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런 식으로의 '그린 빌라'에서의 '꽃 그림' 판매와 독일인 사업가에게 팔았던 그림으로,
나는 스페인에서 귀국해서 가졌던 전시회에서 떠안았던 빚을 갚고, 그 나머지 돈을 가지고 멕시코로 향한다. (1996 년 초)
이미 밝힌 바 대로 멕시코에서 일단 '벽화 공부'를 좀 한 뒤, 바로 미국으로 가기 위한 행로였다.
물론 그건, 내가 스페인어가 됐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멕시코로 갔던 것인데......
멕시코에서는 약 1 년 반 체류했는데,
현지 대학의 '벽화 과정'에 등록해서, 다양한 기법의 '벽화 제작' 이외에도 그 전부터 하고 싶었던 '테라코타' 그리고 '사진'(현상 인화 등) '석판' '누드 크로키' 등의 다양한 실기를 할 수 있었는데, 학교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학교와 집을 오가는 것 빼고는 거의 작업만 한 아주 값진 시기였다고 본다. 물론 그랬던 이유는, 멕시코는 당시에 물가가 쌌기 때문에, 현지에서 어설프게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을 최대한 아끼며 견뎌내면서 일만 했던 것으로, 가능한 한 빨리 필요한 걸 습득한 뒤 미국에 가려는 의도였는데, 그 기간 동안에 두 번의 전시를 열었을 정도로 일만 했던 시기다.
벽화 실습
멕시코 현지에서의 꽃 그림을 보면,
이 꽃의 이름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그래서 나름대로 '불꽃'이라고 했던 듯),
'불꽃'. B4. 펜 먹물, 1996.2
'불꽃'. A4. 캔버스 판 위에 수채, 1996.3
그리고 멕시코 현지에서의 첫 번째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 중에 이 꽃 그림이 하나 포함되어 있다.
'칼라와 불꽃'. 변형된 50호. 유화, 1996.4
첫 번째 전시회 카탈로그(위), 오프닝 풍경(아래)
그런데 그 시기에 아래와 같은 그림도 있어서 소개한다.
'수박'을 종이처럼 표현한 것으로......
그리고 또 하나의 식물인 '선인장'.
물론 멕시코는 선인장의 나라일 만큼 선인장이 많아 그린 이유도 있겠지만,
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이 '선인장'과는 뭔가 인연이 많은(끌림이 있는?) 식물임에는 틀림 없다.
사실 멕시코에 가기 전부터도(그 한참 전인 대학시절부터) '선인장'을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를 해왔던 것이다. (그, 예. 아래)
내 그림 중에는 이런 '선인장'의 형상이 이따금 등장한다. 그건 멕시코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해변의 선인장'. A4. 펜. 1996.7
'망고와 선인장 열매'. A4. 크레파스, 1996.7
그리고 선인장을 소재로 한 예로 벽화 실습도 있다.
'벽화 실습 습작'. A2. 종이에 먹물, 1996. (이 자료는 지금도 있다.)
그리고 아래에 나오는 예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진만 존재하는 내 (프레스코)벽화 실습의 흔적이다.
왜냐하면, 이 실습은 콘크리트 벽면을 만든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다음 실습을 위해 이 벽면을 부수고, 다시 벽면을 만드는 과정의 반복이기 때문에,
단 한 번으로의 임시(연습) 작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게 너무 아쉬워서 사진으로 남겨둔 것일뿐.
아무튼 이런 식으로의 선인장 형상은 내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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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냥 빼먹고 가기 싫어서 잠시, 내 멕시코에서의 두번 째 전시 모습의 사진 몇 장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포스터(위), 카탈로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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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멕시코의 물가가 싸다고 해도(지금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1 년 반여를 돈벌이 하나 없이 더구나 전시도 두 번씩이나 하면서 견디다 보니, 수중에 돈은 다 떨어졌고,
이제 미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미국이란 나라는 '국제적인 떠돌이' 신세였던 나에게 비자를 내 주지 않아,
나는 정말 '국제적인 미아'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지만 몇몇 한국인 교포들의 도움으로 멕시코에서 버텨내고 있었는데, 여전히 나와 교류가 이어지던 그 독일인 사업가가(당시엔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함부르크로 돌아가 있던) 내 상황을 알고는,
나를 자신들의 집인 함부르크로 초대를 했다. (일단 와 보라고......)
그래서 겨우 항공권만을 마련해서 독일로 날아갔는데......
