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Salix alba 영어이름 Willow bark 한자 柳)
장산 습지와 개울가 곳곳에 찢어지고 부러진 버드나무들이 띄엄띄엄 서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신병교육대 우측 사격장 부근에 서식하는 군락지를 보며 다른 생각도 해본다. 수고 8~10m, 긴 타원형 잎, 늘어진 가지의 암수 딴 그루, 달걀 모양의 버들강아지는 흰 삭과의 솜털 씨로 바람에 날려 번식한다. 버들피리 추억과 우물가 사랑의 전설얘기가 담긴 나무로 새로 난 가지 외에는 늘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버드나무가지는 물 빨아드림이 탁월하여 꺾꽂이를 하면 빠른 시간에 뿌리가 나오기 때문에 정화와 재탄생 그리고 풍요로운 출산을 상징하는 속성수다. 지난 2009년 7월 7일 있었던 집중호우로 양운폭포 주변계곡의 많은 갯버들이 떠내려간 심우정 앞을 지나면서 텅 빈 마음 한구석도 채워주길 바랐는데 작년 11월 야생화화단을 조성하며 갯버들 복원을 외면한 행정으로 ‘사회적 자본 충만한 도시’를 잘 이룰 지 걱정이 된다.
▲성경에 나오는 요단강의 본류나 지류에서 무성하여, 버들의 시내(강)라 이름붙일 정도로 많은 버드나무는 그 껍질로 만든 차로 기원전 4세기경에 히포크라테스가 관절염을 치료하게 하였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어 현대 의학에서 새롭게 관심가지는 나무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계곡에 버드나무가 왜 많이 자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왕버드나무 : 양동마을 심수정 앞, 청송 주산지의 왕 버들, 퇴계 이황 선생께서 후학을 가르치던 도산서원 경내의 버드나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무들이다. 또 울산 태화강 습지쉼터에 뙤약볕 내려쬐는 한여름 그늘의 안식처 노릇을 하는 노거수가 눈에 아른거린다.
버드나무를 심어 수원(水源)을 확보하고 수질정화식물로서의 가치도 인식해보자!
노론정권에 좌지우지되던 조선의 정치판에서 정조가 꿈꾸는 개혁 작업이 있었다. 일단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이장한 정조는 방위와 교통을 염두에 두고 몇 년에 걸쳐 수원화성 축조와 상업도시로의 작업을 진척시켰다. 그리고 사회기반시설을 하나씩 갖추어 나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수원에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수원(水原)이라는 이름과 달리 수원에는 물이 부족했다. 어찌할 것인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는 법. 정조는 제방을 쌓고 버드나무를 심게 했다. 버드나무는 물이 많고, 튼튼한 뿌리로 제방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원천을 시작으로 수원에 흐르는 크고 작은 개천들을 서로 잇고 이어 인공 저수지를 만들었다. “히야! 우리 수원에 이렇게 물이 많았어?” 놀란 건 수원사람들이었다. 이후 버드나무가 무성해지면서 수원사람들은 이 개천을 ‘버드내’라 불렀고 버드나무를 심은 덕에 물길이 성해져 농업이 발달했다. 수원에 종종 능행차(세계문화유산 화성행궁)를 했던 정조는 수원을 일컬어 유경(柳京:버드나무가 많은 서울’이라는 뜻)이라 칭하기도 했다. 왕다운 왕이 되어 수원을 한양에 버금가는 도시로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개혁을 이루겠다는 포부에 다름아닌 버드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조의 정책에 비해 장산에는 물은 많지만 보존하려는 지혜가 2% 부족해 보인다.
장산생태 숲 조성 목적을 명확히 하고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으로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지결집의 표상으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구현하고 장산국 역사를 재현하는 나무들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