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 상호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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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시인이라면 한 장의 종이안에 흐르는 구름이 또렷이 보일 것입니다.
구름 없이는 비가 내릴 수 없습니다.
비 없이는 나무가 자랄 수 없습니다.
나무 없이는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종이가 존재하려면 구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구름이 여기 없다면 이 종이 역시 이곳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구름과 종이는 상호존재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호존재'는 사전에 아직 정식으로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서로’를 뜻하는
접두사 ‘inter-’와 '존재한다'는 뜻의 동사 ‘to be'를 결합하면 ‘상호존재하다 (inter-be)’라는 새로운 동사가
탄생합니다.
🌱상호존재라는 말은 내가 1980년대 캘리포니아 산속의 타사자라젠센터에서 명상수련을 진행하던 중에
탄생했습니다.
나는 공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는데 요점을 설명하면서 예시로 들 종이가 없었기에 마침 비어있던 나무의자를
활용했습니다.
나는 참가자 모두에게 의자에 깃들어있는 숲과 햇살과 비와 구름의 존재를 볼 수 있도록 의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라고 권했습니다.
나는 의자가 태어남과 죽음에 좌우되지 않으며 존재나 비존재라는 말로 묘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의자가 의자 아닌 다른 모든 요소와 공존하는 상태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 프랑스어나 영어에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유대감’이나 ‘일체감’을 뜻하는 영어단어 ‘투게더니스’를 쓰면 적합 하겠냐고 물었더니 그건 좀 이상하게 들린다고 하여 대신 상호존재라는 새로운 단어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상호존재라는 통찰은 반야심경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공에 대한 가르침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상호존재는 우리가 존재와 비존재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초월해 비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겠끔 도와줍니다.
사람들은 공(비어있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황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공을 무, 비존재, 부재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 철학은 존재냐 비존재냐라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지만 불교는 존재와 비존재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초월합니다.
나는 종종 이렇게 표현합니다.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오다.
문제는 상호존재일지니 종이를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종이 안에 깃든 햇살이
보입니다.
햇살 없이는 숲이 자랄 수 없습니다.
햇살 없이는 그 무엇도 성장할 수 없고 우리 역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햇살 역시 종이 안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이와 햇살은 함께 있습니다.
좀더 깊이 관하면 나무를 베어내고 나무가 종이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제재소로 실어가는 벌목꾼이 보입니다.
또한 종이 안에서는 밀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일용할 양식인 빵 없이는 벌목꾼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가 먹는 빵이 된 밀 역시 종이에 깃들어 있습니다.
벌목꾼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종이 안에 있습니다.
이처럼 종이 아닌 이 모든 것이 없다면
종이는 애당초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우리 역시 종이 안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종이를 바라볼 때 종이는 우리의 인식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인식에서 벗어난 객관적 세계를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삼라만상이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완전히 주관적인 세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오늘날 신경과학계 연구를 통해
명확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시간, 공간, 대지, 비, 흙속의 광물질, 햇살, 구름, 강, 열기 심지어 의식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이 종이 한 장에
깃들어 있습니다.
삼라만상이 종이와 공존합니다.
존재한다는 뜻은 곧 상호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이 존재하기에 비로소 이 한 장의 종이가 존재합니다.
🌱종이 안에 깃든 수많은 요소중 한 가지를 그 근원으로 돌려 보낸다고
가정해 봅시다.
햇살을 해에게 돌려 보내도 종이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햇살 없이는 나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벌목꾼을 어머니의 태내로 돌려 보내도 종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바라보면 종이는 온전히 ‘종이 아닌 요소’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러한 종이 아닌 요소를 하나라도 그 근원으로 돌려 보내면 종이는 아예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얇디얇은 종이 한 장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하나가 전체를 담습니다.
그러나 [반야심경]은 그 반대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야심경]에서 관세음보살은 우리에게 만물이 공하다 즉 비어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설파하는 이유를 이제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