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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지난 2년, 인류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에 약 540만명,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인류를 공격한 전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 감염병,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생긴 병이었습니다.
요한 록스트롬/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장: 코로나 19는 인수공통 감염병입니다. 야생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바이러스죠. 왜 팬데믹이 더 커지는지 규명할 증거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해설: 지구의 환경을 바꾸고 과다한 포획과 밀렵으로 여섯번째 대멸종을 몰고 온 인류~ 코로나 바이러스는 야생의 반격입니다.
요한: 멈추지 않고 더 악화할 위험도 있습니다. 점점 자멸해가는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해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이제껏 인류가 자연에게 저질렀던 폭력의 결과물입니다. 매회 수만종의 동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 우리는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희생자는 누가 될까요
마크 라이너스/환경 저널리스트: 저는 환경주의자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오랫동안 지구의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아주 오랜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마치 숙제를 미루는 아이들처럼 이 문제를 등한시 해왔죠. 일부 사람들은 숙제 안한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옳았을까요? 코로나 19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렇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 것일까요? 매우 주목할만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해설: (중국 윈난성) 중국 남서쪽에 위치한 윈난성, 코로나 19 이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산속 동굴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바로 이 박쥐들 때문이었죠. 조사결과 윈난성 박쥐의 배설물에선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박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숙주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인간이 박쥐를 직접 접촉하거나 박쥐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면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합니다.
K.P 아라빈단/병리학자: 박쥐로부터 발생한 바이러스입니다. 박쥐에서 다른 포유류로 전파됩니다. 사람을 포함해서요. 여러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박쥐의 면역체계는 질병을 생성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를 수용합니다. 박쥐들에게는 수백 가지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고 내일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해설: 윈난성의 박쥐는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게 된 걸까.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에서 주목할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로버트 베이어/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박사: 우리가 진행한 연구는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모든 기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 전과 지금의 서식지 분포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전 세계 박쥐 분포와 관련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박쥐의 100년 전 서식지와 현재 서식지를 비교했습니다.
해설: 더워진 지구는 박쥐의 서식지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남아시아 지역이 열대 관목지대에서 박쥐가 살기 좋은 열대 사바나 낙엽수림으로 변하면서 약40종의 박쥐가 유입됐습니다.
로버트: 기후변화로 인해 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긴 박쥐들은 수백가지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박쥐들 가운데 한 마리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로 전파되며 오늘 우리가 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됐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해설: 서식지를 옮긴 박쥐들은 야생동물과 접촉하며 변이를 만들어 냅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분포한 박쥐들이 약 삼천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사스와 사망률이 6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역시 박쥐를 통해 전염됐습니다.
로버트: 그 박쥐들 대부분은 다행히도 사람과 같은 다른 동물과 쉽게 마주칠 수 없는 동물이죠. 하지만 분명히 일부는 다른 동물 종과 접촉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해설: 박쥐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 중간 숙주로 유력한 동물이 있습니다. 멸종위기 동물 천산갑입니다(천산갑-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렵 당하는 포유류 중 하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열대 지역에 8종이 서식하나 전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됨). 개미를 주식으로 하는 천산갑은 나무 위나 땅 속에 굴을 파고 생활합니다. 딱딱한 비늘을 갑옷처럼 둘러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죠. 하지만 두툼한 갑옷도 아무 소용없는 천적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주민/태국: 숲에 있는 발자국을 보게 되면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한 10년 정도 뒤엔 천산갑이 멸종되거나 사라질 것입니다. 수렵꾼들처럼 중국으로 몰래 불법 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해설: 천산갑은 전 세계에서 밀매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스태미나 식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었고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수출하기 까지 하죠. 그렇게 아프리카에서만 연간 270만 마리의 천산갑이 밀렵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주민/아프리카: 평소 먹는 거예요. 거부감 없이 먹어요.
