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별
잠자리에서 받은 문자 메시지 끝에 달린
하트 이모티콘 하나에
진짜 하트 받아 든 듯
황제 되어 침상에 드는 듯
그 눈빛 이 눈빛으로 맞이하고
에덴을 선물로 받은 듯
하나의 열쇠로 두 자물쇠가 끌러지자
하늘 메웠던 희뿌연 미세먼지가 사라진
저 선명한 도시를 점령한 듯
그러다가 마침내
온 세상 다 얻은 듯
남산 전망대
울타리 철망 마름모 변마다
빈틈없이 걸린 자물쇠들 비집고
걸어 잠근 또 하나의 자물쇠
무언가를 어딘가에 가두려고
덕지덕지 엉겨 붙어
서로 물고 물린
때탄 자물쇠들
성벽 아래 수풀 속에서
부식해가는 열쇠들
휴대폰 가슴속에서 흐려져 가는
이모티콘들, 에덴들, 도시들
더는 잃을 게 없는 듯
빈 가슴 사경(四更)이면
외곽 검은 덩어리 뒷산에서
밤마다 송출되는
소쩍새 소리 한 가닥
검뿌연 하늘 가장자리에서
가물가물 연주되는
실로폰 별 한 다스
카페 게시글
호미
도시의 별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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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6
24.09.23 12:1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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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문방구에서 산 실로폰.
처음 받은 하트말고는 모두 전력낭비.
👍 와~ 이모티콘. 침상의 황제. 남산 녹슨 열쇠로 연결되는 시상 전개가 인상적이예요. 역시 호미님 시~ 짱!
아이고, 글고 보니 마지막 연은 이전에 "도시 새 여섯"이라는 글에서 한번 써먹었었네요.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또 하나의 사랑 타령으로 사족을 답니다.
사랑으로
이마빡 낮게 숙여 맞버티고
눈알 부라려 서로 째려보면서
코 씩씩거리며 입에 거품 무는
두 마리 황소
윗입술 끌어 올려
양쪽 엄니 드러내 으르렁거리며
살기 어린 눈으로
서로 노려보는
두 마리 수캐
증오로 윤나는
작은 까만 눈동자
서로에게 고정한 채
목덜미 깃털 한껏 부풀리고
갈고리 같은 부리
마주칠 듯 겨누고 있는
두 마리 수탉
곧이어
피를 보게 되는 싸움
까닭 없다고?
아니야,
너와 내가 있고
서로 끌리고
슬쩍 와락 맞닿고
쿵 부딪히기 때문이야
피를 봐야 연애인줄.ㅋ
ㅎㅎ 호미님 시 덕분에 퇴근 길 피로가 풀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