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좋은 산에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대와 함께 약간의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사는 곳 근방이 아니라 밤새워 가야 도착하는 곳,
그곳에 위치한 산은 몸은 피곤하더라도 마음만은 늘 행복 그 자체지요.
한달전부터 예약을 해두어 가게된 영남알프스는 언제였는지 모르나 반쪽짜리
종주는 이미 해본 상태인지라 그때의 아쉬움에 미련이 남아 20여시간동안 종주를
꿈꾸게 되었나 봅니다.
엎친데 덮친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 봅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밤11시에 출발
하는 9월27일은 할아버지 기제삿날이었습니다. 해서 마눌과 아들, 나 셋이서 퇴근
하지마자 제사를 올리고 제삿밥으로 도시락을 싸 지체없이 배낭을 꾸려 일찌감치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이 보입니다. 뭔지는 모르나 아이스박스가 몇 개인지
모르겠고 암튼 바리바리 싸가지고 버스화물칸을 넉넉히 채웁니다.1박2일간의
여정에 먹을 꺼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지요. 암튼 든든합니다.
버스에 인원를 꽉 채워서 타고 출발합니다. 1코스, 2코스, 3코스 산행일정등에
대한 총무과 대장의 안내들 듣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눈을 감았다 떳다
몇 번하니 새벽4시경 운문재에 도착합니다. 깜깜한 고갯길에 버스를 세우고 준비
한 것절이와 무국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데 2/3이상이 1코스로 나섭니다.
상운산을 넘자 먼동이 터옵니다. 쌀바위를 지나 가지산에 도착합니다.
시원합니다. 이번에도 눈앞에 운문산이 보이지만 지난번에 가지 못한 아쉬움이
더하네요
제를 지내고 이제 본격적인 영남알프스 산행의 시작입니다. 석남고개와 능동산을
지나 쇠점골약수터에서 각자 싸온 점심을 먹습니다. 얼음골에서 올라온 케이블카
를 구경하고 천황산으로 발길을 정합니다.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억새풀꽃이 잔잔
하게 산전체를 덮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래도 산행은
계속됩니다.
천황산에서 간식을 먹고 재약산(수미봉)으로 향합니다. 재약산에서 바쁘게 사진을
찍고 바로 배내골로 향합니다. 후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죽전삼거리에서
배내골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약1.8km구간이었는데 어찌나 경사가 급한지 내려오
는 모든분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하산후 목적지인 파래소유스호스텔에는 당초예
정된 12시간보다 2시간 이른 10시간만에 도착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2,3코스를 타고온 회원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언양불고기(?)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내일 일기예보가 종일 비온다는 소식이 있어
어찌할까를 논의하다가 낼 아침5시 비가오면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비가않오면
산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체력좋으신 회원님 몇분은 음주와
카드놀이로 밤이 깊어가는 줄모릅니다.
아침일찍 그러니까4시경에 소변보려고 일어나 밖으로나가보니 하늘에 구름이
걷히면서 새벽별과 달이 초롱 초롱하게 비칩니다.
일기예보가 5시이후 비가온다한지라 방으로돌어와 잠시 잠을 청하려는데 급한
마음의 회원들이 내버려두지않고 일어나기를 보챕니다. 해서 각방별로 라면을
끓이고 찌개를 데워 아침을 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영남알프스의 반쪽 종주
산행마무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영축산에 오르는 길은 가끔씩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과 안개 구름속에서 아무런
조망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후미를 생각하면서 깃표를 달아놨지만
따라오는데는 무리가 있는듯하네요. 선두가 잠시 길을 잃고 헤메다가 영축산으로
오르는 너덜길을 발견합니다. 잠시를 오르니 길을 질러온 후미와 만나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에서는 오로지 표석비만보일뿐 아무것도 보이질않습니다. 잠시
사진찍고 간식을 나누다가 신불산으로 향합니다.
신불재에 이르는 등산로길에는 너른 평원과 억새풀밭은 보이질 않고 보이는건
희미한 등산로와 등산객들뿐입니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신불산에서 지체할
틈도없이 간월재로 향합니다. 신불산에서 내려서면서 안개와 구름이 걷히고 멀리
스위스 알프스에서나 본듯한 멋진 풍광이 나타납니다. 간월재에서 일행은 아침에
싸온 떡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그러기도 잠시 간월산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어느덧 간월산을 넘고 배내봉을 지나 배내고개에 도착합니다. 소요시간은 약6시
간 조금 넘었을까? 배내고개 팔각정자에서 동료들이 끓여준 맛있는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1박2일간의 영남 알프스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영남알프스 종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