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에서 만복대를 넘어 여원재까지 백두대간 길을 걷다
제 2차 백두대간
1) 언제 : 2015년 5월 17일(일)
2) 어디 : 성삼재- 만복대(1,438m)-정령치-북고리봉(1,304.8m)-고기리- 노치리-
수정봉(808.7m) -여원재....19.36km.(누계 52.62km)
3) 누구와 : 단독
4) 산행이야기 : 나는 작년 지리산 종주이후에도 여러번 지리산 계곡를 찾아가곤 했었다.쌍계사 계곡산행과 백무동계곡에서 올라 천왕봉에 다녀 왔었고 월출산과 무등산 등을 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2014년 12월 5일 나의 돼지농장에 큰 화재가 났었다.돈사 4동이 불에 탔고 2,500마리가 넘는 돼지가 불에 타고 폐사하였으니 내 인생에 가장 큰사고 였고 위기였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등으로 사고을 잘 마무리 하고 중단했던 산행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농장은 화재로 소실했던 건물은 대부분 재건축 완공하였으며 돼지가족들도 막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물런 아직 상처는 다 아물지 못했다.그런데 나는 산에 가고 싶어 환장 할 지경이다.산에 대한 나의 짝사랑이 도진것이니 어쩌랴? 상처는 한꺼번에 낫는것이 아니고 천천히 나아지는 것이니 기다리며 상처가 아물고 농장이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산에 가고 싶었다.엊그제 봉화산 산행 때 안개에 가려 보지 못한 지리산 능선이며 철 지난 철쭉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지리산으로 더욱 가고 싶었다.진한 땀과 다리가 저리도록 한 없이 걷고 싶었다. 이런 산행은 동참해 줄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아 그냥 혼자 가기로 한다.오늘은 지리산 서북능선를 타기로 하고 성삼재에서 만복대를 넘어 북고리봉까지 가다가 백두대간 길을 걷고 고기리와 노치마을을 지나 수정봉을 넘어 여원재까지 가기로 한다.고기리 마을에서 노치마을에 진입하면서 사람인지라 흔들리는 마음이 있었다.여기서 중단하고 택시를 불러 돌아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아서라 아니다 가자! 가볍게 여겼던 수정봉 산행길은 더덨다.그러나 여원재까지의 여정을 마무리 하고 나니 가슴뿌듯하고 잘 버텨 준 나의 두다리가 고맙다.
오전 7시 성삼재에서 시작한 산행은 오후 3시35분에 여원재에 도착하며 끝냈다.(8시35분소요)1/5만 축척 지도(고산자의 후예들,저서)를 참고로 거리를 보니 약 20km쯤 걸었다.산행을 끝내고 여원재에서 구례터미널로 이동하여 광주로 오던중에 섬진강 압록 유원지 하생촌식당에서 친구 태문이와 맥사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광주로 돌아와 오늘의 여정을 마감한다.
사진과 함께 산행기를 쓴다
이른 새벽 4시 40분에 출발하여 승용차는 구례 터미널 근처에 주차하고
구례터미널에서 6시에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를 타기 위해 먼저 도착한 산행객들 속에 섞였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른아침 벌써 구례터미널에 모여들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7시 성삼재는 햇쌀 가득한데 아직 한산하다.
오늘은 휴일이고 이렇게 좋은날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지리에 스며들것이란 생각을 하며
성삼재 주차장에서 만복대 방향 철책사이에 있는 들머리로 만복대 산행을 시작한다.
10여분 걸었다.산수유마을에서 올라 오는 고개마루 당동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쉰다.
그리고 등산로 한쪽 나무밑에 생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슴을 본다.
( 남고리봉에서 본 만복대 능선)
30여분 치고 올라 남고리봉(1,248m)에 도착했다. 남고리봉 주변 철쭉은 나를 반갑게
맞이 해 주는듯 하고 연초록 푸른바다를 닮은 숲은 빛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전방 푸른 초록으로 이어진 마룻길 능선위에 만복대가 있다.
바라 보는 저 경치는 선경(仙景)이며 가히 신선(神仙)도 머물만 하다.
뒤로 보이는 반야봉 아래 대소골도 아침 햇빛을 받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고
앞으로 내려다 보이는 구례군 산동면 온천마을은 따뜻한 햇빛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산동마을은 3~4월 봄 여행지로 유명한 산수유 마을이기도 하다.
