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2025 겨울 창작세미나 일정입니다.
* 기간 : 2025년 1월 13일 – 2월 17일 / 총 6회
* 일시 :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 방식 : 온라인 줌(zoom)
* 회비 : 6회 6만원
겨울세미나를 시작하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대개 어딘가 아픕니다. 알면서 아프고 모르면서 아픕니다. 뜻밖의 상실이 몸의 통증을 부르기도 하고, 잊기 어려운 기억의 고통이 통제할 수 없는 낯선 행동이 되어 자신을 해치거나 남을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아픔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그 아픔을 경유함으로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닌 아픔은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아픔을 어떻게 대(우)하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그 책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읽고 말하고, 쓰고 말하기를 반복합니다. 제 자리를 맴돌면서 되풀이되는 관성적 타자의 말이 아닌, 새롭게 임하는 주체의 말이 우리 안에서 (또는 밖에서) 태어날 때까지.
행간 세 번째 창작세미나에서는 그런 여정의 일환으로 언어를 통해 증상을 진맥하듯 박영진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위고>를 읽고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1부 시간에는 책에 포함된 여섯 가지 증상의 사례들을 선별해서 읽고, 2부에서는 그와 연결된 주제의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눕니다. 낯선 개념과 분석의 용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증상의 무대에 올라선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아픔이 병명으로 환원되지 않듯, 그들의 이야기는 분석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우리의 이야기가 아직 오지 않은 인간의 이야기로 넘어갈 때, 그래서 개인의 고통에 갇힌 고립된 정체에서 새로운 말하기와 쓰기로 유동하는 주체가 될 때, 우리를 분할하고 멈춰 서게 하던 모든 칸막이는 장애가 아닌 공백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전능한 힘을 발휘하며 우리를 억누르려던 위계적 권력의 진상이 실은 텅 빈 것임을 목격하듯이 말입니다.
1차시. 1월 13일
1부.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모든 것의 원인이다.
2부. <마더> 봉준호, 2009
“사실은,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2차시. 1월 20일
1부. 히스테리.
히스테리 담론이 주인에게 질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남자인지 보여주시오!”
2부. <레볼루셔너리 로드> 샘 멘더스, 2008
“화만 돋구고 또 피하려구?” “날 덫에 가둬놓고, 당신은 유치한 어린애야. 자신을 돌아봐. 남자라고 할 만한 구석이 있는지!”
3차시. 1월 27일
1부. 강박증
강박증자의 불안은 초자아의 비난 섞인 시선 및 가혹한 심판에서 온다. 초자아의 응시는 병리적으로 급진화된 의무를 부과하고, 그녀는 늘 정해진 시간을 앉아 있으면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2부. <남아 있는 나날 > 제임스 아이보리, 1994
“난 어떤 종류의 책이든 어학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읽습니다. 부탁하건대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습니까?”
4차시. 2월 3일
1부. 거식증
주체는 증상을 사랑한다. 증상이란 제거하려 할수록 더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2부.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2023
“어느날 내 옆에 입 없는 내가 겨우 옅은 숨을 뱉고 있었다. 나는 입이 없어. 항문도 없어. 난 살아 있어?”
5차시. 2월 10일.
1부. 두 죽음 사이
그렇다. 그녀가 지금 모시고 있는 것은 아버지가 아닌 (죽은) 어머니다.’
2부. <위트> 마이크 니콜스, 2001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네가 해치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은 것이 아니다, 불쌍한 죽음아. 짧은 한잠을 지나 우리 영원히 깨어나면 더 이상 죽음은 없으리니. 죽음아, 콤마, 네가 죽으리라.”
6차시. 2월 17일.
1부. 상담사
사랑은 불타오르지 않으며 오히려 축축하고 습기 찬 것이라는 플라톤의 직관과 달리, ‘반-분석가’의 사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랑이다... 치료에의 야심, 회복(구원)에의 충동, 부모 노릇에 대한 충동으로 치우칠 여지가 크고, 이러한 야심과 충동은 미안함과 자괴감의 형태로 전환되어 돌아오게 마련이다.
