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한 달도 안 되어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증시 왜곡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증시 토크를 통해 자주 증시 낙폭이 커지면 증시 왜곡이 커지게 된다는 점을 글 말미에 자주 언급해 드려왔습니다. 그런데 증시 왜곡이 어떤 이유가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실 독자분들이 많으실 듯하여, 오늘 증시 토크에서는 증시 왜곡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 증시 하락이 빠를수록 변동성이 커지게 되는데.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상승장에서도 커질 수 있지만, 그보다 하락장에서 더 확실하게 관찰됩니다. 특히 6월 조정장에서처럼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주가지수가 10% 넘게 하락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변동성은 확대되게 되지요.
2010년대 이후로 월간 기준 주가지수가 10% 이상의 하락한 기록은 총 4번 있었고, 만약 이번 6월도 10%대 하락을 기록한다면 총 5번 기록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은 12년 동안 4번은 월간 기준 10%대 하락이 발생하였으니 3년에 한 번은 6월 증시와 같은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4번의 시기(이번 6월 증시도 포함하면 5번)처럼 주식시장의 하락이 단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증시 변동성도 확대됩니다. 즉, 주가지수 하락률이 하루에 0.5%씩 20 거래일 동안 곱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단 며칠 만에 폭포수 같은 매물과 함께 증시를 쭉 빼버리지요.
너무 순식간에 발생한 변동성으로 인해 “어. 어”하는 단 며칠 사이에 주가지수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증시 반응이 순식간에 발생하는데, 이로 인하여 증시는 왜곡이 종목 전반에 걸쳐 발생합니다.
[ 2010년대 이후 코스피 지수가 월간 –10%이상 하락한 사례들 ]
▶ 비자발적인 매도와 패닉에 의한 투매가 동시에 발현
단기간에 주가지수가 10% 넘게 하락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면 개별종목에서는 –20% 이상 혹은 반 토막 이상의 주가 급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폭발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악성 매물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요.
첫 번째로 비자발적인 매도입니다.
비자발적인 매도는 여러 가지 개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기계적으로 강제 청산되는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겠습니다. 바로 신용융자, 스탁론, 주식 담보대출, 미수금 등의 빚투 자금의 증거금이 미달하면서 강제적인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 매물은 인간적인 자비가 없습니다. 몇 가지 절차만 밟은 후 인정사정없이 시장에 매물을 투매하지요. 어짜피 반대매매는 빌려준 돈과 이자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체결 가능한 호가로 강제 청산 매물을 집어 던집니다. 이로 인하여 주가가 급락하면 또 다른 빚투 자금들의 증거금 미달 사태가 마치 도미노처럼 발생하고 연이어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지고 맙니다. 이 현상을 지난주 월요일(6월 13일)부터 어제 6월 20일(월)까지 시장에서 노골적으로 보았습니다.
그 외 비자발적인 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가계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두 번째 이유인 패닉에 의한 매도와도 함께 생각 해야 할 듯합니다.
두 번째 매도 이유는 공황에 의한 심리적 붕괴가 만든 매도입니다.
바로 앞에서 가계 경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언급해 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현실적으로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과 달리 투자의 결과가 자신의 삶과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자신들의 운용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투매에 이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경우 상황이 틀리지요.
주식투자 손실이 커지면 자칫 가계 현금흐름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투자자 본인 그리고 가족들에 의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여기에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려와 투자한다면 더 심리적으로 쫓기는 처지에 놓이게 되지요.
결국 증시가 하락할수록 원치 않은 가격에 매도를 해야 하는 쫓기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심리적 여유는커녕 빨리 매도해야 한다는 심리가 지배하기에 호가를 낮추면서 주가를 급락시키면서 급매물을 시장에 던지고 맙니다.
결국, 이러한 두 가지 급한 매도 물량들로 인해 시장은 왜곡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 왜곡된 주가 : 다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 때를 떠올려 보면, 당시 주식을 매수하신 분들도 많지만, 투매와 함께 시장을 떠난 분들이 상당하였습니다. 심지어 투매 후 곱버스와 인버스ETF를 대규모로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로 인해 개인 순매수가 순수한 증시 상승을 노린 매수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지요.
시장을 비관하고 떠난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고 주가를 급락시킨 후 떠나간 이후 주식시장에는 좋은 종목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까지 주가가 밀려 내려와 있었습니다.
마치 2003~2004년에나 보았던 ‘밸류에이션 트리플 5’ 종목이 시장에 널려있었습니다.
(※ 밸류에이션 트리플 5 : PER 5배 이하, PBR 0.5배 이하, 배당수익률 5% 이상)
그리고 그 후 그 종목들은 2020년 강세장과 2021년 상반기 강세장에 주축이 되었지요.
이런 현상은 과거 주가지수가 두 자릿수 이상 하락한 때 종종 관찰되었습니다. 시간을 조금 멀리 돌려 2011년 8월 유럽/미국 위기로 주가지수가 단 한 달 만에 10% 이상 하락하였을 때 시장에 또다시 트리플 5에 해당하는 극저평가 된 종목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후 그러한 종목들은 2012~2016년까지의 가치주 전성시대를 주도하였습니다.
왜곡된 주가는 증시 급락과 변동성 확대에서 태어나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왜곡된 주가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고 튼튼하게 자라며 제 가치를 찾아 화려하게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는 심적 고통이 수반되고 투자자로서 주식시장에서 생존해야만 그 과정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개인 투자자의 분위기는 과거 개인 투자자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듯합니다.
2022년 6월 21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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