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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茅窩김지익(1685-1746), 泉齋(이자수)
▫ 시기 : 1728년 12월 30일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17-p22
▫ 내용 : 16首」
▫ 신구암에서 새해를 맞으면서 벗인 이자수와 함께 수창함.
▫ 신구암은 개령현 관아 강 너머에 있는 것으로 묘사함.
▫ 글중에 무신년 말임을 이야기 함
新龜菴立春吟(입춘음)
신구암에서 입춘을 읊다.
此以下泉茅酬唱. 泉泉齋卽李友子秀 茅茅窩卽吾
이 이하는 천재와 모와가 수창한 것이다. 천재는 벗 이자수이고 모와는 나이다
-茅窩(모와, 김지익) p17
睱日携朋佛院行 하일휴만불원행 / 한가한 날 벗과 함께 법당으로 나가니
一年春色喜相迎 일년춘색희상영 / 새해의 봄빛이 환하게 반겨주네.
灰飛管裡陰風盡 회비관리음풍진 / 잿가루(灰) 날리던 갈대 속은 겨울바람 다했고
燕上釵頭暖氣淸 연상채두난기청 / 제비 얹은 비녀 머리 봄바람에 선명하네.
山菜海鱗兼別味 산채해린겸별미 / 산나물과 물고기로 별미를 겸하고
靑歌雲舞暢函情 청가운무창함정 / 봄노래와 구름춤 정을 담아 펼쳐내며
逰閳不覺諸天曉 유천불각제천효 / 불 밝혀 놀다가 날 새는 줄 몰랐는데
江外官衙動角聲 강외관아동각성 / 강 너머 관아에서 나발소리 울려오네.
*희상 : 기쁨이 어린 얼굴 *음풍 : 흐린 날씨에 음산하고 싸늘하게 부는 바람. 겨울바람 *연상채두 : 비녀머리 에 비단 제비모양을 붙인 것.〔綵燕〕은 비단을 오려 제비 모양을 만든 것으로, 봄이 왔음을 기뻐하는 상징물이다. 입춘일이 되면 이 비단 제비 두 마리를 궁녀들의 비녀 위에 나란히 올려 달아 장식을 한다. 송나라 구양수(歐陽脩, 1007~1072)는 “벌써 비녀 위에 제비가 날아온 걸 모두 기뻐하네.〔共喜釵頭燕已來〕”라고 노래하였고, 정의부(鄭毅夫)는 “한나라 궁전 아로새긴 비녀 위에 두 마리 비단 제비, 비녀 위에 봄빛이 돌아왔음을 아울러 알겠노라.〔漢殿鬭簪雙綵燕 倂知春色上釵頭〕”라고 노래하였다. 《古今事文類聚 卷6 立春》 *난기 : 따뜻한 기운 *각성 : 나발소리
新龜菴立春吟(입춘음)
신구암에서 입춘을 읊다.
-泉齋(천재,이자수) p17-18
携手登山薄暮行 휴수등산박모행 / 손잡고 산에 올라 어둑해질 무렵에
更逢親友笑相迎 경봉친우소상영 / 다시 만난 친우를 웃으며 맞이하네.
春心政自今宵至 춘심정자금소지 / 춘심이 바야흐로 오늘밤에 이르니
襟懷方隨淑氣淸 금회방수숙기청 / 품은 회포 두루두루 봄기운 선명하네. *襟↔抱
生物洪恩欽昊德 생물홍은흠호덕 / 생물은 큰 은혜에 하늘의 덕 공경하고
背仁洗習惜人精 배인세습석인정 / 인(仁)을 등진 경박한 풍속에 사람의 정 애석하여
明燈歌舞靑陽處 명등가무청양처 / 파릇한 양지에서 불 밝혀 노니는데
喔喔村鷄報曉聲 악악촌계보효성 / 꼬끼오 촌닭이 새벽을 알려주네.
