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며, 권력자의 기록이다. 한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기록되지않는다. 그러나 역사속에서도 무명의 인간 이야기는 끈임없이 흘러간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낸 김정호의 삶의 기록이다. 저자 박범신이 고산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의 문헌을 조사해본 결과 그와 관련된 자료가 너무없어 고생했다고 한다. 조선말기 오로지 두다리로 걸어 백두산을 오르고 서해안과 남해안을 따라 걸으며 지금과 유사한 지도를 만들어 냈다니, 그 신간의 고단함을 어떻게 가름할 수 있을까? 나도 산을 다녀본 사람으로 짚신을 신고 산을 오른다면 절대 불가능할것 같다. 특히 지금같은 겨울철에 삭풍을 뚤고 바닷가를 지난다던지 인적없는 평야를 걸어야 한다면 엄두를 내지 못할것이다. 그것도 먹고살기 위해서, 아니면 국가의 명에 의해 어쩔수없이 한다면, 그래도 못했을것이다. 이 소설은 팩션이라 고산자의 연보가 맞는지 모르겠으나 어린시절 아버지가 잘못된 지도를 가지고 겨울산에 들어갔다 사망하게되어 누구나 볼수있는 정확한 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근 40년을 지도제작에 매달린 삶이란 무언가 미치지않고는 해낼수 없었을것같다. 나도 고산자의 길을 따라 우리나라를 걸어보고 싶다. 아름다운 우리 국토를 내다리로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신산했을 한 사내의 인생을 기억하고 싶다. 이름모를 선인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들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