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은 그 도시의 얼굴이다. 국립박물관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얼굴만큼 품위있고, 얼굴만큼 전시물도 다양하다. 넓이도 지지 않는다. 거기다 한글박물관을 끼고 있어 박물관 권역으로서의 의미도 확장되었다.
앞에 커다란 연못과 그 안의 정자까지 전망도 좋다. 다행히 근처 조경도 답답하지 않다. 아파트군은 조금 멀리, 전망을 헤치지 않고 도심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줄 정도만큼의 거리에 있다.
입구에는 커피숍건물과 푸드트럭 군 사이 계단, 멋드러진 대나무 사열을 받는 계단도 보조로 쓰면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중앙 계단이 완만하게 본채 건물로 향한다.
어린이박물관과 상설박물관 사이 거대한 캐누피 아래 높다랗게 쌓인 계단에는 박물관 관람을 온 단체 학생들이 그룹을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왁자하게 자리잡고 떠들고 있다. 관람객들 수도 어지간하고 전시를 보는 태도도 진지하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나 바티칸박물관만은 못해도 북경, 상해박물관보다 나은 거 같고, 기타 어지간한 나라 박물관보다 나은 거 같다. 일단 건물 위용은 국립으로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는 거 같다. 전시물 또한 주요전시물과 보조전시물, 상설전과 특별전의 조화를 잘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내 식당도 다행히 한식집이 있다.
그럼에도 한끗 부족한 거 같다는 느낌, 앞의 푸드트럭도 어지럽고, 전시도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 구내 한식당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2005년 용산으로 이전했던 무렵 덩그마니 크기만 했던 느낌, 건물에 압도되기만 했던 느낌에 비하면 훨씬 내실을 더한 느낌이기는 해도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종일 관람할 만한 문화재가 들어차 있고, 구경하며 밥먹을 수도, 차를 마실 수도, 그냥 돌아가기 섭섭하면 사가지고 갈 기념품 판매소도 있다. 야외 전시장까지 보고 욕심을 내 경내 산책까지 하려면 이틀도 모자란다. 마음과 몸 모두 소풍 오기 딱 좋은 곳이다.
오늘의 특별전은 에트루리아특별전이다. 사명대사유묵전과 베트남유물전시도 있다. 사명대사유묵전과 베트남유물 전시는 간단한 유물 몇 점만이어서 실망스럽다. 특히 베트남은 국립박물관 교류전인 거 같은데, 규모와 전시물이 기대 이하다.
에트루리아특별전은 아득한 시대, 생소한 지역, 생소한 문화임에도 그 압도되는 위용에 숨죽이며 한 관람이었다. 이런 전시를 통하지 않고서는 참으로 만나기 힘든 생소한 문화와의 상견례가 즐겨웠다.
방문일 : 2019.10.23.
























사명대사로 잘 알려진 사명四溟 유정惟政(1544-1610)은 조선 중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禪僧이자 임진왜란(1592-1598) 때 의승군義僧軍을 이끈 승병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후 왕명을 받고 일본에 가서 전후 처리와 포로 송환을 위해 활약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명대사 유묵은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후 강화와 포로 송환 협상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1604-1605) 교토에 머물며 고쇼지의 승려 엔니에게 남긴 것입니다. 여기에는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이끌어 백성을 구하고자 한 마음과 구도자求道者라는 승려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한 사명대사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박물관 홈피)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던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를 개최합니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100년경까지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 지역에 있던 고대 국가입니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은 지중해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시 역사가들은 에트루리아인들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다른 태곳적 사람들”이라 여겼습니다. 베일에 싸인 그들의 기원과 언어, 종교는 에트루리아인들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탄과 매력을 자아냅니다.
로마 문화의 근간을 이루지만 아직 그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에트루리아. 이번 전시는 에트루리아의 문화를 살피며, 우리의 문화적 시야를 넓히고자 마련되었습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약 300점의 전시품에는 에트루리아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세계관, 종교관, 사후 관념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천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리 앞에 펼쳐진 에트루리아의 다양한 유물들은 죽어서도 현재의 삶이 이어지기를 바랐던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합니다. 세련되고 신비로운 고대 유럽 문명의 하나로, 로마의 근간을 이룬 에트루리아. 이제 그 문명의 숨결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에트루리아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여전히 보석과 와인,
그리고 춤을 추기 위한 연주용 피리가 있는 삶의 즐거운 연장이었다.
황홀한 축복, 천국도 아니었고, 고통의 연옥도 아니었다.
그저 풍요로운 삶의 자연스런 연장이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생명, 삶이란 관점에서 본 것이다.
(박물관 홈피)





우아한 분위기의 한식당이다. 참 다행이다 싶다. 박물관은 내국인도 오지만 외국인이 그 나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꼭 들르는 곳이다. 그런 곳에 양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만 있으면 체면이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문화를 알릴 기회를 잃는 손해가 매우 클 것이다.
식당도 호수를 낀 아래편에 있어 전망도 그만, 실내 장식의 품위도 그만이다. 음식도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나타난다. 감소스라든가, 후식 오미자차라든가, 오방색이 배려된 색상의 조화라든가 등등이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격조가 있다. 호박죽도 진하고 달달한 것이 아니라 쌀을 갈아 넣은 듯 묽고 달지 않은 것이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섬닷하다는 느낌, 29,000원짜리 밥상이라기에는 뭔가 흡족하지 않은 느낌이 있다.
맛이나 상차림 분위기는 어지간하니 이 한끗을 채워넣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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