*금회 : 가슴에 품은 회포 *숙기 : 봄철의 화창하고 맑은 기운 *신귀암 : 강 건너편에 관아가 있다는 구절로 보아 개령현에서 감천 건너편에 있는 것으로 보임 *악악 : 닭울음소리
除夜吟寄泉齋(제야음기천재)
섣달 그믐날에 읊어 천재에게 주다
-茅窩(김지익) p18
獨守孤燈寂寞濱 독수고등적막빈 / 홀로 있는 외로운 등 물가에 적막한데
箇中何事冣傷神 개중하사취상신 / 그 속에서 어떤 일로 아픈 마음 쌓는가.
去年今夜纔爲末 거년금야재위말 / 가는 해 오늘밤이 겨우겨우 끝나고
新月明朝又建寅 신월명조우건인 / 새달 밝은 아침 다시 건인(정월) 되어가네.
時有或屯屯必亨 시유혹둔둔필형 / 때가 되어 때때로 모여 살면 반드시 형통하고
道無長屈屈還伸 도무장굴굴환신 / 도(道) 없어도 근면하면 펼치게 되네.
春風共醉金宮醞 춘풍공취금궁온 / 봄바람에 함께 취해 법당이 온화한데
大擺人間此苦辛 대파인간차고신 / 비틀대는 인간에게 이곳도 맵고 쓰네.
*상신 : 정신이 상함 *재위미 : 纔學其技我眼反昏재학기기 아안반혼 재주를 다 배우고 나니 눈이 어둡다. 여러 해 동안 애써 재주를 배우고 나니 이미 늙어서 그 재주를 써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 *건인 : 초저녁에 북두칠성 자루가 2시 방향을 가리킴을 말함. 옛날 중국의 역법(曆法)에 있어서 정월(正月)을 건인월이라 하였음. 곧 하(夏)에서는 건인(建寅), 은(殷)에서는 건축(建丑), 주(周)에서는 건자(建子)의 달을 정월로 하였음 *둔둔 : 모여 산다는 의미인 듯 *굴굴 : 근면하다 *금궁 : 금궁(金宮)은 금으로 만든 궁궐인데, 후대에는 임금의 궁궐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사기》 권28 〈봉선서(封禪書)〉에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 세 신산(神山)이 발해 바다에 있는데, 그곳에 신인(神人)이 살고 선약(仙藥)이 있다. 그곳에는 새와 짐승들이 모두 흰색이고 금은(金銀)으로 궁궐을 만들었다.” 하였다. *대파 : 어개를 으쓱이다
除夜吟(제야음)
섣달 그믐날에 읊다.
-泉齋(이자수) p18
迎新寒士鑑湖濱 영신한사감호빈 / 새해 맞으러 한미한 선비 감호 가에 나아가
中夜潛精一氣神 중야잠정일기신 / 한 밤중에 정일기신에 빠져드는데
來往嵗功申代未 래왕세공신대미 / 왔다가 가는 해는 무신년 말이고
盈虛月朔丑傳寅 영허월삭축전인 / 가득하다 기우는 달은 축시에서 인시로 넘어가네.
光陰遄逝英雄老 광음천서영웅노 / 세월이 빨리 흘러 영웅도 늙어 가는데
暖律方回蟄物伸 난율방면칩물신 / 난율이 사방에 돌아오니 움츠렸던 것들 일어나니
林壑窮愁君莫歎 림학궁수군막탄 / 산림의 궁한 근심 자네는 한탄 말게
宦海危浪亦艱辛 환해위랑역간신 / 벼슬살이 위태한 파도 어렵고 맵다네.
*한사 : 경ㆍ신ㆍ임 세 등급의 집은 한사(寒士)와 중인(中人)ㆍ소민(小民) 등이 섞여서 살도록 허가한다. <경세유표> *감호 : 김천시 감천을 칭함. 특히 김천시 농소면 일대의 저습지에 형성된 호수를 칭하고 경우도 있는 듯 *잠정 : 정교하다 *정일 : 정일 집중(精一執中)은 요ㆍ순ㆍ우(堯舜禹)가 서로 준 심법(心法)이고, 건중 건극(建中建極)은 상탕(商湯)ㆍ주무(周武)가 서로 전(傳)한 심법(心法)인데.....<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기신 : 기력과 정신 *신대 : 戊申(1728년) *난율 : 따뜻한 계절. 추연(鄒衍)이 난율(暖律)을 불어 넣으니 따뜻한 기운이 돌아왔다.는 고사 *임학 : 산림의 깊숙하고 으슥한 곳 *궁수 : 가난에 쪼들려 생기는 근심 *간신 : 간신히 겨우겨우~하다
元朝吟(원조음) 用立春韻
설날아침에 읊다.
