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호스텔의 담요 같다 처음엔 찜찜하지만 추워지면 그 담요를 목 끝까지 끌어당겨 덮는다
합리화는 밤마다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는 떠돌이 고양이 같다 처음엔 낯설지만 한 두 번 밥을 주고 서너 번 만져주고 나면 정이 들어 헤어질 수 없다
---소지섭이 제주도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것이 아닌 것을 훔치려 애쓰느라 한 번도 완전히 행복한 적이 없었던 그 시간을...
---소지섭의 떠나간 여인을 그리며
겁이 난다 나에게만 찾아온 두근거림 백만 분의 일 그램의 작은 씨앗 하나를 저 높은 하늘에서 뿌려서 그 씨앗이 지상에 있는 바늘에 꽂힐 확률 동전 일억 개를 던져 일자로 탑을 쌓을 확률 연달아 열 번 복권 일등으로 당첨될 확률 그보다 힘들다던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되는 확률은...
---김지원의 소지섭에 대한 설레는 맘을 담아
사랑을 해봐야 몇 번이나 하겠어 잠깐 눈 맞고 불장난하고 그러는 거 사랑이라고 하지도 않잖아 성질 나쁜 놈이라도 못생긴 놈이라도 내가 사랑할 수 있었으면 고마운 일이지 근데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줬다... 그건 더 고마운 일이고 하루는 좋다고 웃고 하루는 밉다고 울고 참 그때가 얼마나 귀하고 좋은 날들이었는지 나두 몰랐지
---장미 민박 할머니가 술 한잔하며 하는 말
그랬다 사랑이 흩어지는 이유는 수천 가지 그중 한가지 이유로 우리는 연인이 되지 못했지만 사랑에 내가 물었고 사랑에 대답했으니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