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어머니들의 힘을 모아 개관한 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 읽고 공부도 하며 자라난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
2006년 새마을문고로 개관 사실상 김해지역 최초의 작은도서관 처음엔 일일이 비닐로 책겉장 입혀 현재 1만3000여권 장서 갖춰 역대 관장·현직 등 여걸 4인방 "도서관 일에 완전히 빠져 살았어요" "책 한 권 한 권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전부 비닐로 겉장을 입혀 애지중지했지요." 장유대우작은도서관은 김해에서 작은도서관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2007년보다 1년 앞서 새마을문고로 개관했다. 2006년 2월 16일 개관한 이 도서관은 사실상 김해에서 가장 먼저 생긴 작은도서관이다. 기자가 도서관을 방문한 날, 역대 관장들이 다 모였다. 새마을문고 시절부터 활동을 한 신혜란(48) 초대관장, 2대 김금주(46) 관장, 방경완(46) 현 관장 등. 방 관장은 봉사자로 활동하다 올해 1월부터 관장을 맡고 있다. 2005년 3월, 팔판마을 푸르지오5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젊은 어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부녀회를 만들었다. 그때 신 관장은 부녀회장을, 김 관장은 총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아파트 환경 개선 관련 일들을 주로 했는데, 뭔가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어머니들의 관심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개관으로 집중됐다. 입주민들을 설득하고, 투표를 거쳐 도서관을 세울 때까지 33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일했다. 2007년 김해시 작은도서관으로 통합되고, 3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안착하기까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많은 지원을 했다. 그 지원 덕에 2011년에는 바닥 난방공사를 했고, 히터도 장만했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1만3천395권의 장서가 있다. 작은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많다. "처음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귀하고 고맙던지, 한 권 한 권을 일일이 다 비닐로 책겉장을 입혔죠. 입주자들 중에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분이 있어 도서분류를 도와줬어요. 또 현재 504동 대표인 정승표 씨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입력작업을 도와주었고… 하여튼 입주민들의 도움이 컸어요."
| | |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혜란, 김금주, 방경완, 김진영 씨. |
한참 추억을 더듬던 3명의 관장들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김해시 작은도서관으로 통합되면서 바코드 작업을 위해 비닐 포장을 뜯어냈는데, 여전히 깨끗한 새 책이었어요. 우리들도 아이들도 책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던지… 그땐 좀 감상에 젖어 울컥했지요. 도서관 운영자금 마련하느라 바자회도 여러 번 열었구요. 심지어는 감자 배달도 했어요." 초대관장 신혜란 씨는 "내가 너무 도서관 일에 매달려 있으니까, 한 번은 남편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도서관 일에 살짝 미쳐 있었군요"라고 기자가 말했더니, 3명의 관장이 입을 모아 "완전히 미쳤었지요!"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도서관은 우리한테 자식과 똑같아요." 이런 억척(?) 엄마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이 도서관을 다닌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찾아온다. 이호정(율하고·1년) 양은 "도서관에 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해요. 방학 때는 거의 매일 와요. 집이 가까우니 일반 독서실 가는 것보다 편하고, 여기가 익숙해서 더 좋아요"라고 말했다. 허예아(신안초·1년) 양은 "전 설이 지나면 2학년이 되고요, 동생 예훈이는 3월이 되면 신안초등병설유치원에 갈 거예요. 엄마 아빠는 가게 나가셨는데, 할아버지가 오후 6시에 데리러 올 때까지 동생하고 책 읽으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라고 또록또록하게 말했다. 예아는 <그리스로마신화> 8권을, 동생 예훈이는 누나를 따라 4권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3년째 이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김진영(40) 씨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의 이름과 좋아하는 책을 다 파악해 두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관장들에게 작은도서관을 잘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현재 시의 지원금이 줄어든 상황인데, 그 대신 시에서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강사 지원을 좀 더 해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 도서관을 찾아왔으면 합니다. 여기서 책을 읽고, 위로를 받고, 그래서 가족이 다 화목했으면… 그런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후원 문의 055)312-44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