用立春韻 /입춘운을 사용하다
-茅窩(김지익) p19
一理循環萬古行 일리순환만고행 / 一理의 순환은 만고의 운행인데
舊年纔餞又新迎 구년재전우신영 / 지난해 겨우 보내고 또 새해 맞이하네.
陰風昨夜收郊外 음풍작야수교외 / 음풍은 지난밤에 교외에서 거두니
暖律今朝滿太淸 난율금조만태청 / 따스한 기운 오늘 아침, 하늘에 가득하네.
資始化生天地意 자시화생천지의 / 비롯하여 자라남은 천지의 뜻이고
皡熙咸若物吾情 호희함약물오정 / 태평성대 칭송은 만물과 나의 정이기에
堪嗟四壁蕭然立 감차사벽소연립 / 사방이 안타까워 숙연히 일어나
笑鼓絃琴作杵聲 소고현금작저성 / 소고와 거문고로 방아소리 만드네.
*음풍 : 음산하고 싸늘하게 부는 바람. 겨울바람 *난율 : 따뜻한 기운 *태청 : 하늘.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세 궁의 하나 *자시 : 《주역(周易)》 건괘(乾卦) 단(彖)의 “위대하다 건원이여, 만물이 여기에서 비로소 나오나니, 이에 하늘의 일을 총괄하게 되었도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호희 : 밝고 빛남. 태평성대 *함약(咸若) : 제왕의 교화(敎化)를 칭송하는 말이다. *감차 : 안타까워라
元朝吟(원조음) 用立春韻
설날아침에 읊다
-泉齋(이자수)p19
坱圠玄機不息行 앙알현기불식행 / 셀 수 없는 묘한 이치 쉼 없이 행하여
新年長向此中迎 신년장향차중영 / 새해는 오랫동안 이 속에서 맞이하네.
時移節變窮陰散 시이절변궁음산 / 시간 지나 계절 변해 심한 추위 흩어지고
冬去春來景物淸 동거춘래경물청 / 겨울가고 봄이 오니 경물이 깨끗하네.
爆竹揚音驚鬼穴 폭죽양음경귀혈 / 폭죽 튀는 소리는 귀신소굴 놀래키고
持盃獻賀歎人情 지배헌하탄인정 / 술잔 들어 축하하며 인정을 한탄하네.
流通至理誰探得 유통지리수탐득 / 유통하는 지극한 이치 누구와 탐득하리.
天道元無臭與聲 천도원무취여성 / 천도는 원래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네.
*앙알 : 셀수 없이 많다. 충만하다 *현기 : 깊고 묘한 이치 *장향 : 오랫동안 *궁음 : 심한 추위 *무취여성 : 無聲無臭 형이상(形而上)의 도(道)를 비유한다. 《시경》〈대아(大雅) 문왕(文王)〉에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 無聲無臭〕”라고 하였다.
述懷吟(술회음)
품은 생각을 읊다
-茅窩(김지익) p19-20
不啚漓俗至扵斯 불비리속지어사 / 경박한 풍속 찾지 않아 이에 이르고
恥向詞場謾鬪奇 치향사장만투기 / 과거장 부끄러워 투기를 풍자하네.
杞梓機歎匠石晚 기재기탄장석만 / 좋은 재목 목수늦어 기회없음 한탄하고
苓榛空咏美人遟 령진공영미인지 / 어진 인재 미인 시들어허공에 노래하네.
