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오후 5시경, 순국 외교사절의 유해를 모신 특별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유가족의 슬픔과 군악대의 진혼곡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석준 부총리의 유해가 가장 먼저 조국 땅에 안겼다.
관 위에는 태극기가 덮여 있었다. 순국 외교사절의 유해가 구급차에 실려질 때마다 가족과 행사관계관들은 고개를 숙여 묵념을 드렸다. 운구행렬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김포공항~여의도~광화문을 거쳐 종로구의 서울대학교 병원에 마련된 순국 외교사절 영현 안치소에 안치되었다.
▲ 수많은 시민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운구행렬이 서울대병원 영안실을 출발해
여의도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100만여 명 운집, 여의도 광장에서 합동 국민장으로 거행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 나흘 후인 1983년 10월 13일, 17위(位)의 순국 외교사절에 대한 합동 국민장이 각계각층의 국민과 68개국에서 온 조문 사절단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다.
이른 새벽부터 애도하는 조문객들이 줄을 잇기 시작해 10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운집했다. 하늘도 북한의 만행을 꾸짖고 나라의 비운을 슬퍼하듯 아침부터 보슬비를 뿌렸으며, 여의도에서 울려 퍼진 진혼곡이 나라 전체를 슬픔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아울러 동족인 북한의 야만적인 테러로 17명이나 되는 국가의 귀중한 인재들을 한순간에 앗아갔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분노한 것이다.
▲ 옛 여의도 광장(오늘날 여의도공원)에서 엄수된 합동 국민장 진행 모습
이날 영결식은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김상협 장의위원장(국무총리)과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의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유가족, 「와인버거」미국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각국 조문 사절 등 100여만 명의 국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영결식은 10시 싸이렌 소리에 맞춰 전국적으로 순국 외교사절에 대한 묵념을 올린 후 시작되었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 박찬긍(朴贊兢) 장의 집행위원장(총무처장관)의 순국 외교사절 17위(位)에 대한 약력 보고, 김상협 장의위원장과 정의숙(鄭義淑) 이화여대 총장의 조사(弔辭), 종교의식(기독교 – 불교 - 천주교 순), 헌화(장의위원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전직 대통령, 유가족, 조문 외교단 및 장의위원 순), 19발의 조포(弔砲) 발사, 장례 행렬 출발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상협 장의위원장은 조사(弔辭)를 통해 반민족적인 북괴 집단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규탄한 데 이어 “님들의 고귀한 순국 정신은 이 나라 발전의 소금이 되고 등불이 될 것.”이라며 유족들을 위로하였으며, 정의숙 총장의 애끓는 조사 때에는 장내 모든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들의 시신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현 국립서울현충원)로 옮겨져 국가유공자묘역에 나란히 안장되었다.
▲ 국립서울현충원 내의 애국자묘역에 안장된 순국 외교사절 묘소
(고 이범석 외무부장관 묘소)
그 후 순국 외교사절 추모 위령탑이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의 임진각에 세워졌다. 2,800㎡ 면적에 하늘을 향해 우뚝 선 17ⅿ 높이의 화강석에 둥글게 17명을 뜻하는 17줄로 구성된 조형물이다.
▲ 파주 임진각의 버마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사진/daum백과>
이어 사건 발생 31년이 지난 2014년 6월, 폭발사고가 났던 버마 랭군의 「아웅산 국립묘지」 내에 순국 외교사절을 기리는 「추모비」가 우리나라와 현 미얀마 정부 간 협조로 세워졌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는 이국땅에서 순국한 17분의 영혼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통같은 국가안보와 국력 증강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동족 간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합동국민장 대상 17위(位)>
• 서석준(徐錫俊) 부총리(당시 45세)
• 이범석(李範錫) 외무부 장관(당시 58세)
• 김동휘(金東輝) 상공부 장관(당시 51세)
• 서상철(徐相喆) 동력자원부장관(당시 48세)
• 함병춘(咸秉春) 대통령 비서실장(당시 51세)
• 이계철(李啓哲) 주버마 대사(당시 54세)
• 김재익(金在益)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당시 45세)
• 하동선(河東善) 해외협력위원회 기획단장(당시 47세)
• 이기욱(李基旭) 재무부 차관(당시 46세)
• 강인희(姜仁熙) 농림수산부 차관
• 김용한(金容瀚) 과학기술처 차관(당시 54세)
• 심상우(沈相宇)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45세)
• 민병석(閔炳奭) 대통령 주치의
• 이재관(李載寬) 대통령 공보비서관
• 한경희 대통령경호실 경호원
• 정태진 대통령경호실 경호원
• 이중현(李重鉉) 동아일보 기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