해설: 천산갑의 비밀은 약재로 유통됩니다. 특히 중국에서 수요가 많아 불법 밀거래 또한 많습니다. (인도 케랄라) 인간과 야생이 접촉한 결과는 참혹한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을 때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도를 덮쳤습니다.
와히다/인도 니파바이러스 사망자어머니: 9월 1일 그의 상태는 심각했고 혀와 침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죠. 아들의 숨은 가빴고 숨 쉴 때마다 기침 소리가 났어요. 의사가 인공호흡기 다는 걸 본 게 마지막이에요. 그 후 중환자실에 있었죠.
해설: 소년은 열두 살이었습니다(모하메드 하심/인도 니파바이러스 사망자). 고열에 시달리던 그는 일주일만에 사망했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간 바이러스는 니파,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과일 박쥐가 숙주였습니다.
K.P 아라빈단/병리학자: 케랄라의 경우 감염된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박쥐가 깨물어서 떨어진 과일을 먹고 감염됐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돼지로부터 감염됐습니다. 돼지가 박쥐로부터 전염됐고 사람들은 돼지로부터 감염된 겁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야자 수액을 마셔서 감염됐습니다. 박쥐의 침과 소변이 야자 수액을 오염시킨 겁니다. 그 이유로 발병했습니다.
해설: 나무에 매달려 열매와 꽃을 먹고 사는 과일 박쥐, 숲에 사는 과일 박쥐가 왜 사람들과 접촉해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 걸까.
프리짓 남비아/케랄라 수의대 수의학과 교수: 박쥐가 인간 마을에 오는 이유는 박쥐에게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이 숲 지역에 접근해서 농지로 바꾼다던가 산림벌채를 통해 나무를 자르면 박쥐의 자연 서식지가 사라집니다. 자연 서식지가 사라지면 박쥐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옵니다.
해설: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 중입니다. 아프리카의 지카 바이러스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각각 동남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아메리카까지 전파되었습니다.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은 모두 인수공통 감염병이었습니다 (Forecasting Zoonotic infectious Disease Response to Climate Change). 그 중 70%는 야생동물로부터 옮겨온 것이었죠. 감염병의 또 다른 매개체는 모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모기는 약 56종, 이중 특히 위험한 것은 흰줄숲 모기입니다. 여름철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흰줄숲 모기는 본래 서식지가 열대와 아열대 지방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점차 북상 중이죠. 전세계로 서식지를 넓혀가는 그들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러스입니다. 흰줄숲 모기가 전파하는 바이러스는 뎅기열, 황혈병, 지카 등 다수의 열대 바이러스, 지구인구 수십억명이 이들 모기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희일/질병관리청 매개체 분석과장: 재작년인 2019년에 인천공항이 있는 영등포 인근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뎅기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점점 기후가 온난화 되면서 흰줄숲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다 보면 남쪽 지방에 있는 온도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니까 위에서도 따뜻한 기온이 만들어지고 그러다 보면 흰줄숲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점차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설: 모기는 주로 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이동합니다. 화물이나 타이어 구멍에 난 알이 국경을 넘어 부화한 것이죠. 2015년과 16년엔 그렇게 아프리카의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와 미국 본토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수천명의 임산부들이 수두증에 걸린 아이들을 낳는 참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로버트: 연구자들은 동물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동물 종들의 지리적 분포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확인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동물들 가운데 분명 인류에게 해로운 병원체를 보유한 동물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후가 변하여 일부 동물들은 새로운 곳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 기타 병원체 역시 같이 이동하여 바이러스는 점점 더 진화하고 확산할 수 있었죠.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이런 진화과정이 매우 위험하며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언제라도 이어질 수 있음을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해설: 환경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씨는 오래 전부터 기후 변화가 몰고 올 문제들을 경고해 왔습니다.
마크: 2007년에 저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제 책은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예측했습니다. 많은 연구결과를 종합해 예측한 시나리오였죠.
