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백합니다.
며칠 전 중2 딸래미가 수학 문제를 물어 왔습니다. 저는 문제를 이해 조차 못했습니다. 덕분에 수학 과외비 지출이 늘었습니다.
저는 중학 수학도 이해 못하는 못난 아빠입니다.
2.고백합니다.
저는 이과 출신이 아닙니다. 저는 문과 출신도 아닙니다. 저는 예체능 출신입니다. 수학1이 싫어서 국문학과를 포기하고
미대를 나온 남자입니다. 그래서 수2 수1 는 목차를 본 적도 없고 미분, 적분도 시그마도 모릅니다.
공통 수학에 나오는 분수도 모르는 저는 머리만 큰 가분수입니다.
3.고백합니다.
저는 지난 학기를 마치기 전부터 이번 학기에 있을 한연방의 압박을 느꼈습니다. 교보문고에 가서 통계학 서적도 2권을
사기도 하고 선배를 졸라서 말뭉치 특강을 요구하기도 하고 스터디 그룹에서 동기들이 주는 정보에 콩고물이 떨어지길
쳐다 봤습니다. 그리고 매일밤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수강 신청이 안되길 바랬습니다.
4.고백합니다.
저는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도와 주세요. 저에게 천사를 내려주세요. 그때 공지가 떴습니다.
그 천사는 그향기......처음에는 여자 선배인 줄 알았습니다.
5.고백합니다.
남자 천사를 만났습니다. 저를 수렁에서 건져내줄 향기 선생님의 과외에 대한 기대감에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저는 사람을 냄새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개띠라서 그런가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냄새는 오이과 향과
사람의 정체를 숨기는 향수입니다. 밀폐 된 엘레베이터에서 나는 향수에 저는 두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엘레베이터를 탈 때는 숨을 참습니다. 그런데 향기 선배님에게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은 사람 냄새입니다.
6. 고백합니다.
무조건 공식을 외우라고 압박하던 수학 선생님에게서 났던 전날의 쾌쾌한 소주 냄새와 담배에 찌든 냄새를 덮으려고
커피를 때려 부으신 냄새와 다르게 그향기는 인간적인 냄새가 났습니다.
몰라도 되고 개념만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향기 선생님은 편안한 사람 냄새가났습니다. 중간에 끊고 질문을 해도
되고 학습자의 표정까지 살피는 세심함도 보이며 복습을 여러번 하면서도 상대방이 이해 못할까봐 확인까지 하시는
섬세함에 감탄했습니다. 그향기에서 여성의 냄새가 났습니다.
7. 고백합니다.
1차시 수업 30분이 지났을까요? 통계 모형표를 보여 주셨을 때 까무러 칠 뻔 했습니다. 숫자 없이 동그라미 네모의
도형만 보아도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5차시가 되면 다 알아야 된다는 말에 속으로
'설마 나도 그럴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Z 스코어는 저절로 외워진다는데
지금도 Z스코어는 모르겠는데 어쨌든....1.65, 1.96, 2.58.......원주율도 기억이 안 나는데......어쨌든 감사합니다.
이걸 언제 써먹나 또 의심병이 도졌습니다.
8. 고백합니다.
1차시 수업은 실시간으로 보았을때 85% 이해가 되었고 1회 복습 때 신뢰도 95%에 가깝게 이해했습니다.
안도감이 찾아 왔습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자신감이 붐붐 붐붐 내 심장이 뛰네 붐붐붐붐부움붐붐붐붐
첫 걸음은 가벼웠습니다.
9. 고백합니다.
2차시부터는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을 구하는 수식은 그래도 꿀꺽 삼켰습니다. 산수니까요.
모두 더 하라 모두 더 하라 시그마.....여기까지도 괜찮았습니다......표준편차와 분산을 구하는 공식에서
저는 멘붕, 광탈,,,,,,제곱과 루트.....시그마.....넌 도대체 뭐냐???