莫諤藩鷃單枝借 막악번안비지차 / 울타리가 메추라기 잔가지 빌려 짹짹거리지 말고
會見雲鵬萬里爲 회견운붕만리위 / 구름 속 봉황이 만 리가는 걸 함께 봐라.
襟袍澹然誰與語 금포담연수여어 / 품은바 담담하게 누구와 말하리오.
泉齋唯有李君知 천재유유이군지 / 천재가 오직 있고 이군이 알아주리
*리속 : 불성실하고 경박한 풍속 *치향 : 부끄러워라 *사장 : 진사 시험장 *기재 : 장석의 우화에 나오는 가래나무. 훌륭한 인재를 말함 *장석 : 사람이름. 훌륭한 목수로 의미 전환. 사당에 있는 아름드리 거목(巨木)을 장석이 보고는, 쓸모없는 산목(散木)이라고 여겨 그냥 지나친 이야기가 나온다. 無所可用 故能若是之壽 출전 <장자> *영진 : 영진곡(苓榛曲) <시경> 패풍(邶風) 간혜(簡兮)에 “산에서는 개암 따고, 습지에서 감초 따도다. 누구를 생각하는가, 서방의 미인이로다.〔山有榛 隰有苓 云誰之思 西方美人〕” 하였는데, 이 시는 어진 자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성대한 시대를 가리키는 시이다. *번안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이야기를 차용하였다. 대붕(大鵬)이 하늘 높이 날아서 구만리를 가는 것을 보고 매미와 메까치는 비웃으며 “우리는 훌쩍 날아올라 느릅나무와 박달나무에 오르려 해도 때로는 이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고 마는데 무엇 하러 구만리나 날아올라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 하고, 메추라기는 비웃으며 “저 새는 장차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우리는 뛰어올라 두어 길도 못 가고 아래로 내려와 쑥대밭 속에서 파닥거리니, 이것이 가장 높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였다. *담연 : 개의치 않다
述懷吟(술회음)
품은 생각을 읊다
用立春韻 / 입춘운을 사용하다
-泉齋(이자수)p19
堪嗟世道政如斯 감차세도정여사 / 아! 세상의 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
手撫淸篇只自竒 수무청편지자기 / 맑은 시문 만지며 스스로에 의지하네.
酸否近溪春色早 산부근계춘색조 / (여울없는) 가까운 계곡 봄빛이 이르고
高臺遠水月光遅 고대원수월광지 / 높은대와 먼 강에는 달빛만 지체하네.
懷才抱屈君休歎 회재포굴군휴탄 / 품은 재주 원통해도 그대는 한탄 마오.
欺國啚榮我不爲 기국비영아불위 / 나라 속여 도모한 영화 나는 하지 않겠네.
靜對聖賢方策裡 정대성현방책리 / 고요히 성현 대하여 방책을 품고 있으면
這間眞味有誰知 저간진미유수지 / 저간의 진실한 의미 알아 줄 이 있으리.
*청편 : 맑은 글. 시문 *포굴 : 원통해 하다. 억울해 하다. *저간 : 얼마 전 부터 지금까지
和三平吟(화삼평음)
평을 세 번 어울려 읊다
-茅窩(김지익) p20
五十光陰卦太平 오십광음괘태평 / 오십년 세월동안 태평 걸어두고
若人身世信安平 약인신세신안평 / 마치 사람의 신세가 무탈하길 믿었네.
元來達士知天命 원래달사지천명 / 원래부터 통달한 선비는 천명을 알기에
故此新齋號曰平 고차신재호왈평 / 새 서재를 ‘평재’라 부르네.
*안평 : 걱정이나 탈이 없이 평안함 *원래 : 사물이 전해져 내려오는 내력의 맨 처음 *달사 : 사물의 이치에 깊고 넓게 통하여 얽매임이 없는 사람
和三平吟(화삼평음)
평을 세 번 어울려 읊다
-泉齋元韻(이자수) p20
男兒意氣固難平 남아의기고난평 / 남아의 의기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底事茅堂額以平 저사모당액이평 / 저간의 일들을 모당 편액으로 평하네.
