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도동시비문학상 당선작> (시조)
신을 닦으며
김세환
아직 서툰 솜씨로 아내의 신을 닦는다.
긴 세월 접어두었던 꽃물 든 가슴 열고
화창한 꽃비 내리는 봄길
마음껏 걸으시라고.
허기 한번 채우지 못한 순종의 별난 천성
가난을 털어내듯 내 구두를 닦던 사람
스스로 갇혀 살아온
그 삶의 무지외반증(拇指外反症).
언제나 출근길에 공손했던 배웅처럼
즐거운 나들이에 가지런한 웃음으로
남은 날
나도 그대 위한
편한 신이고 싶다.
<제3회 도동시비문학상 심사평>
서정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독창성이 있는
제3회 도동시비 문학상에 전체 80여 편의 응모작이 있었다. 장르적으로 운문 문학인 시, 시조, 동시가 비슷비슷한 숫자로 응모되었다. 도동시비동산 회장과 사무국장은 응모된 작품을 심사위원 앞에서 모두 개봉했다. 심사의 공정성을 보이기 위한 조치다. 권대자 운영위원장도 우수한 작품을 뽑아달라는 부탁을 거듭 거듭했다.
심사는 위원들이 응모된 작품 전체를 다 읽고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추천해서 논의하는 과정을 밟기로 했다. 그러나 1차독에서 두 사람이 가장 우수하다고 추천한 작품이 같은 작품으로 모아졌다. 김세환 시인의 작품이다. 응모된 작품 5편의 수준이 고르고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해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명인 심사위원은 심사표에 김세환의 ‘신을 닦으며’(당선작)를 “응모작품 80여 편 중에서 위의 작품이 서정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독창성이 있는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고 썼다. 그리고 시조인데 자유시로 읽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쉽게 동의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오랜 연륜이 빚어내는 안정감이 차분한 서정으로 승화된 우수한 작품이었다.
당선작을 결정하고, “심사과정에서 당선작을 선정함에 있어서, 그 결과를 왜곡할 수가 없음을, 논의과정에서 결정된 심사위원 공통의 의견이었음을 부기함.” 이라고 굳이 명기하기도 했다. 수상자 결정과정에서 작품 이외의 다른 요소가 당선자 결정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3회 도동시비 문학상 수상자에게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김명인, 문무학(글)
--------------------------------------------------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F614C5DA5A9692E)
<약력>
김세환 (1948.1.3. 출생)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75)
-시조집(6권) 가을은 가을이게 하라, 산이 내려와서, 어머니의 치매
깨어 있는 사람에게, 돌꽃, 가을보법
-개인 시화전 1회 (2018)
-수상: 한국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동서문학상
대구문학작가상, 대구시조문학상
-주소: 대구 수성구 동원로 135,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101동 702호
-연락처: 010-8827-3324
-이메일: sanzo@hanmail.net
<당선 소감>
지난 해 가을, 간절한 그리움에 아무런 욕심없이 무작정 걷고 또 걸어서 도동 시비공원에 왔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시비들이 그림처럼 줄 지어 서 있었고. 그 속에서 두 개의 시비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꿈 속에서도 만나 술 한 잔씩 나누며 정담을 나누시던 김몽선, 류상덕 시인. 지난 날 두 분에게 받은 사랑을 다 갚지 못해 늘 죄송하고 그리웠는데, 시비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마음이 아주 편했습니다. 그 후 함께 자리하고 싶은 간절한 바램이 있었는데 이 가을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도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간절한 엽서 한 장을 받은 기분입니다.
사실 이 시는 제 아내에게 준 시이기 때문에 더욱 기쁨니다. 지금 병을 앓고 있는 저까지 3대에 걸쳐 힘든 병수발을 해 오면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희생적인 종부의 삶을 지켜온 제 아내에게, 그동안 고마움을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부족한 능력이나마 이 시를 통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 아름다운 이 가을처럼 살겠습니다.
2019.10.14
첫댓글 제3회 도동시비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세환 선생님, 아내를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과 진솔함이 묻어난 시, 무딘 제 가슴에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제3회 도동시비문학상 영예로운 당선을 축하드리며, 건강 되찾으시고 이 가을날처럼 아름답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선생님 제3회 도동시비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분명 가을날처럼 푸근하게 풍요롭게 아름답게 사시고 계십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 조명선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