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금척구릉
옛날 신라 나라에서 또 희한한 일이 생겼다.
어떤 사람이 집을 지었다
이 사람도 평소에 남에게 좋은 일을 한 사람이다.
그 집을 지을 때에 땅을 잘 아는 사람이
"여기는 집 자리가 뱀 형국이요. 뱀은 겨울잠을 자고 다시 살아나니까 잘 살 것이요, 오래오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제 집을 다 짓고나서 들어가려고 하는 때에 난리가 났다.
마당에도 뱀, 부엌에도 뱀, 담장에도 뱀, 지붕에도 뱀, 텃밭에도 뱀, 심지어 측간에도 뱀...
이제는 방이며 대청에도 기어오르는 뱀, 뱀, 뱀들... 몽둥이로 마구 뱀을 잡아 죽였다.
이것을 나뭇가지 에다가 걸어놓았다.
우선 땅에 있으면 밟고 다니고 그러다가 보면 무섭고 징그럽고...
그러면서 뱀을 잡느라고 피곤한 몸인지라 이내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이제 이것들을 다 거두어서 묻거나 태우려고 보니까 어랍쇼?
이것이 무엇인가?
죽여서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던 그 많은 뱀들이 하나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낮, 사시(巳時)! 지금으로 치면 오전 10시나 되었을까,
또 뱀들이 몰려왔다.
대문, 마당, 담장, 장꽝... 어제와 똑같았다.
몽둥이로 정신없이 가득가득, 기어드는 뱀을 때려잡았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는데 이튿날 아침에 보니까 또 없다.
그런데 사시가 되니까 또 몰려오는 것이었다.
또 때려잡았다.
그리고 나뭇가지에다가 뱀 죽은 것을 걸어놓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자지않고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뱀을 밤새워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첫닭이 울었다
그때까지 아무일이 없었다
두 홰째 닭이 우니까 어디선가 누런 뱀, 그러니까 황사(黃巳)가 쓰윽 나타나지 아니하는가?
아, 이것이 누런 자(金尺), 곧 잣대를 갖고 와서는 죽은 뱀의 대가리에서 꼬랑지까지 쟀다
그 잣대로 재고 나면 죽었던 뱀이 다시 살아나 꾸물꾸물하는 것이었다
저 살아난 것이 날이 새면 또 몰려들겠지 끔찍하게도...
이번에는 몽둥이로 누런뱀을 때려잡기로 했다.
뱀들이 다 도망을 가고 누런뱀도 도망을 갔다.
가면서 그만 그 잣대를 놓쳐버렸다.
이리하여 금척은 이 집 주인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을 어디에다 쓸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집에서 '아이고 데이고'하는 곡소리가 들렸다.
삼대독자가 죽었는데, 그 자로 재보기로 했다.
아이 시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쟀더니 아이가 눈을 뜨며 '엄마'하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 이 사람은 금잣대를 가지고 숱한 사람을 살려놓았다.
공주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궁중으로 가서 사실 이야기를 했다.
그는 묵묵히 죽은 공주의 시신을 쟀다.
과연 공주는 눈을 뜨더니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임금이 소원을 말하라 했더니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으며 다만, 금잣대를 나라에서 잘 보관해주기를 소원했다.
이리하여 생명을 살리는 금잣대는 궁중에 들어갔고, 투가리를 함께 사용하니까 백성들이 잘 살았다고 한다.
꿈에 신인이 나라님에게 말했다.
"내가 내린 선물로 정치를 잘하였을 것이다.
이제는 돌려다오.
먹을 것이 있으면 백성이 일을 안 하고, 죽지 아니하면 세상이 흔들린다.
쓸모없는 백성은 나라 자체를 망치니 이제 땀 흘려 일하고 정의는 지켜가게 하고 그 두 보물은 돌려달라!“
임금은 즉시 금척을 묻었다.
능을 9개 만들어 하나는 투가리를, 하나는 금척을 묻고 나머지 7능은 가짜이다.
이것이 신라 경주에 있는 금척구릉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