해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1도가 오르면 지속된 가뭄으로 사막화가 심화됩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동식물은 멸종하기 시작하죠. 2도가 오르면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붕괴됩니다. 대홍수와 대가뭄이 일어나면 북극과 그린랜드의 빙하가 녹아 상당수 북극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해수면 또한 상승하게 돼죠. 3도가 오르면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닥치면서 식량생산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아마존 우림 지대가 붕괴되면서 지구 온난화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야생은 물론 사람도 가뭄과 기근으로 고통받습니다. 4도가 오르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칩니다. 남극빙하까지 붕괴되고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 층은 빠르게 녹아 없어지게 됩니다. 그의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독일엔 사상 최악의 홍수가 났습니다.
로베르크 후호/피해 주민: 바깥은 어두웠고 물이 가득 찼습니다. 자동차, 콘테이너, 나무 등 모든 것들이 집 벽을 쳤고 매우 큰 소음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마지막에 지하 차고에서 차를 꺼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냥 차가 아니라 지하차고라 사망사고가 일어났죠. 물이 아래 쪽으로 내려오면 차에서 절대 못나와요. 매우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해설: 독일 서부에서만 130여명이 사망한 기록적인 폭우였습니다. 같은 시기 러시아 남부 사람들은 가뭄으로 고통받았습니다(2021년 8월 러시아).
안톤/러시아 농민: (수박 밭에서) 여기 보시면 수박이 상했습니다. 이것도 보시면 되고요. 여기도 보시면 됩니다. 이미 다 상했습니다. 이건 뭐 이제 수박이 아닙니다.
해설: 가뭄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습니다.
안톤: 비가 안오고 습도가 거의 없습니다. 뜨겁기만 하고 다 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해설: 지구는 예측하게 어려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크: 제 시나리오가 이미 한 가지 틀린 것을 전 알고 있습니다. 지구는 제가 예측한 속도 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지구 온난화의 악몽으로 폭주하고 있었습니다. 지구는 가뭄, 홍수, 허리케인, 산불 등 온몸으로 그 위기를 표출하고 있죠. 특히 우리가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징후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설: 러시아 극동 지역에 위치한 야쿠티아, 한 겨울엔 기온이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가는 영구동토지대입니다. 올 여름 내내 이곳에선 산불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탈리/의용소방대원: 우리 야쿠티아는 가장 추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이렇게 불이 납니다. 땅이 뜨거워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영구동토층은 매년 녹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입니다. 올해는 특히 날씨가 건조합니다. 그래서 불이 나고 있습니다.
해설: 올 여름 시베리아는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를 걷어내자. 얼어붙은 땅이 보입니다.
비탈리: 땅을 한 20센티미터 파보니까 얼음이 있습니다. 보시면 이게 얼음입니다. 점점 녹고 있어서 이렇게 불이 발생합니다. 보시다시피 녹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모릅니다.
해설: 잦은 폭염과 건조한 공기는 얼음의 땅마저 녹이고 있습니다. 올해 시베리아에선 남한 면적의 두 배 가까운 숲이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지형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야쿠티아 남동쪽 1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바타가이카 싱크홀, 최대 깊이 100미터, 길이 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에렐 스트루츠코프/북동 연방대 연구보조원: 여름이 거의 끝날 때였습니다. 거의 사냥 계절이 끝날 때였어요. 숲을 돌아다니다가 총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이 시간에 사냥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까 총소리가 아닌 영구동토층 얼음이 녹는 소리였습니다. 50, 60 센티미터 위에서 얼음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쪽에서 왔기 때문에 처음 그런 상황을 보았을 때 놀라웠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서웠습니다.
해설: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약50년 전, 벌목을 한 자리에 영구동토층이 들어서며 녹기 시작했습니다.
비탈리: 햇빛 때문에 다 녹기 시작했습니다. 1962년에는 그냥 골짜기만 있었습니다. 1971년에 골짜기가 커지고 이렇게 녹기 시작했습니다.