病痛多從侷着起 병통다종국착기 / 병통이 많이 생겨 국면이 일어나니
要將一字百爲平 요장일자백위평 / 한 글자로 요점 말해 백가지를 평하네.
*고난 : 원래 어렵다
八平吟寄泉齋(팔평음기천재)
여덟 번 평을 읊어 천재에게 주다
-茅窩(김지익) p21
平生言語但平平 평생언어단평평 / 평생 동안 말한 바가 오로지 평을 평하여
自號平齋最善名 자호평재최선명 / 스스로 ‘평재’라 부르는 게 최선의 이름이네.
平易和平宜副實 평역화평의부실 / 평을 화평으로 바꾸면 마땅히 실이 부은하니
平心且莫不平鳴 평심차막불평명 / 평심을 잠시 어겨 불평을 노래했네.
*평재 : 이자수는 ‘평재’란 호를 사용하거나 ‘평재설’을 주장한 사람이라는 추정 *화평 : 열락재의 중심 사상 중 하나 *평심 : 마음을 평온히 가짐
八平吟(팔평음)
여덟 번 평을 읊다
-泉齋(이자수) p21
平居志氣最和平 평거지기최화평 / 평상시 뜻과 기운 화평이 최고인데
只喜平平不喜名 지희평평불희명 / 다만 평을 평하는데 기쁜 이름 아니네.
平世平行平地上 평세평행평화상 / 태평성대 평화롭게 평지에서 행해지니
平翁從此大其鳴 평옹종차대기명 / 평범한 늙은이는 이것 따라 크게 외치네.
新龜菴立春夜三龜韻贈熙上人(신구암입춘야삼구운 증희상인)
신구암에서 입춘 저녁에 삼구 운을 휘상인에게 주다
-茅窩(김지익) p21
潛蹤象外若藏龜 잠종상외약장구 / 초연하게 숨은 자취에 거북을 숨겼지만
坐卜盈虛不用龜 좌복영허불용구 / 점쳐보니 차고 비움에 거북을 쓰지 않았네.
欲識此僧逃世志 욕식차승체세지 / 저 스님 속세 뜻 알고자 하면.
請看菴號揭神龜 청간암호게신구 / 암자이름 신구(神龜)로 부러 걸기를 청하네.
*잠종 : 흔적을 남기다 *상외 : 형상 밖이라는 뜻으로, 평범하고 속된 것에서 초연한 상태를 이르는 말 *영허 : 차고 없어짐
新龜菴立春夜三龜韻 贈熙上人(신구암입춘야삼구운 증희상인)
신구암에서 입춘 저녁에 삼구운을 휘상인에게 주다
此龜字從莊子 出音糾 此盖忘置誤押
이 구자는 장자에 따르면 음이 귀이다 이것을 잊고 잘못된 압운을 두었다.
泉齋(이자수) p21-22
愛爾新菴狀似龜 애이신암상사구 / 사랑하는 신암은 거북 형상 닮았는데
奇靈何讓九江龜 기령하양구강구 / 신령은 어찌하여 구강 거북 양보하나.
老僧籠裡多神藥 노승롱리다신약 / 노승의 광주리에 많은 신이 노닐지만
洴澼淸川手不龜 병벽청천수불구 / 푸른 내에 빨래하니 손은 거북 아니네.
*구강구 : 주 목왕(周穆王)이 군대를 일으켜 동진(東進)하다가 구강(九江)에 이르러서 길이 막히자 강 속의 자라를 떠오르게 하여 다리를 만든 다음에 건너가서 월(越)나라를 쳤다는 전설이 있다. *병벽 : 빨래(터). 솜을 씻다.
警泉齋觀猟(경천재관렵)
천재의 사냥을 경계하다
-茅窩(모와, 김지익) p22
獲多雖快意 획다수쾌의 / 많이 잡는 것이 비록 단호한 뜻이나
玩物易移心 완물역이심 / 작은 것에 탐닉하여 이신법을 바꾸었네.
