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짱 몸짱 (PT)

[사소]

치유의 글쓰기 55ㅡ 쌈짱 몸짱(PT)  (사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그녀는 육체를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레스토랑을 차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제자의 바디 프로필 프사를 본 날이었다. 미스터 코리아라도 출전하는지 제자는 검은 종마처럼 군더더기 없이 몸 근육이 매끈하게 디자인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너의 몸을 예술적으로 조각해 준 트레이너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제자는 고등학생 때 국어를 배우던 녀석이다. 첨엔 중학생 때 짱을 먹어 관내에서 쫓겨났었다는 얘길 그 친구들에게 얼핏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짱이 '몸짱, 공부짱' 이런 의미의 최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제자는 공부는 꼴찌인 '싸움짱' 즉, 친구를 패는 데 지역 탑인 싸움 선수였다.  처음 오게 된 제자를 공부방에서 얼떨결에 맞닥트린 친구들이 '후덜덜' 하면서 살짝 귀띔을 해줬는데, 제자는 퇴학 대신 강제 전학을 가야 했을 정도로 지역에서 유명인사였다고 했다. 그런데 중3 말에 고등학교를 준비하면서 엄마의 인도로 공부방을 찾아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익히 제자에게도 공부를 안 하면 즉시 퇴출되는 공부방 규율을 알린 뒤 각오를 하게 했다. 그러나 제자는 소문과 반대로 진짜 선수처럼 약속을 잘 지킬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는 너무도 온순하고 예의 바른 NICE GUY였다. 제자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중학생 때의 불명예를 보상하려 듯, 정말 열심히 했다. 제자는 고1 첫 시험이 끝나자 전교에서 7등을 했다는 믿지 못할 성과를 알려왔고 그녀는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역시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성장으로 보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는 아파서 입원을 했음을 알려왔다. 과로에 폐렴이 겹쳤다는 것이다.그녀는 건강하던 학생이 체력이 바닥이 날 정도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니 기특하면서도 이내  안쓰러웠다. 그런데 제자가 퇴원 후 다음 수업에 왔을 때는 웃지 못할 놀라운 이유를 알게됐다.

  제자의 입원 이유는 공부때문이 아니었다. 놀던 시절의 습관대로 시험이 끝나자마자 제자는 친구들과 방을 잡아 3박 4일로 밤을 새서 놀았고 결국, 과로로 쓰러진 것이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까무잡잡하고 쌍꺼풀이 또렷해 가끔 동남아인으로 착각을 받는다는 제자는, 노는 것도 클라쓰가 달랐다. 그녀는 얘기를 듣고 웃어야 할지 헷갈렸으나 화를 내진 않았다. 대신 호킹스나 룸파티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고등학생들이 방을 잡아 논다는 사실이 의아스럽기만 했다.

  그럼에도 공부할 때는 열심히하는 제자가 참 신기했다. 그녀는 이런 친구를 교육하는 과정이 색다른 경험이었던지라 제자가 운동을 잘하는 점에 착안해 체육인들의 집중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결국 잘 노는 제자를 몸 잘쓰는 소질을 살려 한체대를 보냈을 때는 동네에서는 쫘르르 소문이 돌 정도로 빅뉴스였다.

  그런데 사회성이 좋던 제자는 대학 졸업을 하기도 전에 부모님께 거금을 대출 받아 세계의 맥주니, 퓨전 레스토랑이니 사업을 벌였다. 제자는 개원을 할 때마다 명함을 보내줬는데, 그녀는 가끔 제자의 고객이 되었다. 그리고 응원의 아이템으로 레스토랑 상품권을 발주해 그녀의 직원들에게 회식 티켓을 나눠주기도 했다. 물론 제자는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사업 수완은 좋았다. 학원샘들이 퓨전 레스토랑의 상호를 말하자 그곳이 평택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환호할 때는 은근 뿌듯함이 밀려왔다. 제자는 코로나 시기인데도 처음 경영하던 레스토랑 3배 크기의 2호점을, 서울에 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 제자가 바디 프로필 사진을 그렇게 멋있게 찍어 카스 프사에 내건 이유는, 새로운 사업을 앞두고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부스팅 전략이라고 했다. 제자는 퍼스널 트레이너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 개인 수업을 잘 안 받는 관장이지만 선생님이니깐 특별히 부탁드려 놨다고 하며 연락처를 보내줬다. 

ㅡ계 속 ㅡ

☆ 자서전을 언젠가 꼭 쓰고 싶다는 퍼스널 트레이너님에게 도와주겠노라고 약속해 놓구선, 보여준다 보여준다 하면서도 창피한 마음에 글 한 개도 못 보여줬는데 드디어 쓰게 되네요. 

[gratia]

오, 근육고양이 님 다음으로 사소 님의 바디 프로필이 예술이겠네요. ^^

[사소]

그라시아님! 저는 간절히 원하오나 ㅎ 부모님이 주신 육체는 각목 과 마리오네트 속에 속해있는지라...ㅎ 꿈꾸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우슬초]

대학 시절, 늘 다이어트에 매달렸지만 실패하던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어느날 바디프로필 사진으로 변해있더군요. 대학 졸업 후 연락을 주고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멋진 바디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그 친구 모습을 보며 그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부러워했습니다.

[통통이]

사소님, 기대할게요~ㅎㅎㅎ 물론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시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