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38코스(남해 바래길 5코스)-1
지족해협 물살 이용한 죽방렴 멸치잡이
남해 바래길 5코스 종점인 삼동하나로마트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해 두고, 택시를 이용해 창선도 적량마을로 향한다.
남해군 삼동면소재지인 지족리에서 연도교인 창선교를 건너면 창선도다.
오늘은 창선도를 걷는 남해 바래길 3개 코스 중 마지막 구간인 5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세 번째 오는 길이라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낯익다. 국사봉(217.8m)과 망치산(266.2m)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으니
적량마을이 동쪽을 바라보며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적량마을을 감싸고 있는 국사봉 비탈에는
세종 2년(1420)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적량성(둘레 553m)이 있다.
적량성 아래 지금의 적량마을에는 적량진이 있었다. 적량진은 경상우수영 소속 진으로 적량만호가 지휘하던 부대였다.
적량성의 성곽은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성곽의 돌들은 많은 양이 마을의 담장이나 밭담으로 사용되어버렸다.
마을 앞쪽에는 함대를 은폐시키기 위해 만든 굴항이 있었다. 이 굴항은 삼천포 굴항보다 더 규모가 컸으나
지금은 거의 매립되어 집터로 변해 버렸다.
고려시대에는 적량마을에서 군사용 말을 사육하기도 했다. 남해 바래길 5코스를 ‘말발굽길’이라 부른 이유도
적량마을이 말을 사육했던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적량진이 있었던 적량마을은 동쪽으로 입을 벌린 바다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마을 앞에 포구가 형성되어 있고, 포구에는 어선과 요트가 정박되어 있다.
남해군에서는 유일하게 이곳 적량 앞바다에서 요트체험을 할 수 있다.
적량포구에 서 있으니 동쪽 바다 너머로 사량도와 수우도가 바다에 떠있다.
동향을 하고 있는 적량포구에서는 희망을 안고 떠오르는 해돋이를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조용한 적량마을을 등지고 도로를 따라 해변길을 걷는다. 길은 해변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길 아래에서는 바닷물이 출렁인다.
해변도로를 따라 한 구비 돌아가자 대곡마을이 바다 너머 고성 땅을 바라보며 둥지를 틀고 있다.
대곡마을 앞 바다는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는데, 여기에서 갯벌체험을 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갯벌체험이 중단되었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면 갯벌체험을 다시 시작할 거란다.
마을 담장에는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길손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2016년에 조성된 대곡마을 벽화는 당시 농어촌지역 마을환경 개선사업인 ‘담장 갤러리사업’을 통해 조성되었다.
이 대곡마을 갤러리사업은 가의 도움으로 마을 주민과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소속 대학생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곡마을을 지나 해변 언덕을 하나 넘으니 도로 아래로 장포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장포마을로 넘어가는 언덕 근처 해변에는 ‘남해 힐링빌리지’를 조성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하고 있다.
‘남해 힐링빌리지’는 천혜의 해안경관을 간직한 창선면 장포마을에 주거, 휴양, 관광, 힐링이 어우러진
복합형 관광타운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대상지 45,015㎡에 총109실 규모의 테라스형・단독빌라형 숙박시설을 짓고,
힐링센터‧다목적 커뮤니티 센터‧공원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타원을 그리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바다는 장포항을 이루고, 장포항을 앞에 두고 마을이 길쭉하게 자리를 잡았다.
긴 포구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마을이름을 장포(長浦)라 했다.
장포마을 앞에서 바라보니 장포항 너머로 사량도가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장포마을은 창선도 동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다.
마을 옆 해변에는 해울림 도농교류센터가 있다. 폐교를 재단장한 해울림 도농교류센터에서는 교육과 숙박, 캠핑, 농어촌 체험을 한다.
해울림이란 산·들·바다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뜻의 ‘울림’과 일출과 바다를 뜻하는 ‘해’의 합성어다.
장포 앞 해역은 갯벌과 모래로 지형이 형성돼 홍합의 산란지 구실을 하고 있고, 주변 바다에서는 볼락·노래미·도다리 등이 많이 잡힌다.
남파랑길과 남해 바래길은 장포마을에서 해변을 따라 직진하여 모상개해수욕장과 사우스케이프오너스 골프장 옆을 지나던
기존구간이 최근 새롭게 변경되었다. 지금도 적량마을에 세워진 안내지도에는 옛 구간이 그대로 표기되어 있다.
새로 조정된 바래길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마을 뒤편 언덕으로 이어진다.
마을 뒤편 언덕에 올라서니 장포마을이 발아래에 있고, 마을 앞으로 만곡을 이룬 장포항이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바다 건너에서는 고성 땅이 손짓한다. 장포마을 뒤편 밭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가다 잠시 1024번 지방도로를 걷는다.
장고개라 불리는 고갯마루에서 보현사 방향으로 임도를 따른다. 왼쪽으로 지족해협과 남해도 본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남방봉(185m) 산허리를 돌아가는 임도는 완만한 숲길이라 걷기도 편하고 상쾌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길에는 새들의 노랫가락이 경쾌하게 들려온다.
길가에서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잠시 쉬었다 가라 한다.
노송 아래에서 발길을 멈추니 남쪽에서 푸른 바다와 남해 본섬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임도는 보현사로 이어진다.
산속에 있는 가정집 크기의 작고 소박한 보현사는 임도 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보현사 앞에는 ‘아미산 보현사’라 쓰인 표지석이 있다. 남방봉을 아미산으로도 부르는 모양이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간벌한 소나무 숲이 정갈하다.
보현사를 지나 임도를 따라 몇 구비를 돌아내려가니 부윤2리 마을이 나온다.
마을 뒤편 밭길을 따라 해변도로로 내려선다.
바다는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고, 갯벌 뒤로 구도라 불리는 작은 섬이 길쭉하게 자리하고 있다.
구도는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사람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바닷길이 열린다.
마을 앞에 가로로 누워있는 섬의 생김새가 거북과 같다고 하여 구도(龜島)라고 불렀다.
부윤2리를 구도마을로 부르는데, 이 또한 작은 섬 구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구도에서는 임진왜란 이전에 토성을 쌓고 굴항을 만들어 수군을 훈련시켰다. 이 구도성을 지키던 첨사가 적량진성으로 옮겨갔다.
구도마을과 구도 사이 바다에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인 석방렴이 있다.
부윤리는 물미, 죽산, 구도마을 등 세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는데,
앞 들이 넓고 산수가 좋아 부자가 많이 나올 형세라서 ‘부윤’이라 했다 한다.
길가에서는 금계국이 노랗게 꽃을 피워 푸른 바다와 어울린다. 구도 바로 옆에는 추도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1024번 지방도로를 벗어나 추도로 이어지는 방파제를 걷는다. 방파제 아래에는 작은 어선 몇 척이 정박되어 있다.
섬의 크기도 비슷한 추도와 구도는 창선도 남쪽 연안에서 다정한 형제처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는 구도와는 달리 추도는 부윤마을과 당저마을 등 양쪽에 두 개의 방파제가 만들어져 이미 육지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