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固有一死,或重于泰山,或輕于鴻毛,用之所趨異也。
(인고유일사, 혹중우태산, 혹경우홍모, 용지소추이야)
사람에게는 본디 한번의 죽음이 있을 뿐인데, 어떤 이는 (죽음을) 태산보다 중히 여기는가 하면, 어떤 이는 기러기의 털보다 가볍게 여기나니, (그 이유는) 죽음으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 『보임안서(報任安書)』, 사마천(司馬遷).
( 『보임안서(報任安書)』 : 유명한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의 저자 司馬遷이 친구 任安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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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字義)>
1. 人(사람 <인>): 여기서는 '인간/사람'이라는 일반 명사로 쓰임.
2. 固(굳을 <고>): (여기서는 부사로 사용) 진실로. 본래. 본디.
3. A有B(A유B): A에(게) B가 있다. ※語順에 유의할 것.
4. 一死(일사): 한 번의 죽음.
5. 或(혹시 <혹>): 어떤 이. 어떤 사람. 어떤 것. ※주어로 쓰임.
6. 重(무거울 <중>): 중히 여기다. ※여기서는 술어동사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함.
7. 于(어조사 <우>): ~보다 (더). ※於(어)와 같은 용법으로 쓰임. 비교를 나타내는 전치사.
8. 泰山(태산): 중국의 산 이름. ※높고 크고 많은 것 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9. 輕(가벼울 <경>): 가벼이 여기다. ※앞의 重과 대구로 쓰임.
10. 鴻毛(홍모): 鴻(큰기러기 <홍>)+毛(털 <모>). 기러기의 털.
※매우 가볍고 보잘 것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1. 用(쓸 <용>): 쓰다. 사용하다. 하다. 되다. ※以(이)와 같은 용법으로 쓰이기도 함.
12. 之(갈 <지>): 그. 그것(즉 죽음을 가리킴).
※여기서는 일종의 대명사로 쓰여 앞의 死(죽음)를 가리킴.
13. 所(바 <소>): 뒤에 동사가 붙어 '~하는 바/것/일/곳'의 의미를 갖는 명사구를 만든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를 보면 이해가 쉽다. '이른바'는 '所謂(소위)'를
우리말로 옮긴 표현이다. 즉 所(바)+謂(이를 <위>, 이르다. 말하다).
14. 趨(달릴 <추>): 향하여 가다. 지향하다. 취하다. 채택하다. 추구하다.
15. 異(다를 <이>): 다르다.
16. 也(어조사 <야>): ~(이)다. ※평서문 종결 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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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죽음에 무슨 경중(輕重)의 구분이 있을까?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태어남[生]을 선택하지 않듯이 죽음[死]도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불의의 사고로, 몹쓸 병이 들어, 또는 세월과 함께 늙어 죽는다. 그러나 위에서 사마천이 말하는 죽음[死]은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적 죽음'을 의미한다. 사마천이 한무제(漢武帝)의 노여움을 샀을 때, 당당하게(?) 사형(死刑)을 선택하여 생을 끝내지 않고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宮刑)을 선택하여 살아남기로 한 것은 바로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따라서 사마천의 입장에서 본다면, 죽음에도 경중(輕重)의 구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참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태산보다 중하기도 하고 깃털보다 가볍기도 하다. 아니, 태산보다 중한 것도 아니고 깃털보다 가벼운 것도 아니다.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고,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거기에 무슨 경중(輕重)이 있을까? 굳이 말한다면, 모든 죽음은 중(重)한 동시에 경(輕)한 것! 죽음의 경중은 죽는 자(죽음의 행위자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거나, 뒤에 남은 사람들의 상황적(또는 객관적?) 판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죽음은 어떨까? 무슨 대단한 명분(名分)을 따라 선택하는 죽음이 아닐 터이니 경중(輕重)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것 같다. 물론 나의 죽음에 큰 의미를 부여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부언(附言): 사마천의 말에서 유래한 다음과 같은 성어(成語)가 가끔 죽음이 아닌 다른 경우에도 인용되는 듯. <重于泰山 輕于鴻毛> 또는 <泰山鴻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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