하늘아래 첫 동내 심원마을이 있는 달궁계곡을 보면서 달콤한 지리산 사랑에 빠져 본다.
저 푸르고 깊은 계곡은 수 많은 생명과 역사가 있겠지만 미지의 숲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오래도록 신성한 골짜기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시간쯤 걸었나 보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이여서 3km를 걸어 남고리봉(1,248m)을
지나 묘봉치에 도착한다. 묘봉치에서 다시 한번 더 숨을 고른다.
산행 초반 호흡이 중요하기에 나는 급하지 않게 몸을 서서히 달군다.
만복대에 오르는 길은 연초록 숲이 넓게 펼쳐져 평화로운 모습이다.
다시보기 어려운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이른 아침 집을 박차고 나온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이른 봄 이런 황홀경에 빠지려 나는 늘 배낭을 맨다.
(만복대 정상 표시석)
2시간여를 걸어 만복대(萬福臺)에 도착했다. 만가지 복을 가진곳인가?
봉(峰)이 아니고 대(臺)라 함은 바위가 있는 곳이여서 일것이다.
우리의 산에는 옛선인들이 즐겨찾아 기도하던 수 많은 명당들이 있는데
지리산은 대략 36여개의 대(臺)가 알려져 있고 그 중 기도처로 유명한 지리8대가 있다.
대(臺)는 뒤로 석간수가 흐르고 상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신성한 곳이다.
반야봉 아래 하늘이 감춘 신비의 땅 묘향대,노고단 아래에 숨은 땅 문수대, 차일봉의 종석대,
신령스런 영신봉의 영신대, 삼정산의 상무주암대, 바위와 물이 어우러지고 청학(靑鶴)이 날던
불일대,그리고 바람이 지나는 만복대가 있고 아직 찾지 못한 금강대가 있으며
그외에도 문창대, 서산대,향적대등 수 없이 많은 대(臺)가 있다.
그 만큼 지리는 상스러움과 알지 못하는 매력들을 간직한 큰 산이다.
그래서 내가 가 보고 싶은곳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만복대에서는 저 멀리 지리산의 중부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그 주 능선을 보면서 그 동안 걸었던 숲과 길을 상상해 본다.
서울에서 내려 왔다는 젊은친구 2쌍이 올라 오는데
어제밤 노고단 대피소에서 숙박하고 만복대에 올라 왔단다.
그들과 지리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나는 먼저 출발 했다.
많은 복을 가졌으며 바람이 지나는 만복대을 지나 정령치를 향하는데
하얀 철쭉 꽃 아래 젊은 두 여인이 쉬면서 지나는 나에게 성주 참외 한개을 건내며
쉬어 가라고 하신다. 망설이다가 감사하게 받고 덕분에 불난 발다닥을 잠시 식혀 간다.
두 여인중 한분이 말하길 이 친구는 "지리산이 좋아서 오다 보니 지리산병이 들었답니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묻기를 어딜 다니셨나요? 라고 물으니
"큰 골짜기는 대부분 가 봤는데 아직도 안 가본곳이 너무 많아요"
라고 말씀 하신다. 그분도 나랑 비슷한 지리산 환자분이다.
"그런데 지리산은 99골짜기 랍니다" 그러니 천천히 즐기며 다니시라 말하고
갈 길이 서로 정 반대여서 늘 안전 산행하시길 바라며 헤어졌다.
10시 15분 정령치휴게소에 도착한다.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여러대 올라 있고
주변이 요란하다.지금은 철쭉이 절정이여서 바래봉 철쭉을 보러 오신분들이다.
여기서부터 철쭉을 보러 온 많은 인파에 묻혀 줄지어 걷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줄지어 걷다보니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걷는 꼴이다.
그래도 북고리봉(1,304.8m)에 도착해서 반야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북고리봉에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데 서울,부산, 충청등 말투가
다양한것이 전국에서 다 모였나 보다.
나는 북 고리봉 갈림길에서 좌측 고기리 방향으로 내려 간다.
쭉쭉 뻗은 키 큰나무군락 지역을 지난다. 전봇대처럼 매끈하게 하늘을 향하는 나무가
편백인지 삼나무인지 모르겠다.그리고 도착한 고기삼거리는 다리(교량) 공사중이고
이정표였던 정령치모텔은 사라지고 없어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혼돈이다.
선유산장 직원에게 백두대간 길을 묻고 덕치리을 향한다.
