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11월 18일 저녁 대천문화원에서 과학저술가이신 이정모선생님의 '천동설 vs 지동설'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정말로 재미나게 들었다. 현재의 명제가 성립되기까지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가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별을 좋아하는 초등학생'처럼 침 꿀걱거리며 집중해서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프톨레마이오스의 주전원,이심원설로 시작하여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갈릴레이의 '두우주체계에 대한 대화'등은 물론이고 오컴의 면도날,과학과 비과학의 개념까지 많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저토란에 굳이 어제 들었던 강좌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바로 마지막슬라이드에 기록된 글때문이였다.
" 好信不好學 基蔽也賊"
사람들이 믿기만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회적으로 나타난다.
천동설이 분명히 관찰과 분석을 통해 정립된 과학임에도 후세사람들은 아리스토테렐스와 교회의 권위를 믿고(혹은 교회가 권위주의를 내세워 믿으라 했거나) 믿어야 하지 않겠냐는 자세가 결국 과학발전의 질곡으로 다가왔다는 뜻으로 이해되며 사람들은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격언이라 하겠다.
이 정모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강의전까지 읽었던 홍세화저자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읽은 문구가 떠올랐다.
"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 누가 열심히 찬양할지를.그들은 지금도 술좌석에선 열을 내며 전두환정권을 비방하기도 하지만 그앞에 다가가지 못해 안달하고 있고 멀리서나마 그가 보이면 열심히 박수를 친다. 그리고 권자가 바뀌면 먼저 권좌에 있던 사람을 열심히 비방하고 다시 새로 권좌에 오른 사람을 향한 해바라기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 살면서 독일의 문화단체에서 갑오농민전쟁을 소재로 연극을 연출하고 돌아온 저자를 두고 프랑스 한인사회에는 '그가 독일에서 북을 찬양하는 연극을 만들고 북에서 자금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많은 사람들은 그 소문을 믿으려 했고 저자는 그들에게 이렇게 속으로 말하려 했다고 한다.
나에게도 이런 기억은 남아 있다. 80년대 세상의 99%는 우리를 믿지 않았다. 90년대 미국이 전쟁을 획책한다는 학생들의 말을 이렇게 평화로운 시기에 미친 소리들 하고 있다고 귀를 막아 버렸다. 그러나 실제로 클린턴정부때 북한 침공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물론 이해는 한다. 정보가 통제되고 먹고 살기 바빴으니까..그러나 그들은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물꼬를 터 버리는 민중의 힘을 보여줬으니 괜찮다..아니 오히려 존경해해야 한다. 그러나 정말로 경계해야 할 것은 이 땅의 민초들이 아니라 기존 기득권시스템에 자기 이해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더 좁혀 이야기하면 권위주의 혹은,권위의식에 몰입하여 기존체제를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는 허위지식인들이 문제이다.
생각의 좌표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를 잘해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인간과 사회에 관해 질문을 던질 줄 모르고 오직 객관적 사실에 대한 암기에서 뛰어나다는 점은 그들이 기존 체제를 지키는 가치관과 이념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사회의 상층을 차지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치와 의미를 헤아리지 못 하는 것은 개인의 오류나 한계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사회체제의 유지를 도모하는 보이지 않는 기득권 세력의 음모와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래서 독서와 토론, 견문과 성찰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참된 공부일거란 생각이 든다. 단지 믿는 것이 아니라 성찰해 보는 것.이 것은 기존 지배체제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바로 이것이 우리 아이들 교육에서 주장하는 창의력과 리더쉽교육이 아니겠는가싶다.
믿는 것만 좋아하는 것이 왜 사회에 폐가되고 심지어 적이 되는 지는 바로 홍세화저자의 말에 실려 있다.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이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진리는 있기 마련이다. 호신불호학 기폐야적은 바로 그러한 진리임에 틀림없다.
첫댓글 저는 확실히 배경지식이 있을 때만 이해 합니다. 백배공감! 책도 읽었고, 강의도 들었거든요.감사해요~
피리부는 소년에 이끌려 죽음으로 달음질하던 쥐들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있습다..ㅠㅠ
변해갈 준비, 끊임없이 새롭게 날 만들어갈 준비를 해야하겠네요. 호신불호학과 함께 말입니다요.
오래전 읽었는데...기억에 남는건 우리가 그(작가)를 거기로 보낸 아픈 현실만 기억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