寧望新工就 녕망신공취 / 새로운 공부 성취하기 바라면서
惟看舊癢深 유간구양심 / 다만 지난 가려움 깊어진 걸 살피네.
追豚須入笠 추돈수입립 / 돼지를 쫒아서 비록 수풀 속에 들어가도
驅墨更爲禽 구묵갱위금 / 먹을 몰아쳐서 다시 닭 울 때까지 하게 되면
茂叔暮歸日 무숙모귀일 / 무숙이 말년에 돌아오는 날
亦思恵好音 역사혜호음 / 역시 좋은 소식을 생각하네.
*완물 : 완물상지. 작은 기예에 탐닉한 나머지 원대한 뜻을 잃는 것을 말한다. 송유(宋儒) 사양좌(謝良佐)가 사서(史書)를 잘 외우며 박학다식한 것을 자부하자, 정명도(程明道)가 “잘 외우고 많이 알기만 하는 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본심을 잃는 것과 같다.[以記誦博識 爲玩物喪志]”고 경계한 말이 《정씨유서(程氏遺書)》 3권에 수록되어 있다. *이심(法) :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 전집(前集)》 권3 〈장영(張詠)〉 등에 보인다. 송나라 이전(李畋)이 학질로 고생하다가 병이 나은 뒤 장영을 찾아갔는데, 장영이 “그대는 병중에 일찍이 마음을 옮기는 법을 터득했는가?[子于病中, 曽得移心法否?]”라고 하였다. 이전이 아니라고 하자, 장영이 말하기를 “사람이 능히 병중에 마음을 옮기기를 마치 군부를 대하듯이 하여 두려워하고 조심하면 고요히 오래되면 저절로 나을 것이네.[人能于病中移其心, 如對君父, 畏之慎之, 靜久自愈.]”라고 하였다. *무숙 : 周敦頤(1017-1073)의 호. 친구의 호인 듯. *혜호음 : 아름다운 소리 . 좋은 소식
警泉齋觀猟(경천재관렵)
천재의 사냥을 경계하다
-泉齋(천재,이자수) p22
獲雉寧爲喜 획치녕위희 / 꿩을 잡는 것이 차라리 즐겁기에
吾年不動心 오년부동심 / 내 나이에 부동심이네.
縦廢科場事 종폐과장사 / 과거시험 그만두니
難虧踐履深 난휴천리심 / 실천하는 깊이를 깨트리기 힘드네.
仲尼既猟較 중니기렵교 / 중니도 이미 사냥을 견주었고
西伯亦從禽 서백역종금 / 서백 역시 짐승을 쫒았다네.
欝紆從此解 울우종차선해/ 꼬불꼬불 따라가 이렇게 푸는 것이
猶勝聴微音 유승청미음 / 자잘한 글소리(미묘한 성음) 듣는 것보다 오히려 좋다네.
獲雉寧爲喜 획치녕위희 / 꿩을 잡는 것이 차라리 즐겁기에
吾年不動心 오년부동심 / 내 나이에 부동심이네.
縦廢科場事 종폐과장사 / 과거시험 그만두니
難虧踐履深 난휴천리심 / 깊게 실천하기 어려워지네.
仲尼既猟較 중니기렵교 / 중니도 이미 사냥과 견주었고
西伯亦從禽 서백역종금 / 서백 역시 짐승을 쫒았다네.
欝紆從此解 울우종차선 / 울창한 곳 감돌며 이렇게 풀어가니
猶勝聴微音 유승청미음 / 자잘한 글소리 듣기보다 오히려 좋다네.
*부동심 : 지언(知言)은 천하의 말의 이치를 알아 천하의 일에 의심스런 바가 없음을 뜻하고, 양기(養氣)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것이다. 맹자가 자신의 부동심(不動心)을 말하면서 “나는 말을 알며 나는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하였다. 《孟子 公孫丑上》 *천이 : 실천함. 몸소 이행함 *중니 : 공자 *서백 : 주나라 문왕 *울우 : 구불구불. 짙은 구름 *유승 : ~보다 낫다 *미음 : 희미하고 약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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