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9. 27
오늘은 진주 상평동 모임이 있는 날이다.
술 한잔은 당연한 것.
차 가져가서
술먹고 대리운전하면
돼지.
하지만 오늘은
옹구마 삼거리에서
진주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동네서 옹구마까지는 15분.
우산은 펴지 않고
한방울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갈리
삼거리를 지나
옹구마에 도착하니
버스 도착 시간 15분 전이다.
시간이 남아
한정거장 더 걷기로 했다.
통영가는 고속도로 육교아래를 지나니 봉전동네 앞이다.
여기는 행정구역으로
진주시다.
사천이 아니므로 거리는
가깝지만 별로 와보지 않아 낯설다.
6시인데 흐린탓인지
어둑어둑하다.
버스에 오르니 승객은
나혼자다.
봉전에서 개양삼거리까지
오는 동안
승객은 한명도 없었다.
약속장소 모닝에 도착하니
저녁7시다.
매달 한번 술먹는 모임이다.
딸이 삼현여중 입학하는해
사천에서 진주 상평동으로
이사와서 살아온 세월이
십오륙년.
십여년전부터 일주일에
한번, 많으면 두번,
가던 곳이 이곳 모닝식당이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가까이 사는 동네분들과
모여서 술잔을 부딪히며
얘기를 나누고
희노애락을 같이하던 곳이다.
이제는 사천으로 다시 이사왔지만 이 모임은 매달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술잔이 몇순배 돌고 나니
남자들 여럿이 들이닥친다
삼천포 바다에서 문어와 갑오징어를 잡아왔다며
장만해준다.
실컷 먹고 나니 술이
거나해진다.
항상 2차를 하곤
밤늦게 택시 타고 집에 왔다.
그러나 오늘은 아까 타고 왔던 시내버스를 또 타고 싶었다.
9시에 막차다.
도중에 빠져나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시내버스를 타고 경상대학을 지나니 진주 갈때처럼 차안에 손님은 나 혼자다.
기사님이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종점까지 간다고 했다.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 하나 때문에 골짝동네
까지 가야 하는 기사님께.
그리고
천삼백원 주고 큰버스를 자가용처럼 타고 왔으니~
옹구마 삼거리에 내렸다.
비가 제법 왔다.
주위는 칠흙같이 어둡다.
멀리 희미한 불빛만 몇개
보인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우산을 펴서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아니, 움직이는 모습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달리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쳐지는
빗방울 외에는~
소변이 마려웠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캄캄했다.
노상방뇨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갈짓자로 걸으면서 오줌을 쌌다.
오줌방울과 빗방울이 섞여
포장된 도로를 때린다.
어릴 적 뭐가 그리 바쁜지,
길을 걸어가면서 오줌을 싸곤 했다.
그리고 바지에 묻은 오줌을
손으로 털어버리곤 했다.
비로소 오늘 오십년전의 과거로 돌아갔다.
귀신이 나온다는 새이집을 지났다.
인기척에 푸덕거리며 날짐승이 날아오른다.
옛적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술기운 때문인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동학교 뒤, 보건진료소를
비쳐주는 가로등 한 개만이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집에 도착하니 열시다.
아래에 보이는 학교 운동장은 어둠속에 뭍혀 까맣다.
곰골 우리 동네도 가로등 두세개만 빛을 뿜어낼 뿐,
집안에 불빛은 거의 꺼졌다.
캄캄한 시골동네를
한참동안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