해설: 한번 해빙된 땅은 겉잡을 수 없이 녹아 내렸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변화가 가장 심했습니다. 구멍이 무려 세배 가까이 넓어졌죠. 우주에서도 그 변화가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영구동토층의 변화에 주목해 왔습니다. 얼어 붙은 땅에서 시료를 모으는 이들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지질학자들입니다. 이들은 1999년부터 북극의 연구동토층을 직접 탐사하며 변화를 연구해 왔습니다.
귀도 그로세/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교수/영구동토층 연구팀장: 지난 10년의 연구기간 동안 우리는 영구동토층 온도가 평균 섭씨 0.3도 정도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설: 지하 25미터 지점 곳곳에 온도를 10년간 측정한 결과, 영구동토층의 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귀도: 변화의 속도는 명백히 아주 빠릅니다. 오늘날 영구동토층이 따뜻해지고 있는 속도는 지난 수천년 동안 세상이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입니다.
해설: 더워진 지구는 수만년 동안 얼어붙어있던 북극의 영구동토층을 녹이고 있습니다. 위성영상을 통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해빙된 영구동토층에선 녹아버린 지질층만 드러나는게 아닙니다. 얼어붙은 땅에 잠들어 있던 오래된 생물이 귀환합니다. 야쿠티아에 위치한 영구동토층 연구소~
스베틀라나 칼리니체바/러시아 영구동토층 연구소 박사: 야쿠티아 96퍼센트 지역이 영구동토층입니다. 영구동토층은 땅밑 350미터까지 가기도 합니다.
해설: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영구동토층을 뚫어서 만든 지하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영구동토층에서 나온 유골이 있습니다.
스베틀라나: (긴 다리 뼈를 붙들고) 이건 매머드 뼈입니다. 다리뼈입니다. 연구원이 비코프스키 반도 야쿠티아 북쪽에서 발견했어요.
해설: 영구동토층에선 수만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고대 생물체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마크: 2020년 8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빙하기에 멸종된 새끼털 코뿔소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땅 속에 냉동돼 있던 고대생물이죠. 5만년이 지났지만 털가죽, 이빨을 포함한 신체조직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러시아, 캐나다, 티벳 등 북극권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얼음 속에 묻혀 있던 고대 생명체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습니다. 과연 경이로운 귀환이었을까요? 뜨거워진 지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습니다.
해설: 러시아 극동 연방대, 최근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가브릴 노브고로드/북동연방대 연구원: 여기 상자에 수말이 있습니다. 2018년 부터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유일한 발견을 처음 보는 사람들입니다. 장기가 안전하게 보존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위치에서 발견되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런 수말이나 매머드들은 얼음 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잘 보존 되었습니다(냉동된 말 사체).
해설: 이들은 러시아 국립 바이러스 센터와 함께 고대 생명체의 사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브릴: 바이러스가 있는지 아닌지를 연구하는 거죠. 올해부터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것을 가지고 합니다. 병원성 바이러스가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설: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센터에서는 수년 전부터 고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장마리 알렘픽/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만약에 이 샘플과 접촉하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액체에 섞이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그 샘플을 가져와서 우리가 선호하는 아메바의 한 종류인 가시 아메바에 넣습니다. 바이러스가 아메바를 이용해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후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저희는 세포가 죽어가는 것과 바이러스가 늘어나는 것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감염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때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해설: 장미셸 크레베르 교수팀은 2014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된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그 이름은 피토, (피토 바이러스 시베리쿰) 평균 길이 0.5 마이크로 미터로 일반적인 인플레인자 바이러스의 70배가 넘는 대형 바이러스였습니다. 일년후 같은 샘플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분리됐습니다(몰리 바이러스 시베리쿰), 유전자 500개를 가진 자이언트 바이러스였습니다. 해빙되는 영구동토층에서는 계속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크레베리 교수는 이들 고대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 미셜 클라베리/엑스-마르세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균 유전체학을 통해 영구동토층에 많은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숙주는 모르지만 아마 그 다양한 바이러스 중 동물이나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설: 2016년 8월 시베리아 야말 반도에서 바로 그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전염병이 돌아 방목하던 순록, 2300 마리가 폐사하고 유목민 23명이 감염됐습니다. 12살난 소년은 사망하고 말았죠. 조사결과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주범은 탄저균, 오래 전 탄저균에 감염되어 죽은 순록이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 녹으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장 미셸: 2016년 발생한 감염병은 75년 전 발병한 아주 오래된 전염병이었지만 토양이 녹으면서 탄저균의 포자를 내보냈죠. 그리고 오늘날의 순록이 그 오래된 박테리아에 감염된 거죠.
