경시청으로 이관되었고, 기생은 기생조합과 권번에 소속해 활동하게 되었다. 기생의 활동 기반과 방식이 바뀌자 춤도 바뀌었다. 둘째, 1900년대 협률사,광무대,장안사,단성사 등의 서양식 극장이 생기고, 극장을 중심으로 춤이 공연되기 시작하면서, 열린 무대가 아닌 액자형의 전면 무대에 맞게 춤의 구성이 변하였다. 또한 계급별로 다르게 유통되던 춤이 극장을 매개로 유통되게 되었다. 관객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춤꾼은 출현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민족문화백과사전, [근대춤]에 대하여
조선총독부는 1929년 항일강제병합 20년을 기념하기 위한 잔치를 벌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조선박람회다. 일본의 조선 지배를 대내외적으로 정당화하고, 조선인들로 하여금 일본 식민지 지배가 성공적이었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국가적 행사였다. 일제는 한일강제병합 이후 조선왕조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지우려고 시도했다. 도시계발을 구실로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도로를 만든 것이 증명해 주듯 왕궁의 담과 성벽을 무너뜨려 도로를 만들고 서소문 돈의문 등 남대문 동대문을 제외한 성문들을 여기저기서 헐어냈다. 그래서 조선박람회의 장소도 경북궁 안으로 정했다.
조선박람회 개최를 위해 관변단체인 경성협찬회를 만들어 경북궁 경내에 16개의 전시관을 세우고 1929년 9월 12일 부터 10월 31일 까지 무려 50일 동안 사회경제,문화 등 22개 분야의 전시를 지속했다. 이미 1915년에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시정 오년 기념 조선물산 공진회]가 역시 경북궁에서 열렸었다. 그러나 1929년 열린[조선발람회]는 그 규모면에서 1915년 행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1915년 식민지 지배 5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그랬지만,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연예관]이고, 그곳에서 춤을 추는 기생들이었다. [연예관]은 경복궁 근정전 근처의 대지 300평에 2층 규모로 세워져, 1층 600석 2층 200석 등 총 800석을 갖춘 634평의 목조건물 부터 10월31일 까지 50일동안 연애관을 관람한 관람객은 총58,435명이고 입장권 수입은 17,889원이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1,169명이 [연예관]을 관람한 것이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기생들의 춤은 인기가 좋아 조선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일본 기생들과 경성에 있는 기생조합인 조선권번, 한성권번, 한남권번, 경성권번 등 4개 권번 소속의 대표 기생들이 총출동해서 춤을 추었는데, 일제는 기생조합에 소속이 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생들이 활동할 수 없게 포고령을 내렸었다. 조선 기생들은 [조선박람회]에서 전통적인 조선춤 보다 오히려 서양춤을 더 많이 추었다. 조선권번에서는 15종을 ,한성권번에서는 11종을 한맘권번에서는 17종을 경성권번에서는 7종의 서양춤을 선보였다.연예관의 공연은 1일 2회를 진행되었는데,4권번 소속의 기생들은 50일 동안 교대로 모두 45종의 서양춤을 춘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1917년 다동기생조합의 정기발표인 온습회에서 기생들이 처음으로 무대에서 서양춤을 춘 후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다양한 서양춤을 배우기 시작해서 레파토리가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기생들은 1920년대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미 유럽의 포크 댄스 소셜 댄스 등을 섭렵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춤을 추는 게 가능했다.
춤의 목록을 보면, 찰스톤이나 폭스트롯, 폴란드의 마주르카, 장화를 신고 추는 코사크족의 민속춤인 코파크,애스빼냐 등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춤의 이름이 보이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차용된 외래어여서 부정확한 것들도 많다. 그중에 조선권번에서 춘 춤의 목록 중에 치페라리라는 춤이 있는데 ,혹시 차카레라의 일본식 음차가 아닌가 짐작된다. 일본 기생들도 다양한 서양의 소셜댄스를 추었는데,땅고라는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아 아쉽지만, 땅고가 당시 세계적으로 선풍적이 인기를 끌며 대표적인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45종의 서양의 포크 댄스와 소셜 댄스가 공연된[조선박람회]에서 땅고가 공연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글/오딧세이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