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스펀지)의 비밀
청사포나 구덕포의 바위 해변에 가면 파도에 밀려온 해면 조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해면의 모양은 흔히 주방에서 쓰는 스펀지의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면의 영어 명칭이 바로 스펀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펀지밥’이라는 만화 때문에 그 이름이 많이 알려졌으나, 그 생태에 대해서는 매우 신비한 해양생물로 비밀에 싸여 있다.
해면의 조각이 우리나라 해변에도 많이 보이는 것은 이들의 서식지가 극지방부터 열대까지 수온과 관계가 없으며, 가까운 간조선부터 심해까지 수심과 수압에도 관계없이 생존하며, 바다에서 민물까지 염도에도 지장이 없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극히 간단한 구조의 하등동물로서 근육, 신경, 소화계의 분화가 없어 눈과 입, 촉수 등 감각기관을 갖고 있지 않으며 소화기관도 없다고 한다. 동물계 생물 중 우리 인간과 촌수가 가장 먼 생물이다. 그러면서 단지 피부에 돋아난 편모를 이용하여 하루에 체중의 수만 배나 되는 많은 물을 구멍이 숭숭 뚫린 몸속으로 통과시킨 뒤 몸 안쪽에 붙어 있는 세포 속으로 바로 집어넣어 물속의 작은 유기물이나 플랑크톤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해면(스펀지)은 지구 대멸종을 5번이나 견뎌내며 고대 캄브리아기로부터 무려 5억 년 이상 생존을 이어가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 있는 화석 중의 하나이다. 이들 개체의 수명도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된 것도 있다고 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약 15,000종 정도의 다양한 종들이 파도의 세기와 관계없이 바위 해변이나 거북등 등 어디에나 부착하여 다른 작은 생물들과 서로 공생관계를 이루며 전 지구에 퍼져 살고 있다. 굴뚝 모양, 항아리 모양, 산호 모양, 부채꼴 모양 등 형태도 다양하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색깔도 다채롭다.
우리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해면 조각은 몸속의 유기물이 모두 삭아서 떨어지고 골편만 남아있는, 해면의 해골 모습 정도 되는 스펀지라고 보면 된다.
해면은 인류의 역사와도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로마의 수세식 화장실에서 휴지 대신 쓰이기도 하고, 고대 여전사들의 탐폰이나 피임 도구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유리병이 발명되기 전 그리스 로마병단의 군인들이 휴대하여 물컵처럼 물을 적셔 목을 축였다고 하며, 또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통받던 예수님 입에 물을 적셔준 것도 이 해면(스펀지)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까지도 동양에서 수세미로 그릇을 씻을 때 지중해 지역에서는 해면(스펀지)로 접시를 닦았다고 하니 우리 인류 역사에 많은 이바지를 한 해양생물 중의 하나이다.
강우동 / 바다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