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반쪽 금쪽이 ]
두찌를 소개합니다
• 이름 : 두찌
• 종족 : 포메라니안 수컷 (7살)
가끔 이런 생각 한 적 없으세요?
‘만약 내가 다른 집, 다른 부모,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애견 박람회> 행사장에서 한 동물 전문가가 저를 보더니 아픈 동물 친구들을 ‘위로 & 치료’하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말했어요. 제대로 된 멍멍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강아지계의 오은영 박사’가 될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결핍_ 어쩌면 치명적인
결핍, 부족함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인생 초기 1년을 제외하면….
편안하고 푹신한 휴식의 상징인 소파가 제게는 심장 떨리는 피난처였어요.
멍멍엄마와 멍멍누나가 저를 괴롭히며 왕따시키는 바람에 넓은 거실과 포근한 강아지 집에서 놀지 못하고 높다란 소파 위로 도망가야 했어요. 위대한 포메라니안 가문에 저처럼 몸집이 작은 강아지는 무시와 천대의 대상이에요. 높은 소파에서 살다 보니 무릎뼈가 약한 종족인데도 불구하고 미포 방파제에서 뛰어내려도 멀쩡한, 엄청난 점프 실력을 갖추게 된 걸 기뻐해야 할까요?
엄마의 품에 안겨보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제대로 배우지 못해 한동안 쉬 & 응가를 가리지 못했어요. 만약에 멍멍엄마의 충분한 보살핌과 올바른 가르침을 받고 자랐더라면 주위의 아픈 멍멍친구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치유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쓰리네요.
#이웃집_불빛이_더_따뜻해_보일 때
2017년 겨울. 저의 첫 인간가족들이 여행을 가면서 이웃집에 3박 4일 동안 저를 맡겼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가끔 저를 돌봐주는 이웃 가족을 만날 때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어요. 이웃집이 나의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놀랍게도 소원이 이뤄졌어요.
두 번째 인간 엄마가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을 때, ‘발 내밀기, 뛰어넘기’ 같은 흔한 재주 하나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핑크씽씽이를_탄_소녀
#간식_잘_사주는_예쁜_누나
산책로에서 핑크씽씽이만 보면 일단 따라가요~. 나의 베프-초등생 누나인 것 같아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누나 엄마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대요. 길에서 마주치면 ‘강아지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는 예의 바른 누나는 자기 용돈을 털어 강아지 간식까지 사준답니다. 산책 끝날 때면 몇 번씩 저를 돌아보고, 돌아보고 가곤 해요. 드라마 주인공 마음도 이만큼 애틋할까요.
#멍멍이의 명절 스트레스
#해독제_가족의 사랑
2023년 추석. 인간들이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갈 때 멍멍이도 친척을 만나게 돼요. 명절에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까요. 부산에서 안동으로, 안동에서 서울로….
인간 아빠의 고향인 안동에 가면 ‘순덕이’가 있대요. 이름만 들어도 순하고 후덕한 느낌. 가는 내내 뭐 하면서 같이 놀까 행복한 상상을 했어요. 그런데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골에서 오소리 잡고, 쥐 잡고 밥값을 제대로 하는 멍멍이라고 인정받다 보니 지가 사람인 줄 착각하는 반인반멍의 캐릭터! 순덕이는 저를 다람쥐도 아닌 ‘청설모’ 취급을 하며 마구 공격을 하는 거예요. 즐거운 명절, 마당에서 놀지 못하고 방에 숨어서 지내야 했어요. 명절 집안일은 인간 엄마가 다했는데 몸살은 제가 났어요. 몸져누운 나를 보고 인간 엄마는 멍멍이 간식용 쇠고기포 + 북어포를 푹~~ 끓여서 먹여줘요. 다정한 둘째 형아는 대자로 뻗어 자는 저를 위해 ‘침대-노른자땅’을 양보하고 정작 본인은 침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곤 해요. 이런 절절한 인간 가족의 사랑을 받으니 명절 스트레스로 몸에 쌓인 독(?)이 저절로 풀어지더라고요.^^
#MZ세대_멍멍이
#멍멍이_MBTI
귀여운 제 모습에 반해서 사진 찍는다고 자꾸 정면 카메라를 쳐다보라고 하는 인간 종족을 자주 만나요. 저는 트렌드에 민감한 이른바 ‘MZ 멍멍이’라서 사진 찍을 때도 얼짱 각도로 뒷모습, 옆모습 포즈를 취해요. 이렇게 인기가 많고 순하고 사회성이 좋은 나!
아마도 멍멍이 성격유형 검사를 한다면 외향적인 ‘E’일 듯 해요. 겁이 없고 친구를 좋아해서 지나가는 진돗개에게도 놀자고 인사를 해요. 물론 진돗개와 그 주인은 ‘감히 쬐그만 게 어딜 넘봐’ 비웃으며 지나가요. 쳇! 너무해요…. 나이, 외모, 혈통에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산책로에서 미소를 날려봅니당.
‘나랑 친구 할래^^’
좌 3동 ㅇㅅㅈ님 가족 두찌의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 수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