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누워 계신다. 주무시는지 아니면 눈을 감고 지나온 走馬燈같은 세월을 피드백하시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작은 책상 앞에 앉으시면 돋보기 든 채 눈을 크게 뜨시고 먼지 묻은 낡은 노트와 글들을 편집하시고 A4용지에 옮기신다. 젊었을 때부터 적으신 글들을 확인하시면서 모나미 볼펜으로 온 힘을 다해 적으셨고 그렇게 적은 이 원본의 필체는 鶴이 날개를 펼칠 때의 그 모습을 닮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조바심과 두려움을 이겨내시려고 그리고 끈끈한 혈육의 情을 이 冊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한 획, 한 구절 써 내려가셨다. 그 熱情이 오늘의 아픔을 이겨내시고 내일의 불안함을 극복하셨으리라 여긴다. 이 책은 평소 아버지께서 신문의 기사나 칼럼을 통해 얻은 野史나 常識을 일정한 형식 없이 적어셨는데 “늙으니 모든 것이 쓰레기다”라고 하시면서 버리려고 하셨다. 아버지의 야윈 팔 부여잡고 큰 소리로 설득했다. “아버지, 힘내서 이것 인쇄합시다. 제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저를 위해 완성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이 책은 전문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나 편한 사람과 대화할 때 내용을 쉽게 인용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는 89세의 연세에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도 이렇게 위대한 일을 했다는 의지를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 주셨다. 필히 이 책으로 인해 아버지와 대화의 窓이 될 것이며 「이종옥 가족」구성원들의 가슴에 아버지의 뜻이 더 와 닿으리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