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보르의 목가적인 풍경.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
스벤보르는 덴마크의 유일한 슬로시티. 퓐 주 스벤보르 만 연안에 위치한 인구 2만 7000여 명의 이 타운은 2008년 3월 슬로시티에 가입했다. 스벤보르는 슬로시티 조경타운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속가능 도시’로서 기존 도시들과는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다. 25~30년 안에 830헥타르 규모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인간과 환경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염두에 두고 슬로시티 콘셉트를 따르는 ‘사려 깊은 도시’(thoughtful)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 개발 계획에는 연립주택의 열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신 건축기법으로 창문을 만들고, 이산화탄소(CO2)를 최소한 배출하는 등 친환경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다. 기존 에너지를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 신에너지로 대체하고, 집집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자연친화적인 삶을 도모한다.
슬로시티 스벤보르의 기본 철학은 질 좋은 삶을 누리는 것(good living)과 느리게 살기(living slow)다. 슬로시티로서 스벤보르의 특징은 좋은 음식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들 수 있다. 특히 낙농업이 발달하여 치즈가 유명하고, 맥주, 야채, 과일도 유명하다. 매년 6월 마지막 주에 개최되는 스벤보르 요리 축제는 스벤보르뿐 아니라 덴마크 최대의 요리 축제로 유명하다. 2002년부터 매년 열려왔는데, 덴마크 각 지역 식품 생산자들이 각축을 벌이는 요리 축제로,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몰려든다. 150여 식음료 생산업자들은 식음료 장인들이 만든 최상의 음식을 전시하면서 무료 시식과 판매를 함께 한다. 다양한 지역 특산품들이 나오는 이 축제에서는 슬로푸드, 친환경 식품, 덴마크의 첫 슬로시티인 스벤보르에서 나온 지역 특산품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스벤보르는 항구를 끼고 있어 다양한 선박과 보트를 볼 수 있다. |
스벤보르에는 특히 디자이너, 장인,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해 어디서든 예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리공방, 도예공방, 패션디자이너의 부티크, 조각작품을 파는 갤러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빙하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계곡과 언덕, 초원, 항구 등 자연경관이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스벤보르 근교에는 고성과 장원의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이 타운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도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데, 항구를 죽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선박과 보트들을 볼 수 있고, 탁 트인 대양감(大洋感)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H. C. Andersen, 1805~1875)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 타운. 이 타운을 거닐다 보면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보여주는 안데르센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스벤보르가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229년. 이 지역에서 많이 키우는 돼지(덴마크어로 ‘svin’에 해당)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이름만큼 이곳의 육가공품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질 좋은 음식, 예술적인 분위기가 스벤보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
스벤보르는 2000년 덴마크의 ‘올해의 타운(Town of the Year)’으로 선정된 바 있다. 스벤보르에는 Lillebaelt 대학의 분교가 있어 대학 도시이기도 하고,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스벤보르의 시장은 1253년 크리스토퍼 1세가 첫 타운 시장으로 특전을 주면서 만들어졌다. 올해로 시장 형성 757년을 맞은 것. 이 타운은 1년 내내 수많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데,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배워가리라 생각된다.
이곳의 축제들도 유명하다. 5월에 국제광대 축제, 치즈 축제, 봄 축제가 시작되고, 6월에는 요리 축제, 7월 말에서 8월 초에는 스벤보르 지역 예술가들이 기량을 뽐내는 축제가 이어지고, 8월 말에는 스벤보르 영화제가 열린다. 10월 중순에 ‘사과 경주(Apple Race)’라는 행사가 있는데, 이 지역 농부들이 수확한 사과를 스벤보르 항에 정박된 옛 선박에 실은 후 그곳에서 먹고, 빵도 굽고 술도 마시는 기상천외한 축제판을 벌인다. 12월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농산물 시장이 개설돼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