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국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5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초판본은 1998년 옥션 경매에서 15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언니와 함께 소풍을 나갔지만, 지루하기만 하였던 앨리스는 “이런, 늦었다!”고 중얼거리는 코트를 입은 흰 토끼를 쫓아 구멍 안으로 뛰어들어가, 기묘하고 의인화된 생명체들이 사는 환상 속 세계에서 모험을 겪고, 마지막으로 언니가 있는 나무 아래에서 눈을 뜬다.
앨리스가 꿈 속에 겪었던 지하세계의 일들은 도지슨과 그의 친구들이 관련된 일화나 영국 아동들의 강제적인 암기 수업을 풍자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영국 사회의 패러독스와 부조리와 비현실성을 한 소녀의 꿈이라는 동화 형식을 빌려 반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돗물의 수질이 좋다?
국내의 먹는 샘물(생수) 시장 규모는 2009년 5천억원, 2010년 6천억원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수입 생수와 국산 해양심층수를 통칭하여 프리미엄 생수라고 불리는데, 수입 생수의 연매출 증가액은 20~23%라고 하고, 2006년 이후 프리미엄 생수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면서 2009년 1천 5백억원을 넘어섰고, 프리미엄 생수시장이 생수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9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50%를 넘어섰다. 시장규모만 약 1조 5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2000년 약 40만대에 불과했던 정수기시장은 10년 동안 대수 기준으로 3배 정도 커졌다고 한다. 2010년 주요 업체들의 정수기 판매량은 웅진코웨이가 56만대, 청호나이스가 45만대, LG전자가 5만 3천 6백대, 쿠쿠홈시스가 10만대였다고 한다. 2010년 6월말 기준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총 계정수는 약 26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http://water.busan.go.kr/)를 방문해 보자. 《본부장》〈인사말〉을 보면, 아래와 같이 쓰여져 있다. “우리 수돗물은 고도 정수처리되었기 때문에 맑고 깨끗합니다. 현재 부산시는 상수원 원수를 대부분 낙동강에서 취수하고 있으며, 취수된 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가진 정수장에서 복잡한 정수과정을 거친 뒤 170개 항목에 달하는 엄격한 수질검사를 통과하여 시민 여러분의 가정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우리 시가 생산·공급하고 있는 물은 이와 같이 과학적이고도 엄격한 최신의 생산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맑고 깨끗하여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이 ‘인사말’대로 라면 부산시의 수돗물은 “맑고 깨끗하여 안심하고 드셔도” 되는 것인데, 왜 수돗물보다 비싼 생수를 사 마시고, 가정마다 정수기 이용 비용을 물어야 하는가? 실로 이상하지 않은가? 사회적으로 팽배한 불신 풍조 때문인가?
●이상한 일들
오래전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돼지갈비 집으로 가서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하였다. 주문을 받고도 가만히 있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2인분을 팔면 철판 닦는 값도 안 나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3인분을 주문하라는 것이었다. 왜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두 사람이 3인분의 고기를 주문해야 하는가? 우리들 끼리는 일종의 상식이지만, 정말 불합리하지 않은가? 고기 1인분의 양은 누가 정한 것인가?
금년 5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혁신비상위원회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시작된 카이스트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수업료 차등 부과제’를 폐지하고, 8학기 동안 학사경고자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 대해 수업료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 최근 화제가 된 MBC TV의 「일밤 -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맨 처음의 탈락자였으나 재도전의 기회를 가졌던 K모 가수, 두 번째 탈락자였던 J모 가수, 세 번째 탈락자인 K모 가수 등 이미 3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경연 과정에서 가수들의 긴장하는 모습과 열창하며 공연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무한경쟁의 치열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같아 남의 일같지 않다는 전율을 느꼈다. 탈락자들은 하나같이 음악인생을 새롭게 꾸려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하였지만, 그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 염려된다.
●깨어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하였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있는 것같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꿈에서 깨어났듯이 이런 긴장과 경쟁에서 벗어나 살 수는 없을까?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으면.
공보경
경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치학 박사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 T. 747-8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