돌려서 3번 4번 봐도 무신 말인지.....죄송합니다.,,,,,,나를 시험에 들게하지 마시고 다만 통계에서 구하소서...
2차시는 2번 복습했습니다. 4분위 수 이해했고요. 최빈값, 첨도,외도(?), 분포표 이해했습니다.
편차의 제곱을 숫자대로 나누면 분산이 되고..표준편차는 분산에 루트를 씌우면 된다......
n-1자유도 모르겠습니다. ㅜㅜ 진짜.....내가 말하면서도 무신 말을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anyway
2차시는 81% 이해했습니다. 마지막 15분은 휘몰아치 듯 정리하셔서....힘들었습니다...
표준 편차는 한 발자국 크기이다....
10. 고백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중간 고사와 기말 고사를 봤는데 과학 시간에 남자 선생님께서
성적 우수상으로 포상으로 자랑스럽게 제 볼에 키스를 해주셨습니다.
정말 당황하고 놀라고 친구들은 웃음 바다가
되었는데 한 학생만 웃지를 못했습니다. 제 점수가 92점이고 최빈값의 친구는 96점인데
제가 왜 성적 우수상을 받았을까요? 표준 편차 때문인가요? 항목의 난이도가 달라서?
아니면 성적 우수상의 기준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비교해서 발걸음이 더 나가서인가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왜 과학 선생님께서 제 볼에 키스를 해주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1.고백합니다.
피값이 도대체 뭡니까? 지값은 뭡니까?
세상 참 불공평합니다. 홍작가님 이공계 출신? 깜놀..그런데 향기샘이
이공계 잣가에게 이해를 구하시다니요.
저는 집에서 전기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동네 전체가 정전이라....
작전 아니고 정전입니다.... 어제 정전 덕분에 첫 출근도 하기 전에
교무처에 불려갔습니다...
3차시입니다...확실히 실시간이 긴장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향기님께서 말의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조급하신가 봅니다.....
2배속인 줄....제 귀에는 피,티.지 밖에 안들립니다. 피티깁니다.
12. 고백합니다.
3차시...갑자기 어려워집니다......,제트값......확률분포표....너무 낯섭니다....
중 2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일단 멍 때립니다....홍잣가님....갑자기
스톱을 외칩니다. 일단 들어나보자.....일단 들어보면 알겠지...
개인적으로 3차시부터 장벽에 부딪힙니다. 개념이라도 챙겨야지.....
난 개념이 없으니까.....
13. 고백합니다.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일단 멈추지 않고 쭉 나가봅니다.
3번 복습하니까 신뢰수준 유의수준, 유의 확률 피값까지
개념은 겨우 이해 했습니다.
3차시는 1회 60% 복습 70% 3회 80% 이해한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나머지 20% 제 영역에서 벗어났습니다.
14. 고백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3차시를 복습하지 않고 4차시에 함께 했더니
4차시에 내용이 귀에 잘 안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3차시를 다시 복습에
복습한 후에 4차시를 복습했더니 통계 모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5. 고백합니다.
4차시는 3차시를 복습하고 돌리는데요.. 사실 3차시를 대충 알면
4차시는 좀 힘들 듯 싶어요. 그리고 눈치를 이제서야 챘는데
복습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잊을라 하면
다시 언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4차시는 복습하면서 후기를 쓰는데요...저도 모르게 좀 귀가 뚫린 기분이고
답답한 마음이 한결 숨 쉬기가 편해졌습니다.
안도가 기쁨으로 변해 가길 바랍니다.
벌써 마지막 수업이라니......
안돼.....
가지마요.
첫댓글 보민샘~ 너무나 정성 가득한 후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매 차시 느꼈던 감정들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샘 모습이 그려져 '나도 마찬가진데...'하며 샘 글에 나를 투영해 봅니다. 4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통계로 대동 단결 됐던 우리. 5일째는 맹탈할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도 화이팅 해 봐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울림 있는 후기네요. 선생님 글을 읽으며 저도 지난 네 번의 스터디를 돌아봅니다.
