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도시는 안전한가?
배문호 / 도시계획학 박사(주거복지연대 이사, LH부장)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불안하다. 최근에도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의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재질로 인하여 화재가 급속히 번지면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경주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10명), 세월호 참사(295명), 장성요양원 화재(21명), 성남판교 환기구 추락(16명), 오룡호 침몰(27명) 등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실종자를 제외하고 10명이상 사망한 사고가 5건이나 발생했다. 모두 안전수칙이나 규정을 무시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과거형 재난이다. 각종 사회적 안전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후진국형 재난은 계속해서 악순환되고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설계단축, 안전관리 미준수로 사망32명, 부상17명), 1995년 4월 대구도시가스 폭발(공사안전 준수 무시로 101명 사망, 202명 부상), 6월 삼풍백화점 붕괴(용도변경, 부실공사로 502명 사망, 937명 부상),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대응미숙과 안전의식 미비로 192명 사망, 148명 부상) 등 무수한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 화재, 붕괴, 침몰 등으로 인한 대형 참사인 것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수많은 과거형 재난을 보아왔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disaster)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해서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불한을 느끼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도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편리성과 안전성이다. 그러나 그동안 고도경제 성장과 급변한 도시화의 진전에 힘입어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과밀화된 고층건물, 대규모 지하도 등 복잡한 도시구조물의 증대, 교통량 증가와 각종 위험물들의 시설과 취급의 증대를 가져왔다. 현대도시는 도시개발과 도시화에 의한 도시공간의 고도이용, 그리고 인간의 인위적 또는 우발적인 요인에 의해서 전혀 알 수도, 추측할 수도 없는 재해가 발생하곤 한다. 도시민들은 반복되는 사고와 생각지도 않은 재해에 의해 생명과 재산을 잃고 있다.
지난해 8월 좌동 오피스텔 신축현장이 붕괴해 도시가스관 일부가 파손돼 도시전체가 붕괴될 뻔한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이러한 도시형 재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지역의 성격과 모습에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지역마다 그 성격을 달리한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 도시생명선(Life Line)인 전기, 가스, 수도 등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셋째, 지하철 등 교통, 정보통신 사고와 환경오염을 포함한 문명의 이기에 대하여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넷째, 그 피해 범위가 지역 내에 연관되어 있는 다른 종류의 재해를 동시에 유발시킨다. 다섯째, 시기의 경과에 따라 피해가 확산된다. 따라서 예방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피해방지를 위한 대응이 얼마나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피해지역을 어떻게 재빨리 수습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는 건물이나 도시기반시설을 건설할 때 그것이 20~3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유지관리 문제와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사고발생률 증가에 대한 예측이 고려되도록 행정체계를 정립하고 그 일을 맡은 엔지니어들의 무한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아파트, 오피스텔을 비롯한 전국가구수의 70%가 넘는 공동주택, 초고층 건물의 화재에 대비해 민?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1995년 고베지진 이후 건물 손상부분에 따라 등급을 상정하여 방재에 약한 건물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원하여 보수하였고 도시에 있는 건물 전체특성을 파악해 DB화하여 안전관리를 구축하였다. 또한 2007년 8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시의 교량붕괴로 13명 사망, 9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여 미국인에게 충격을 주었다. 미국의 도시기반시설들이 안전관리의 임계점에 도달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부족하였다는 반성을 하고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정책방향을 다시 점검한 바 있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1년이 되었다. 이것을 우리 모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믿음은 이제 사라졌다. 그 후 우리사회는 어떻게 반성하고 변화해 가고 있는가, 진상조사는? 새로운 법령과 제도는 전면적으로 정비되고 지켜지고 있는가?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재난에서 부상당하거나 생존했던 사람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지속적인 치유는? 우리의 도시는 과연 아직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가? 안전한 도시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