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낼때 제일 중요한 것, 또는 제사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흔히는 "제사의 대상이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말할 겁니다. 흔히 하는 제사, 즉 向壁設位하는 제사의 경우, 물론 그러합니다. 하지만 동학식의 제사법 즉 向我設位하는 제사의 경우, 제사의 대상인 귀신보다는 오히려 제사의 주체인 나, 즉 삶의 주체인 인간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요컨대, 향아설위의 제사법에 따르면, 누구를 모시는 제사인가보다 누가,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떤 방식의 제사를 모시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올해는 갑오년, 즉 동학농민전쟁 120주년 즉 두갑자가 되는 해입니다. 해서 우금티 위령제, 특별하게 치루어 보기로 했습니다. 제주와 제사 방식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에 알려 드렸듯이 지난 9월 1일 전농측에 우금티제사의 제주가 되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가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결의를 거친 상태는 아니나, 어제 전농 의장과 사무국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해서 어제 우금티 운영위원회에서 '10월 26일 우금티역사축제'와 11월 11일(농민의 날, 우금티 전투 마지막날 = 제삿날) 제례 행사를 분리해서 치루기로 했습니다.
10여년 전 전농 충남도연맹, 전북도연맹과 함께 <황토현에서 우금티까지>라는 행사를 주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전북과 충남 각지에서 모여든 농민들(반트럭 3-4백대)이 우금티에 모여 제례를 지내고 폐정개혁안을 발표하고, 문화예술적인 형식(퍼포먼스?)으로 자신들의 요구와 바램을 표현하는 행사를 펼쳤는데, 저는 무척 보기가 좋아더랬습니다. 그때 동학농민전쟁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 또는 향아설위하는 제사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동학농민전쟁 120주년을 맞이하여 여러 지역에서 그 나름의 기념행사를 치렀거나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충청남도의 경우, 11월 초 쯤 내포신도시에서 심포지움과 동시에 유족들을 위로하고 치하는 행사를 치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업회는 여러가지 이유로 늘 하는 '역사축제' 이외에 특별한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리 사업회 이사인 농민회 회원분들의 발의와 동의 가운데 전농을 제주로 하여 이번 제례 행사를 치루어 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그 제안을 전농측이 받아들인 겁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인지, 사람마다 다 다를 겁니다. 하지만 일하는 민중들이 기억과 기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향아설위하는 제사,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좀더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우금티사업회, 공주농민회, 전농의 삼자 실무자들이 논의하여 어떤 제례를 만들어낼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허지만 무엇인가 특별한 제사가 될 것이라는 예감은 듭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첫댓글 생명이 있는 생사를 넘어서는 제사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