2부. <배심원 #2> 클린트 이스트우드, 2024
“작년 10월이었어요. 비가 내렸는데 제가 뭔가를 쳤어요. 차에서 내려 살폈는데... 아무 것도 없길래 사슴이 치이고 도망간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가 문제죠?” “제가 (그 사건의) 배심원이 됐어요.”
***
여섯 챕터 각각의 분량은 10-15 페이지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하지만 그 분량에 담긴 분석의 내용은 얕지 않습니다.
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신분석사전 /장 라플랑슈, 장 베르트랑 퐁탈리스 지음/ 열린 책들>을 참고할 것입니다.
첫댓글 2024.1.4.현재. 참여인원(서은혜.박은희.박연옥)
송하연, 송지나 참여합니다.
박지우 참여합니다.
반갑습니다. 기쁜 맘으로
조유선 참여합니다~^^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일시적이든 잠정적이든 좋은 글과 영화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은 늘 기쁨을 낳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게 막혔던 담이 허물어지듯 새롭고 풍성한 말들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경계/한계 없이 범람(^^)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미나 일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오래 고심하고 그만큼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 일이 주제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 일인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완성도를 갖췄으면 좋겠고,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글/문자로 다 헤아려지지 않는 인간의 확장된 (모순되고 복합적인) 모습까지 내장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모래밭에서 사금을 찾듯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을 찾는 데 근육으로 가야 할 칼로리(단백질)를 다 쓰곤 했던 것 같아요(나이들수록 돈보다 근육이라는데.. ㅠ).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나거나 이미 만났는데 처음인 듯 전혀 다른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인물들이 <마더>의 김혜자와 <남아있는 나날>의 안소니 홉킨스와 <위트>의 엠마 톰슨입니다. 그들은 다른 듯 겹치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중요하지 않은 걸 중요하게 지키려다 더 중요한 걸 놓치거나 잃는다는 것입니다.
김혜자와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생물학적으로 여자냐, 남자냐 하는 구분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들은 한결같이 (책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남성성의 상징인 팔루스를 지키려다가 자기를 잃거나 삶을 잃거나 사랑을 잃습니다. 보물 같은 팔루스로서의 아들을 지키고 신 같은 주인이 부과한 의무를 지키고 남성 못지 않게 인정받는 유능한 교수직을 지키려다가 가파른 벼랑까지 몰리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었거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했거나, 명예와 업적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게 결국 자기를 꼼짝 못하게 가두는 상징계의 창살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그렇게 삽니다. '어머니,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책 속에 언급되는 이 구절이 절창이었던 것처럼, 모르면서 그렇게 사는 것보다 알면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의 비극임을 알려주듯이 말이죠. 책을 다시 읽는 일 못지 않게 그 영화들을 다시 새겨보는 과정에서, 제가 남자냐 여자냐라는 질문이 공허하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누구냐, 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보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느냐, 이렇게 추동하는 질문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요.
환영인사를 이리 길게 하게 된 건, 책에서 내세우고 있는 여성, 여자, 여성성, 이런 키워드들이 자칫 생물학적인 여자와 남자를 가르는 성별의 칸막이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여성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하나의 응답처럼 내놓은 이 책의 저자가 남성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물론 여성은 히스테리, 남성은 강박증, 이런 구별도 허물어지게 됩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구별됐으나 결국 어떤 잣대와 저울로도 구별되지 않는 지점, 그 신비한 잔여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일정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이미 절반의 보상이기도 했고요. 영화 제목 '남아 있는 나날'은 문학적인 번역이긴 하지만, 사실은 '시간의 잔여' '그의 의무로서의 시간에 포함/포획되지 않은 나머지', 라고 번역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바로 그 잔여, 그 나머지로부터 이번 세미나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작을 함께 해주실 분들, 반갑습니다. (정성껏 홍보물을 만들어주신 은혜님, 하연님, 세미나 운영을 맡아 수고해주시는 연옥님, 은희님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서효정 참여합니다.
참여 신청합니다! ^^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