고기삼거리에서 노치리로 가는 길은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다가 농경지를 지나야 한다.
잘못하면 헤메이기 쉬운곳이다. 고리봉에서 내려와 건너편 수정봉을 보고 가야 한다.
고기리 들력은 모내기가 끝나 있는데 지역이 고지대 일모작이라서 모내기가 빠르다.
농부의 거짓없는 부지런함이 존경스럽다.
덕치리 마을 삼거리에서 노치교회를 만나고 우측길을 이용 노치마을로 들어 간다.
마을 뒤로 보인는 저 능선이 백두대간길 수정봉이다. 노치마을 경로당 마당에서 간소한
점심을 먹는다.김밥 한줄과 사과 한개로 해결하는 간단한 점심이다.
이제 서서히 다리는 뜨겁고 모든 것이 조금씩 귀찮아진다.
조금씩 힘들어지는 시간이다.그냥 여기서 걷기를 마감할까 ?
잠시 흔들린다. 그래도 김밥으로 때운 식사와 물이라도 마시니 다시 힘이나서 일어서 길을 나선다.
백두대간길중 마을를 관통하는 구간으로 유명한 노치마을 노치샘을 확인한다.
옛날 마을사람들이 사용했던 샘이였을 것인데
지금은 사용을 안해서 샘은 말랐고 흔적만 유지하고 있다.
( 노치마을의 수호신 노송)
마을의 수호신 처럼 노령의 소나무가 노치마을을 내려다
보면서 당당하게 서 있다.(수령 250여년) 이제는 본격적으로 수정봉을 향해 오른다.
(수정봉 정상 표시석)
아무도 없다.걷는 사람은 나 뿐이고 한시간을 걸어 수정봉에 도착한다.
옛날 수정을 채굴하는 광산이 있어서 수정봉(803m)이라는 글이 있었다.
수정봉을 지나 입망치에 이를즈음 아내로 부터 문자가 날라 온다.
"지금 어디쯤이요?" "아직 3km정도 남았네" "아직도 멀었구먼?"
문자로 간단 대화을 나누고 다시 출발한다.
나는 산행중에 가끔 사진이나 문자로 현재 위치를 알리는데
걷는데 집중하고 2시간째 알림을 못했더니 걱정이 됐나 보다.
산을 좋아하고 혼자가기를 고집하는 남편때문에 불만이 많은 부인이다.
멀리 가려거든 같이 가라 했거늘 동행하는 친구라도 있으면
아내의 걱정이 적어질 것인데 아직까지 같이 갈 친구가 없다.
내가 친구를 다양하게 사귀지 못함인가? 누구 없나?
드디어 여원재에 도착한다. 아침 7시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3시 34분에 도착했다.
8시간 30분 걸은 셈이다. 걷는 중간에 오래쉬지도 않았고 물과 김밥 한줄,
그리고 사과와 사탕으로 조금은 허기지게 걸었다.
오랫만에 산에 대한 갈증을 해소 하고자 걸었던 것이다.
오랜시간 걷다보면 생각하고 고민하고 털어 내는 것들이 많다
삶이 미숙하고,생각이 둔하고, 결정은 현명하지 못해서, 이렇게 나마 걸으면서 마음을
정제하려 한다 남원시 인월 택시를 콜 했다
그리고 내가 타고 온 차가 있는 구례읍으로 향했다.
** 길을 걷고 나서 **
나는 오늘 쉼 없이 걸었더니 발 바닥이 불난듯하다
초행길을 걸을땐 조금은 성급하게 걷는 습관이 있다
다녔던 길이라면 시간 안배와 여유가 있겠지만 초행길은 다급하게 걷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 일 수 있겠다
삶의 하루하루는 늘 처음이다
그래서 서툴고 다급한 결정은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나의 삶도 인생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
지난번 농장의 화재사고도 나의 안의함과 성급함에서 왔는지 모른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이제는 빨리 가는거 보다 성급함이 없이 조용히 걸으면서 멀리 가고자 한다
이제는 같이 할 산행 친구을 찾아 동행하여 걷고
다음 산행을 더 즐겁게 걷고 평온하게 걸으며 인생을 길게 가고 싶음이다.
이제는 산행하는 동료와 소소한 이야기하며 걸어야 겠다
인생을 더 멀리 가기 위해서.....
그런데 누구와 같이 가지?
2015년 5월 17일 걷고 5월 25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