해설: 당시 이 지역은 이상 기온으로 한낮 기온이 36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탄저균은 물과 흙으로 흘러 들었고 근처에서 풀을 먹던 순록이 감염되면서 인명피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장 미셸: 매우 위험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있습니다. 일부의 그 바이러스가 인간, 식물 또는 동물에게 전염성이 없다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크: 2011년에서 2020년 사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09도 상승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아주 가파르게 상승했죠.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예측하기로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유지된다면 2040년 전에 온도가 1.5도를 넘겨서 상승하게 됩니다.
해설: IPCC는 기후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국제협의체입니다. 3000명의 다국적 과학자들이 5년에 한번씩 지구환경에 대한 보고서를 내죠. 올해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지난 2천연간 1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마크: 온도계예요. 온도를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집은 조금 더 시원해서 18도 정도네요. 만약 이 온도가 1.5도 위 아래로 변한다면 거의 체감 못하겠죠. 그리 덥지 않을 거예요. 그럼 왜 행성 규모에서는 1.5도가 중요할까요? 홀로세 초기부터인 지난 만년간 지구 전체 규모로 온도가 1도 미만으로 변했다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작은 범위에서 온도 변화가 일어나면 못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성 규모로는 온도의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백년 안에 그 규모의 잠재적인 증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기후위기가 위협적이라는 거죠.
해설: 지구의 기온은 지난 100년간 유례없이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를 본격 사용하면서부터 였죠.
마크: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서 1.5도 상승은 매우 위험하다 했습니다. 바로 티핑 포인트입니다. 온도가 그 이상으로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요?
해설: 티핑 포인트를 벗어난 지구를 열과 수증기 탄소의 수난에 제동이 걸리며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불러오고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녹아 내린 빙하로 해안 도시가 침수돼 수억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얼어붙어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나 인간을 공격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합니다. 핵무기가 동원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위험의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난개발, 화석연료 사용, 남획과 밀렵 등 자연파괴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6도씨가 상승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만들어진 열카르스트 지역 이곳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다량의 메탄입니다.
귀도: 그렇게 생산된 메탄은 산소가 거의 없는 영구동토층의 지표면에서 박테리아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보다도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하는 성분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2배 가량 빠르게 지구 온난화를 진행시키고 대기의 안정을 크게 저해하는 성분입니다.
해설: 메탄이 더 많은 메탄 배출을 부르는 악순환 끝에 지구 곳곳엔 폭발성 구름이 형성되고 거대한 폭발로 이어 집니다. 지구 곳곳에 생물들이 절멸합니다. 그들이 사라진 지구엔 인류가 설자리 또한 없습니다. 지구엔 결국 모든 동식물이 멸종하고 맙니다. 여섯번째 대멸종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여섯번째 대멸종을 예견해 왔습니다.
요한: 우리는 이미 여섯번째 대멸종 과정에 진입했고 그 근거는 지구에 대멸종이 발생했던 과거의 지질 시대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생한 다섯번째 대멸종은 6천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하며 화산 폭발과 혹독한 겨울로 공룡이 대절멸한 사건입니다. 그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던 모든 종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대멸종에 진입했으며 그 책임은 우리 인류에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도 많은 상황입니다. 우리의 무분별한 천연자원 개발과 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생물학적 체계는 물론 수자원과 동식물,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은 그것과 같은 규모와 속도를 지낸 대멸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해설: 스위스 북동부의 알프스 산맥, 해발 2700 미터의 피졸산 정상이 검은 옷을 입은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오늘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릅니다. 기후위기로 사라진 피졸빙하의 장례식입니다.
