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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릉고개 생태육교를 뒤로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서 불암산 구간이 시작된다. 불암산둘레길 시작점이기도 하다.
불암산은 정상부에 있는 큰 바위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높이는 509.7m이며 필암산(筆岩山)·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한다. 산의 능선은 남북으로 이어진 방향인데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과 경기도 남양주의 경계를 이룬다.
불암산은 서울 상계동에서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으로 넘어가는 덕릉고개 남쪽에 높이 420 m의 또 하나의 봉우리를 거느린 산으로, 산 자체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절벽, 울창한 수목이 어울려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 석장봉과 거북바위가 유명하다.
불암산에는 신라 지증국사가 세운 불암사와 그 부속 암자인 석천암이 있고, 조선시대에 무공대사가 세운 학도암 등도 있다.
그 밖에 산중에는 조선 중종의 비인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이 있고 명종의 능인 강릉)이 있다. 그리고 조선말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여주로 달아나던 명성황후가 하루를 머물면서 치성을 올렸다는 수령 650년의 은행나무가 있다. 산정에는 옛 성터인 불암산성과 봉화대 터가 남아 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연인바위가 마중 나온다. 사람 모양의 바위가 둘로 나누어져 서로 붙어있는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듯한 연인바위는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된다.
한차례 오르막길 뒤에 만나는 전망대,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수락산과 북한산이 뭉게구름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의 시원한 흐름도 내려다보인다.
전망대를 내려서면서 작은 체석장을 지나는 길이 조금 거칠다. 별난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이제 오늘의 종점인 상계동나들이철쪽동산까지 900m를 가리키고 있다.
대형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쉼터를 지나면서 좌측에 있는 이정표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잠시 알바를 하고 말았다. 뒤돌아서서 마지막으로 힘겨운 오르막을 오르면서 예전 우리의 산줄기 호남정맥을 시작하던 날의 힘겨웠던 하루가 생각난다. 지리산 종주보다도 한겨울의 설악산 공룡능선과 북주능선 보다도 산을 타면서 가장 힘겨웠던 날이었다.
마침 그 곳도 같은 이름을 가진 호남정맥 상의 불암산 이었다. 아래는 그 당시 남겼던 후기의 일부다.
“14시 50분 탄지재를 뒤로 임도를 따르다가 감나무밭을 통과한다. 진달래나무과 중키에 소나무가 이어지는 정맥길은 고도를 높이면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힘이 떨어져 자연히 휴식도 잦아지고 불암산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졸음도 밀려온다. 싸리나무, 억새풀이 엉켜있는 오름막길엔 명감덩굴도 덩달아 지친 정맥꾼을 붙잡는다.
15시 48시 불암산(△431.3m)정상에 오른다. 삼각점(1985 재설 ,하동 452)이 있고 주위로 억새풀과 싸리나무가 둘러쳐진 최고의 전망을 선사하는 곳이다. 북동쪽으로 지리산 능선으로 시작하여 섬진강 하구며 가깝게는 서쪽 아래로 수어댐에 이르기까지 그 멋진 광경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난 지금 너무나 지쳐있었다. 대원들은 저 많은 봉우리를 발로 걸어서 이곳까지 넘어왔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며 다리품에 대가를 신기하게 여긴다.
하산길이 시작된다. 하루종일 잡목을 헤치느라 진을 뺀 대원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토끼재에 내려선다. 손톱만큼 남은 체력으로 차에 오른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상계동 나들이 철쭉동산이 마중 나온다. 상계동 나들이 철쭉동산은 4월과 5월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철쭉동산에는 보행약자들도 조금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산철쭉 10만 주를 심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서울둘레길에서 추억거리를 남기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