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추위 때문에 대음집을 거의 찾지 못했다.
어쩌다 시간이 되면 동파 방지를 확인하기 위해 잠깐 들렀을 뿐이다.
추위가 한풀 꺾인 2월이 돼서야 아이들과 대음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더욱 반가웠지만, 한달이 넘게 사람이 지내지 않아서 여기저기가 지저분하고 휑하니 을씨년스러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보일러를 틀어 온기를 채우고 여기저기 대청소를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을씨년스러웠던 날씨가 갑자기 맑아지고 햇살이 마당을 비추기 시작했다.
역시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
아무리 새집이라도 사람이 없으면 집은 망가진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집 안 대청소를 마치고 마당 평상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한참을 멍때리고 있다.
그러다가 무너진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 거야?
한참을 고민하다 결심했다.
오늘, 무너진 화단의 경계를 돌로 다시 세워 화단을 예쁘게 만들리라.
화단 주위를 정리하고 곡괭이를 들고 경계를 파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화단을 기반으로 50cm×3m의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으로 땅을 파 나아간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곡괭이질을 하다 보니 화단의 경계가 예쁘게 잘 파졌다.
역시 노동의 보람이라고나 할까?
힘들어도 하고 나니 기분은 좋다.
땅을 다 파고 마당을 돌아보며 아이들과 경계석이 될 큼지막한 돌들을 줍는다.
아이들과 마당 탐사를 하며 주워 온 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여러번 모두가 힘을 합치니 경계석을 세울만한 충분한 돌들이 모인다.
이 돌들은 특별히 어디서 가져온 건 아니고 마당 구석구석에 있던 돌들이다.
이제 이 돌들에 역할을 부여할 시간.
우리는 파여진 땅에 돌을 기다랗게 세운다.
넘어지지 않게 서로 기대어 세우고 잘 맞지 않는 부분은 작은 돌들로 그 틈을 메워 넘어지지 않게 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흙을 앞뒤로 덮는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같다.
더불어 서로 도우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그런 모습 말이다.
큰 돌도 작은 돌도 예쁜 돌도 못난 돌도 다 귀하다.
다 나름의 쓰임과 자리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여러 돌들이 어울려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다.
돌들을 세우니 갑자기 아이들이 색깔을 입히고 싶단다.
그래서 물감과 붓을 꺼내 든다.
마음에 드는 나만의 돌(아마도 본인이 직접 골라서 가져와 자리에 놓은 돌)을 골라 원하는 색을 입힌다.
덕분에 화단이 알록달록하다.
마치 봄이 온 것 같다.
올봄은 아마도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만 같다.
#대음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