참가자: 14년전에 빙하측정을 했을 때 이미 작긴 했지만 온전하기라도 했죠. 그러다 엄청나게 녹았는데 그래도 한 덩어리였어요. 2008년 여름 열파가 강력했을 때 두 동강 나더니 조각이 돼버렸어요.
진행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고, 이는 자격이 없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해설: 추모객들은 말라버린 땅에 꽃을 놓고 인간이 기후위기에 이제라도 대처할 수 있길 기원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인류의 장례식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마크: 2007년 쓴 책 ‘6도의 멸종’에서 서문에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아내 마리아, 아들 톰 그리고 딸 로사에게 여기 적힌 예측한 것 대부분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제 바람과 달리 지구 온난화는 예상을 훨씬 넘어선 속도로 인류와 제 가족의 미래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공룡 멸종 외에 지질연대에 발생한 모든 대멸종은 기후변화에 의해 벌어졌습니다. 지금 여기서 환경파괴를 멈추고 기온 상승의 티핑 포인트 1.5도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는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지 모릅니다.
흰올빼미 멸종취약(VH) 재규어 멸종위협(NT) 갈라파고스 펭귄 멸종위기(EN) 침팬지 심각한 멸종위기 (CR) 인류멸종위기종, 끝. (EBS 다큐프라임 1410회 여섯번째 대멸종 5부 멸종위기종 인류에서 정리).
① 지난 2년 (2020년과 2021년),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 무릎 꿇었다. 사망자가 전세계 약540만명,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00년간 인류를 공격한 전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 감염병,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생긴 병이었다. 코로나 19도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야생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바이러스다. 왜 팬데믹이 더 커지는지 규명할 증거가 계속 쌓이고 있다. 지구의 환경을 바꾸고 과다한 포획과 밀렵으로 여섯번째 대멸종을 몰고 온 인류~ 코로나 바이러스는 야생의 반격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이제껏 인류가 자연에게 저질렀던 폭력의 결과물이다. 매회 수만종의 동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 마지막 희생자는 누가 될까.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아주 오랜 문제였다. 우리는 마치 숙제를 미루는 아이들처럼 이 문제를 등한시 해왔다. 일부 사람들은 숙제 안한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그들이 옳았을까요. 코로나 19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렇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 것일까. 매우 주목할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② 중국 남서쪽에 위치한 윈난성, 코로나 19 이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산속 동굴에서 집단생활을 하는박쥐들 때문이었다. 조사결과 윈난성 박쥐의 배설물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박쥐는 숙주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인간이 박쥐를 직접 접촉하거나 박쥐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면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박쥐로부터 발생한 바이러스다. 박쥐에서 다른 포유류로 전파된다. 사람도 여러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 있다. 박쥐의 면역체계는 질병을 생성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를 수용한다. 박쥐들에게 수백 가지 바이러스가 살고 있고 내일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발현될 수도 있다.
