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리분지>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한 평지다. 차를 빌려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았다. 운전하다 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험하게 오르막만 내리막만 있는 곳은 처음이다. 운전하다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끝없이 올라간다 싶었는데 갑자기 조금밖에 내려오지 않은 곳에서 거짓말같이 평지가 나타나고 밭이 평평한 곳에 한참이나 펼쳐지는 곳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나리분지, 도연명 도화원기의 무릉도원같은 곳이었다. 전쟁이 나서 피난하여 한참 살았는데 어느새 수백 년이 지나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었다는 유토피아, 샹그릴라같은 동네 말이다.
마치 프랑스 아름다운 마을 '페루즈' 같기도 했다. 전쟁을 피해 멀리 높은 곳으로 적군의 손이 안 닿는 곳으로 와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마을하고 교류가 끊어지면서 자신들만의 풍속과 문화를 보존하고 주택양식도 그대로 보존하여 이제는 프랑스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다. 역사적 전통적 특성을 많이 보유한 '아름다운 마을'이 된 것이다
이곳도 특별한 주거양식이 남아 있다. 이른바 너와투막집과 억새투막집이다. 너와와 억새로 지은 집, 신산한 시절의 산물이지만 매우 자연친화적인 집이다. 그나마 많지 않고 서너집이 보존되고 있을 뿐, 마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이곳만의 건축물을 준비하고 오래 보존해갔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곳은 사람으로 하여 더 아름다워지고,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완성된다. 너와투막집은 울릉도가 최적지이고,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울릉도밖에 없다. '너와투막마을'을 만드는 것은 어떤가.
먹을만한 식당이 몇 군데 있다. 관광버스도 들르는 관광객들 단골코스지만 사실 눈에 띄게 볼만한 것이 별로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산채마을 등 야영장도 별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방문일 : 2019.10.30

나리분지는 화산의 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서 평원이 된 곳이다. 따라서 물이 투과해버리므로 논농사가 불가능하여 볼 수 있는 평원에서는 밭농사만 짓고 있다. 개척당시에는 93호, 5천의 주민이 살았다.
나리분지에서 투과된 물이 지면과 만나는 곳이 봉래폭포이다. 3단으로 떨어지는 봉래폭포의 1단 지층이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조면암은 나리분지의 바로 아래 지표면인 부석층이 투수층으로, 투과된 물이 그 아래층 불투수층인 조면암 위로 흘러가게 되는데, 그 물이 지표면에 노출된 곳이 절벽이다. 그래서 폭포로 떨어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봉래폭포이다. 힘들게 돌아온 곳이 바로 봉래폭포의 수원지, 공급지인 것이다.
물이 다 빠져나가 폭포가 되어버리고 물을 안지 못하는 땅은 평지이지만 척박하기만 할 뿐이다. 이 척박한 땅을 터전으로 삼고자 한 초기 개척민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었겠는가. 그러다 보니 말그대로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할 지경이었는데 이 일대에 자생하는 섬말나리가 구황식물이 되어 주었다. 눈속에서도 싹이 올라오는 나리가 목숨을 연명케 했으니 자주 입에 올렸으리라. 그것이 이름이 되어 '나리골'로 불리다가 분지형 마을의 특성을 반영하여 나리분지가 되었다. 지금도 나리가 많이 자란다.
울릉도 독도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울릉도에 19개의 지질명소가 있다. 나리분지에 그중 4개 알봉, 용출소, 성인봉원시림 등이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전선이 보여서 어찌 된 거냐고 물으니 군대용으로 관광객이 탈 수 없는 거란다. 케이블카를 운영할 만큼 관광객이 오지는 않는 것이다.








너와집, 너와는 지붕을 이는 기와처럼 된 널빤지이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느에', 능에'라고도 한다. 강원도 지방처럼 벼농사가 힘들고 산림이 무성해 나무를 구하기 쉬운 지역에서 주로 쓰인다. 강원도 외에 북한 개마고원 등 함경도 지역 및 평안도 산간지역에서 주로 사용한다. 벼농사 후에 나오는 볏짚을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너와집은 초가집처럼 정기적으로 지붕을 갈아 이어야 한다. 너와의 수명은 길게는 10년~20년이자만 2,3년이 되면 부식된 너와를 갈아줘야 한다.
너와는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는 데다 울릉도는 바람이 심한 지역이어서 이를 방지하려면 무거운 돌을 얹어 놓아야 한다. 지금 이 너와집에서 그것을 잘 볼 수 있다.
너와집은 너와를 초가지붕처럼 빽빽하게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너와 사이가 뜨게 되는데 그 사이로 공기가 빠져 나가 여름에는 집안이 시원하다. 겨울에 적설이 많은 지방에서는 눈이 쌓이면 내부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보온 효과가 크다.
울릉도는 화산지대로 물이 투수되어 버리고, 평지가 별로 없는 산간지대로 논농사를 짓기 어렵다. 평지인 나리분지에서 논농사를 짓지 못하는 이유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쌀이 육지에서 들어온다. 거기다 향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어서 너와집 짓기에 좋은 자연여건을 가지고 있다.
너와집은 산림보호 등의 이유로 점점 없어졌다. 강원도 삼척 도계읍에 두 채의 너와집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울릉도에는 나리분지에 이 너와집이 한 채 중요민속자료256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었다. 투막집은 세 채, 그중 두채는 중요민속자료 한 채는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2017년에 아래 사진의 투막집과 함께 국가민속문화재 256호로 상향 조정되어 국가급 문화재로 격상되었다.

