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오공의 후예, 히말라야 원숭이>
* 지누단다(Jhinu Danda, 1780m)의 노천온천
* 유인원의 후예(後裔), 티베트인
* 가설, ‘윤회론적 진화론(輪回論的 進化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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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누단다(Jhinu Danda, 1780m)의 노천온천
‘지누단다’ 는 안나푸르나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안나푸르나 트렉킹의 종착지인 베이스켐프(ABC)로 가는 중요한 경유지인 간드룩(Gandrug,1940m)과 촘룽(Chomrong, 2170m) 바로 아래에 자리 잡는 마을이지만, 윗길에 비해 트렉커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이곳은 옛적부터 ‘따또빠니’가 샘솟는 곳으로 유명하다. ‘따또빠니’란 더운 물이란 뜻이니 곧 온천마을이다. 그렇기에 이곳에는 10여 군데 숙박업소가 있는데, 어디곳에서 안나푸르나 남봉(A. S.Peak, 7?m)을 병풍처럼 뒤로 두르고 있어서 경치하나는 끝내 주는데다가 대부분의 롯지들이, 기화요초가 피어 있는 넓은 정원이 있어서 마치 유명한 리조트에 와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쾌적한데다가 무엇보다 잠자리도 생각이상으로 깨끗하고 또한 음식도 다양한 메뉴에서 골라 먹을 수도 있기에 갈길 바쁜 트렉커뿐만 아니라 요양을 겸한 장기숙박 손님도 꽤 있는 편이다.
더운 물이 나오는 노천온천탕은 마을에서 다시 1km쯤 다시 모디콜라(Modhi Khola) 계곡가로 내려가야 한다. 물론 여기서 콜라는 이빨을 삭게 만드는 코쟁이들의 특허품인 그 음료가 아니라 강을 말한다. 뭐 온천마을이라야 우리나라처럼 거창한 시설을 구비한 위락단지가 아니다. 기껏해야 인공구조물이야 목욕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입장료(50RS)를 받는 초막이 있을 뿐이고 노천탕 근처에도 딸랑 간이탈의장 정도의 움막뿐이다. 그렇기에 좋긴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불편 한 점도 없는 게 아니다.
힘든 산행 끝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아열대우림 위로 펼쳐진 하늘의 반을 가린 만년설에 덮인 설산을 바라보고 ‘멍때리기 짓’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뱃속 사정은 다르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누가 그 선경에서 다시 속세로 나가고 싶겠느냐마는 “신선놀음도 식후경”이란 말처럼 요기꺼리가 절실하지만 여기서야 간짜장도, 우동도, 탕수육에 빽알 한 병 배달해줄 ‘배달의 기수’도 없으니, 미리 최소한의 간식거리 준비는 그 반대편 상황의 배고푸고 목마른 중생에게는 아낌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남는다. 더구나 주당들에게 캔맥주 한 통 정도는 더 말해 무엇하리….
자, 여기서 먹을거리가지고 노닥거릴게 아니라 우선 물속으로 입수하는 게 당근 먼저일 것이다. 그러자면 남녀구분이 없는 탈의실에서 각기 다른 기본가리개로 갈아 입고는 우선은 탕밖에 따로 흘러나오는 예비꼭지에서 몸을 대충 씻고 나서, 자연석 욕조인 본탕중에서 하나 골라잡아 입수하면 되는데, 바닥이 많이 미끄럽기에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돌아보면 이 세상에 뭐가 부러울 것인가?
참, 그곳은 동네 노인이 한 명이 관리하고 있는데, 그런데 이 양반이 무척 골초라서 담배 한 대 권하면 그는 좀 더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을 넌지시 가리켜준다. 그 재미로 나는 그곳에 갈 때 마다 한국산 객초를 챙겨가서 건너 주면 그는 잠깐 손사래를 치긴 하지만, 바로 특유한 넉넉한 미소를 주름투성이 얼굴에 피워 올리면서 바로 불을 부처 몇 모금 깊숙이 빨아댄다. 그런데 그 표정은 거의 무아지경에 가까울 정도이다. 설사 아편이라도 저렇게 맛있게 빨아대겠는가?
아마도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빨아대는 사람일 것이라고 내가 장담한다. 그는 그렇게 몇 모금 빨고 나서 바로 비벼 끊고는 남은 반 토막 남은 꽁초를 다시 담뱃갑에 조심스레 집어넣는다. 아마도 잠시 뒤 다시 필 요량으로 남겨두는 것이리라.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누단다 노천탕을 좋아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혼자서 가벼운 차림으로 그곳을 가는 편이다. 물론 첫째 이유야 더운물에 몸을 담그러 가는 것이니, 말하자면 내 전용 목욕탕인 셈이다. 학교에서 하루거리라는 접근성도 있지만, 그보다도 가는 길도 내게 어울리는 아주 적당하고 이상적인 트렉킹 코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무엇보다 그곳을 향하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지만, 지금 여기서 그 이유를 다 까발려 버리면 시쳇말로 ‘김이 샌다’이기에, 독자들도 궁금증이 생기더라도 좀 참으시고 우선 나를 따라 히말라야 산행길에 나서 보기로 하자.
대개의 히말라야 트렉킹은 급경사를 힘겹게 걸어 가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 전속 목욕탕 가는 길은 좀 예외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학교를 나서서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을 해도 좋고, 그냥 반나절 걸어가도 좋은 길인,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면 시와이 바자르(Siwai. B)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서 계속 신작로를 따라 올라가면 모든 차의 종착점인 김체(Kimche)에 이르고 여기서 다시 자연석으로 포장된 옛길을 따라가면 안나푸르나 기슭에서 가장 마을인 간드록으로 올라가서 다시 베이스캠프로 향하면 된다.
그러나 내 목욕탕 길은 시와이 근처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아열대 원시림 사이로 뻗어 있는 좁은 계곡길을 따라 뉴부리지(New Bridge)마을을 지나 반나절 걷다가 계곡을 떠나 지그재그 급경사 길을 좀 힘겹게 오르다보면 저녁 나절 전에 목적지 온천마을 지누단다에 이르게 된다. 물론 여기서도 트렉킹을 계속하려면 급경사길로 촘룽마을로 올라가서 ABC로의 본궤도를 오르면 된다.
이 글의 서두에서 내가 이 노천온천을 자주 가는 진짜 목적이 따로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이실직고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원숭이 무리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독자들로부터 아래와 같은 질문의 화살이 날아올 것이다.
“뭔 대단한 원숭이를 만난다고 이리 호들갑을 떠시오?”
그러나 난 실제로 그 온천탕에서 벌거벗은 채로, 마치 산신령같이 하얀 털을 기른 신령스런 모양을 한, 손오공의 후손인 히말라야 원숭이 가족을 만난 것이 사실인 것을….








첫댓글 털 없는 원숭이
털빠져 버린 원숭이겠지요. 그중에는 나처럼 아직 덜 빠진 원숭이도 있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