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의 주제를 이와 같이 결정하게 된 계기는 지난 10월 26일, 그것이 알고 싶다 특집 방송을 보게된 것이다. 특집 방송에서는 이춘재를 비롯해 그 외 4명의 연쇄 살인범, 그리고 조두순에 관한 내용을 방송했다. 연쇄살인범들은 어째서 살인하는 것이며, 이춘재는 무슨 이유로 태도를 돌변해 자백했을까?
11개월 간 20명을 살해하고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던 유영철,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3년간 10명의 여성을 살해한 강호순, 돈을 위해 살인을 거듭한 맨손의 연쇄살인마 정두영, 그리고 약 15명을 살해한 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가 검거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까지. 이들은 모두 연쇄살인범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살해의 이유를 물어보면 내 안에 악마가 있었다고 말하는 정두영을 제외하고 모두 하고싶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한다. 본인의 쾌락을 위한 살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나타내는 연쇄살인범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위 사진은 실제로 사이코패스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PCL-R)이다. 강호순, 정남규, 조두순, 유영철은 모두 이 테스트에서 25점을 넘겨 사이코패스로 분류되었는데, 특히 유영철은 40점 만점에 3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과대망상증이 심하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폭력적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질렀다. 그들은 원한 관계가 있다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자신의 본색을 숨기고 사람들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강호순도 주변인들과 친숙한 태도를 보였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춘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죄의식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석방 시 재범률이 매우 높다. 94년의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이춘재는 1급 모범수였다. 그가 가석방이 되면 안 되는 이유이다.
조금 전 언급했다시피 이춘재는 94년의 사건으로 이미 복역 중이었다. 그가 유력한 용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갑자기 돌변한 태도로 본인의 범행을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4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첫번째로, 계속해서 DNA가 확보된 것이다. 5, 7, 9차에서 나온 DNA를 증거로 내밀었을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4차에서도 확보되어 경찰은 이를 가지고 압박했다. 두번째로 목격자와 피해자의 증언이다. 너무 오래된 일이었지만 '법 최면 기법'을 동원하여 공통된 증언을 들을 수 있었고 피해자의 증언에서는 이춘재의 시그니처 또한 나타났다. 세번째로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다. 이춘재가 저지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가장 늦게 일어난 사건을 기준으로 해도 2009년에 이미 만료되었다. 현행법 상으로는 처벌할 도리가 없는데, 이춘재는 이를 알고 범행을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찰과 이춘재 간 라포르가 형성된 것이다. 라포르(Rapport)란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그 사이에서 충분히 감정적,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상호 신뢰 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춘재가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자 경찰은 프로파일러 9명을 차출해 계속 대면조사를 했고, 신뢰가 어느 정도 쌓이자 이춘재가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그들은 교도소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정남규는 법정에서 "더 이상 살인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는데, 사형 판결 후 결국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강호순과 이춘재는 비교적 조용하게 수감 생활을 하는 반면, 유영철은 본인이 사이코패스에, 미친 살인마라며 난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평범한,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과 같은 얼굴을 하고있다. 저 사람이 사이코패스에 살인자가 아니냐며 피해다닐 수 있는 특징이 없는 것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서 그런 지 더욱 마음이 아프다. 사건 조사 또한 부실하고 강압적으로, 협박 수사가 이루어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사람은 경찰로 인해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잃어야 했다. 나는 이 사건에 분노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 진범을 잡을 수 있게 만든 현 미제사건전담팀 경찰관 분들과 범인과 대면 조사를 한 9명의 프로파일러 분들께는 박수와 함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보내드리고 싶다. 또한 같은 길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해결되어가는 중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다른 미제사건들이 남아있다. 이 사건이 해결되는 것에 탄력을 받아 재수사를 한다는데, 그 시절에 비하면 과학기술도 다른 수사 기법들도 많이 발전한 현재이다. 다른 미제사건들 또한 이와 같이 해결되어 피해자와 유족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가해자는 마땅히 법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