윈난성 박쥐는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게된 걸까.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모든 기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 전과 지금의 서식지 분포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파악하였다. 전세계 박쥐 분포와 관련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박쥐의 100년 전 서식지와 현재 서식지를 비교했다. 더워진 지구는 박쥐의 서식지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00년간 기후변화로 박쥐가 남아시아 열대 관목지대에서 사바나 낙엽수림으로 약40종이 유입됐다. 서식지를 옮긴 박쥐들은 수백가지 코로나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유하였다. 그 박쥐들 가운데 한 마리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로 전파되며 오늘 우리가 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됐을 가능성이다. 서식지를 옮긴 박쥐들은 야생동물과 접촉하며 변이를 만들어 낸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분포한 박쥐들이 약 삼천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사스와 사망률이 6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역시 박쥐를 통해 전염됐다. 그 박쥐들 대부분은 사람과 쉽게 마주칠 수 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부는 다른 동물 종과 접촉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③ 박쥐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 중간 숙주로 천산갑이 있다. 멸종위기 동물이다. 개미를 주식으로 하는 천산갑은 나무 위나 땅 속에 굴을 파고 생활한다. 딱딱한 비늘을 갑옷처럼 둘러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두툼한 갑옷도 아무 소용없는 천적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수렵꾼들이 중국으로 몰래 불법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천산갑은 전 세계에서 밀매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태미나 식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었다.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수출한다. 아프리카에서만 연간 270만 마리의 천산갑이 밀렵되고 있다. 비밀리 약재로 유통된다. 특히 중국에서 수요가 많아 불법 밀거래가 많다. 지난 9월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을 때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도를 덮쳤다. 열두 살 소년이었다. 고열에 시달리던 그는 일주일만에 사망했다. 역학조사 결과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바이러스는 니파,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과일 박쥐가 숙주였다. 나무에 매달려 열매와 꽃을 먹고 사는 과일 박쥐, 숲에 사는 과일 박쥐가 왜 사람들과 접촉해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 걸까. 박쥐는 인간 마을에 오지 않았다.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숲 지역에 농지를 일구거나 산림벌채를 하면 박쥐의 자연 서식지가 사라진다. 갈 데가 없는 박쥐는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온다.
④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은 모두 인수공통 감염병이었다. 그 중 70%는 야생동물로부터 옮겨왔다. 감염병의 또 다른 매개체는 모기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모기는 약 56종, 이중 특히 위험한 것은 흰줄숲 모기다. 여름철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흰줄숲 모기는 본래 서식지가 열대와 아열대 지방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점차 북상 중이다. 전세계로 서식지를 넓혀가는 그들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있다. 바이러스다. 흰줄숲 모기가 전파하는 바이러스는 뎅기열, 황혈병, 지카 등 다수의 열대 바이러스, 지구인구 수십억명이 이들 모기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인천공항이 있는 영등포 인근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뎅기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하였다. 기후가 온난화 되면서 흰줄숲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다 보면 남쪽 지방에 있는 온도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니까 위에서도 따뜻한 기온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쪽에서도 흰줄숲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흰줄숲 모기는 주로 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이동한다. 화물이나 타이어 구멍에 난 알이 국경을 넘어 부화한다. 2015년과 16년엔 그렇게 아프리카의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와 미국 본토까지 퍼져 나갔다. 수천명의 임산부들이 수두증에 걸린 아이들을 낳는 참사가 이루어졌다.
⑤ 연구자들은 오래 전부터 동물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동물 종들의 지리적 분포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런 동물들 중에는 인류에게 해로운 병원체를 가진 동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후가 변하여 일부 동물들은 새로운 곳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 기타 병원체 역시 같이 이동하여 바이러스는 점점 더 진화하고 확산하였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이런 진화과정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환경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씨는 오래 전부터 기후 변화가 몰고 올 문제들을 경고해 왔다. 2007년에 그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예측했다. 많은 연구결과를 종합해 예측한 시나리오였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 평균기온 1도가 오르면 지속된 가뭄으로 사막화가 심화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동식물은 멸종하기 시작한다. 2도가 오르면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붕괴된다. 대홍수와 대가뭄이 일어나고 북극과 그린랜드의 빙하가 녹아 상당수 북극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해수면 이 상승한다. 3도가 오르면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닥치면서 식량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 아마존 우림 지대가 붕괴되면서 지구 온난화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야생은 물론 사람도 가뭄과 기근으로 고통받는다. 4도가 오르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친다. 남극빙하까지 붕괴되고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 층은 빠르게 녹아 없어지게 된다. 그의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2021년 8월, 독일엔 사상 최악의 홍수가 났다. 독일 서부에서만 130여명이 사망한 기록적인 폭우였다. 같은 시기 러시아 남부 사람들도 가뭄으로 고통받았다.