그분 집에서 한 달 반을 머물게 되었고(독일 상황 접해),
거기서도 몇 점의 '이쁜 그림'의 흔적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당시에 그 분 집에 머물면서도 간단한 드로잉을 했는데,
종이를 찢어(오려) 붙이는 '꼴라지'가 몇 점 남아 있다.
'정물' A3. 종이 꼴라지. 1997.(위)(아래)
'함부르크 풍경' B4. 연필. 1997.(위) 그 집에서 바라다 보이던 창밖 풍경
B4. 연필 수채. 1997(아래) 그 집 거실 창 안쪽의 모습
위 그림(꽃 그림)은 그 부부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했고 (그 부인이 너무 좋아해서),
또...
그 집에서 한 달 반을 너무 대접을 잘 받아, 뭔가 그분들에게 보답을 할 것을 찾다가,
그 당시에 주로 했던 '종이 꼴라지'를 이용해서 두 부부의 초상을 그려주기로 했고......
'P씨 초상' A2(?). 종이 오려 붙이기. 1997.(위)
'L 부인 초상'. A(?). 종이 오려 붙이기. 1997(아래)
그런데 그 분 집에는(한 번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30 년 가까이 한국에서 수집했던 각종 골동품과 '박 수근' 화백의 그림 등 미술품이 상당했고,
이미 한국에서 사갔던 내 작품들도 벽에 걸려있었다. (참고. 아래 사진)
그 분 집에 있던 내 자화상과 함께... (위) 내 뒤 창앞에 위에 나오는 그 꽃 그림의 화분이 보인다.
역시 그 분 집 벽에 걸려 있던 내 '자화상' 드로잉 석 점과 함께... (아래)
그런 뒤, 멕시코로 돌아가기 전에,
기왕에 유럽에 있는 김에 그리웠던 스페인에 한 번 들러보기 위해 가는데......
그 때, 바르셀로나의 마놀로 가족과 함께...
마놀로, 그의 큰 아들 마놀로, 까르멘과 딸 '마리 까르멘'. 작은 아들은 이 순간엔 없었다.
이 때 약 한 달 정도 스페인에 머물었던 것 같은데, 당시가 막 봄 꽃이 피던 무렵이었다.
이미 멕시코에서 테라코타를 배웠던 나는, 바르셀로나의 내가 살던 동네 성당의 신부님(조각가)의 도움으로 그 분 작업실이 있는 시골 마을의 한 도예 공방에서 테라코타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머물었던 방' A3. 수채. 1997.2(위)
'그 마을 풍경' A3. 펜, 1997.2(아래)
'벚나무' B4. 연필 펜, 1997.2(아래) 그런데 이 꽃은 '벚꽃'이 아니고 '아몬드 꽃'이다.
이 자료도 용량이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다.(지금으로썬 찾기가 너무 어렵다.)
그런데 사실은 내 기억에 있는 이 시기에 그렸던 '알멘드라 핀 들판'(수채 꽃 풍경)이 있어서 그 자료를 올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 자료는 없고 그 밖의 엉뚱한 것들 몇 점이 있어서(위 그림 몇 점) 그걸 올리게 되었다.
(혹시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여기에 첨부하겠다.)
아무튼 이 스페인행에서 나는 테라코타 16점을 했고,
그 전에 내가 바르셀로나에 살 때 한국 아이 둘을 가르쳤는데, 그 두 부모가 몇 년만에 다시 바르셀로나에 나타났던 내 테라코타 작품 한 점씩을 사줘서,
그 돈으로 다시 함부르크를 거쳐 멕시코로 돌아가 (미국은 못가고)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첫댓글 정말 열심히 그리고 멋지게 사셨던 시기였군요.
그런 삶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누구보다 성공한 화가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선생님의 지난 얘기는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줍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향우회가 있어 저녁에 서울 갔다가 그 차로 다시 고창으로 옵니다.
젊었을 때는 다들 열심히 살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봄터'님께 저는 '실패한 화가'인가 보군요... ^^
그렇지만 저는 거기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난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지지리 궁상을 떨고는 있지만,
제 스스로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아, 전시에 실패했다고 '화가의 삶'까지 실패라고 보지는 않아서요.
실패한 화가라는 말이 아니라 좀더 누리며 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말한 것입니다.
아, 그런가요?
물론, 그러셨겠지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도 화가나서 그런 게 아니고, 장난기가 발동해서......^^
제가 좀 까칠한 데가 있는 사람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