벽체를 투막집, 즉 귀틀집 형식으로 지은 후 바람을 막기 위해 밖에는 억새로 '우데기'를 엮어서 씌웠다







너와를 돌로 눌러 놓은 지붕을 잘 볼 수 있다.

지붕은 너와, 기둥은 투막이다. 그래서 너와투막집이다. 투막집의 다른 말은 귀틀집, 보통 귀틀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안남도에서는 방틀집, 목채집, 평북에서는 틀목집, 강원도에서는 투방집이다. 울릉도에서는 강원도와 비슷하게 투막집이다.
투막 사이로는 진흙을 발라 바람을 막는다. 밖으로는 우데기를 친다. 진흙을 메우지 않고 두면 두 방 사이가 서로 들여다 보인다.
귀틀집의 소멸은 도시화와 비례한다. 정교한 기술 없이도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어서 산간 지대의 화전민들이 지은 집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온다.







여기까지 너와투막집. 이 너와투막집은 너와이면서 투막인 경우로 유일한 문화재다. 너와집은 삼척의 두 집이 있으나 귀틀집은 울릉도 것만 지정되었으니 이 집이 국내 유일의 문화재 너와투막집인 셈이다.
*억새투막집
다음은 억새투막집이다. 벽을 억새로 친 귀틀집을 말한다. 귀틀집, 울릉도에서는 투막집이라고 불리는 귀틀집은 울릉도 것만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붕을 억새로 이고, 외벽, 즉 우데기도 억새로 덮었다.




투막집을 짓는 과정을 재현해 놓았다. 투막과 억새단을 볼 수 있다.



벽체를 투막으로 만든 것이 뚜렷이 보인다.





억새투막집

*나리분지 관광지





나리분지 관광로에는 생태탐방로와 야영지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별로 활성화되어 있는 거 같지 않다. 지금 성수기인데도 관광객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제안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도 특별한 천혜의 관광단지다. 차를 운전하고 올라와보면 이곳이 얼마나 구불구불 험난한 길을 높이 올라야 이를 수 있는 먼 길인지 알 수 있다. 구절양장이 물도곤 어려워라, 구불구불한 길이 물보다 힘들다는 옛시조가 생각날 정도이다. 구불구불 힘든 길에 멀미가 날 정도다.
그런데 도착해보면 울릉도 유일의 평지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논은 없지만 밭이 이렇게 넓게 평지로 펼쳐져 도화원이 따로 없다. 말 그대로 별천지다. 무릉도원은 전설의 공간이니 그렇다쳐도 프랑스 페루즈 마을에 이른 느낌, 전혀 마을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봉우리 끝에 있는 마을에 이른 느낌이다.
그런데 기대는 순간 실망으로 변한다. 문화재 투막집 몇 채를 빼면 식당 몇 집이 보일 뿐이다. 이 좋은 공간을 이렇게 비워두고 도동항에만 오잘오잘 사람들이 모여살며 관광객과 차들이 골목길에 항상 엉켜있다.
이곳에 '너와투막마을'을 만들면 어떨까. 너와투막집은 문화재로는 유일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멋있게 새로운 공법으로 지어서 여러곳에서 살고 있다. 귀농, 귀촌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제손으로 집을 지어보고 싶은 자연친화적이고 건축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전통을 멋있게 계승하여 살고 있다. 그렇게 지으면 현재 이 집처럼 불편하지 않고, 수리의 부담도 덜고, 실용성 있고 살고 싶어하는 집으로 만들 수 있다.
이미 해안 일주도로도 완성되었고, 호화여객선 운행 계획도 이루어졌으며 공항 부지도 결정되어 바야흐로 울릉도는 관광지로서 높은 이름을 예약하고 있다. 그러나 2,3일 돌아보면 더 있을 공간은 아니다. 모노레일 같은 것은 자연훼손이 우려되기도 한다.
'너와투막마을'은 조성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짓는 투막집은 상가나 숙소 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억새 대신 회칠과 황토로 투막의 틈을 메워 치유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미 그렇게 지은 집들이 많이 있다.
전주한옥마을도 역사가 오래지 않다. 190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단지로 주택업자가 지어 판 집들이 100년 남짓 역사가 지나는 동안 아시아의 명물이 되었다.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이 1년에 천만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 한옥은 기와집이 아니라 너와투막이니 희소성 때문에도 더 빨리 입소문이 나고 유명해질 수 있다. 한옥이 아닌 초가만으로 된 민속마을은 낙안읍성을 들 수 있으나 한적한 관광객, 초가집의 활용도 등으로 봐서 별로 성공한 거 같지 않다.
울릉도는 자연경관과 특별한 식재료가 전주한옥마을이 음식의 보조를 받는 것처럼 보완 관광재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울릉도 한달살기 관광객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되도록 자연은 그대로 보존하되 문화재급 관광재를 만드는 것이 울릉도가 관광지로 나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자연 풍광 +한국적, 전통적인 것 + 음식'으로 한국을 관광지로 만드는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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