이제 오늘 저녁 딱 한 번 남은 통계맹탈반 스터디, 유종의 미를 위해, 맹탈에서 소외되는 분이 없도록 저도 후배 선생님들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겠습니다.
자유도는 한 표본집단의 표본 수(=관측값, n) 보다 하나 적은 수예요.
그냥 알기 쉽게 n-1
보민선생님 후기를 읽으며 저도 매 차시 어떠했는지 생생히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수학과는 완전히 담쌓은 1인 이거든요. ㅎㅎ 그러니 통계의 ‘통’ 자만 들어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었어요. 근데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이더군요. 사실 논문을 읽을 때 이런 통계 자료들이 나오면 도대체 무슨 말들인지… 더 두렵기만 했어요.
하지만 이번 소소과외 맹탈반을 들으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향기 선배님의 센스있는 그리고,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통계는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알아가고 오히려 저도 사용 가능한 날이 올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되고 있습니다. 향기 선배님의 열정 강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5차시 역시도 기대합니다. 우리모두 마지막까지 화이팅해요!!
너무 진솔한 후기에 감동했습니다.
보민 쌤은 말씀도 재밌게 하시고 글도 재밌게 쓰시는 엄청난 능력이 있으시네요.
어쩌면 우리 과에는 이렇게 능력자들이 많으신지...
이런 능력자이시니 통계도 꼭 정복하시리라 믿습니다.
방학인데도 열공하시는 모든 선생님들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해주시는 그향기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보민 쌤의 후기 글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저도 고백을 하자면.. 몇 번 빠지는 바람에..복습해야 합니다.ㅜ 보통 금요 논문 지도 세미나 외에 일정이 없는데 하필 이번 주 저녁에 많은 일정이 급하게... ㅠㅠ 선배님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ㅜ 실시간으로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영상으로 돌려보면서 복습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 꼭 복습을 완료하여 이번 소소 과외의 목표인 통알못을 조금이라도 탈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다시 선배님께 감사합니다~! ^^
으하하. 몇 번의 웃음 포인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솔직한 글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건 정말 최고입니다!
모르는 걸 인정하기가 참 어려운데요. 특히 저는 자주 그렇거든요.
대충 아는 척, 몰라도 되는 척, 그러고 넘어가죠.
통계도 그런 분야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제대로 만나네요.
덕분에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즐겁게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주신 광진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난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어요
@14기 김보민(우즈베키스탄) 우린 자신을 몰라요!
이 많은 고백을 한꺼번에 다 토해내시고... 하지만 계속 통계의 고통의 고백의 끝에 숨이 트인다는 마지막 고백에 저도 같이 숨이 트입니다.. 통알못으로 모인 우리 모두의 답답함을 이렇게 고해성사 후기로 써 주신 보민 샘께도 감사 드리고, 이젠 저희들이 차분히 통계를 사용한 논문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신 향기 선배님께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특히 소소과외를 통해 통계만이 아니라 인생의 대선배님으로 모시고 싶은 향기 선배님과 더불어 동기 샘뿐 아니라 14기 후배님들과 함께 하며 더 얼굴과 이름을 익히니 이것 또한 더 큰 기쁨입니다.
진솔한 느낌의 재미난 후기 좋네요! 보민 샘은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글쓰기에 재주가 있으시네요.
아 정말… ㅠㅠ 제 맘속 이야기가 눈 앞에 나타났네요 ㅎㅎㅎㅎㅎㅎ 항상 느끼지만 재담꾼 보민샘..
동지가 많다는 위안을 안고 복습보러 가보겠습니다 😎
보민 선생님~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후기 감사합니다.제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 주시는 듯했고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너~어무 좋습니다.마지막까지 ,졸업하는 그날까지 함께 파이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