⑥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멸종’ 이라는 책에서, 지구는 예측한 속도 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지구 온난화의 악몽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지구는 가뭄, 홍수, 허리케인, 산불 등 온몸으로 그 위기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징후가 한 가지 더 있다.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 사라지고 있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 위치한 야쿠티아, 한 겨울엔 기온이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가는 지대다. 올 여름 이곳에선 내내 산불이 발생하였다. 야쿠티아는 가장 추운 곳이다. 그런데 매년 이렇게 불이 난다. 땅이 뜨거워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영구동토층은 매년 녹고 있다. 올해는 특히 날씨가 건조하였다. 불이 났다. 올 여름 시베리아는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았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를 걷어내자 얼어붙은 땅이 보였다. 땅을 한 20센티미터 파보니까 얼음이 있다. 점점 녹고 있어서 이렇게 불이 발생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잦은 폭염과 건조한 공기는 얼음의 땅마저 녹이고 있다. 올해 시베리아에선 남한 면적의 두 배 가까운 숲이 불에 타 없어졌다.
⑦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지형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야쿠티아 남동쪽 1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바타가이카 싱크홀은 최대 깊이 100미터, 길이 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얼음 녹는 소리가 총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약50년 전, 벌목을 한 자리에서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햇빛 때문에 다 녹기 시작했다. 1962년에는 그냥 골짜기만 있었다. 1971년에 골짜기가 커지고 이렇게 녹기 시작했다. 한번 해빙된 땅은 겉잡을 수 없이 녹아 내렸다. 최근 20년 동안 변화가 가장 심했다. 구멍이 무려 세배 가까이 넓어졌다. 우주에서도 그 변화가 보인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영구동토층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⑧ 1999년부터 독일연구소 지질학자들이 영구동토층에서 시료를 모으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북극의 연구동토층을 직접 탐사하며 변화를 연구해 왔다. 지난 10년의 연구기간 동안 영구동토층 온도가 평균 섭씨 0.3도 정도 올랐다. 지하 25미터 지점 곳곳에 온도를 10년간 측정한 결과, 영구동토층의 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걸 확인하였다. 변화의 속도는 아주 빠르다. 오늘날 영구동토층이 따뜻해지고 있는 속도는 지난 수천년 동안 세상이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다. 더워진 지구는 수만년 동안 얼어붙어있던 북극의 영구동토층을 녹이고 있다. 위성영상을 통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크게 줄어들었다. 해빙된 영구동토층에선 녹아버린 지질층만 드러나는게 아니다. 얼어붙은 땅에 잠들어 있던 오래된 생물이 귀환한다. 야쿠티아는 96퍼센트 지역이 영구동토층이다. 영구동토층은 땅밑 350미터까지 가기도 한다.
⑨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영구동토층을 뚫어서 지하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유골이 있다. 매머드 긴 다리 뼈(비코프스키 반도 야쿠티아 북쪽에서 발견), 수만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고대 생물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2020년 8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빙하기에 멸종된 새끼털 코뿔소 사체가 발견됐다.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땅 속에 냉동돼 있던 고대생물이다. 5만년이 지났지만 털가죽, 이빨을 포함한 신체조직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러시아, 캐나다, 티벳 등 북극권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얼음 속에 묻혀 있던 고대 생명체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가. 뜨거워진 지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상자에 수말이 있다. 수말의 장기가 안전하게 보존된 것은 얼음 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냉동된 말 사체).
⑩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센터에서도 수년 전부터 고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장미셸 크레베르 교수팀은 2014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 이름은 피토, (피토 바이러스 시베리쿰) 평균 길이 0.5 마이크로 미터로 일반적인 인플레인자 바이러스의 70배가 넘는 대형 바이러스였다. 일년후 같은 샘플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분리됐다(몰리 바이러스 시베리쿰), 유전자 500개를 가진 자이언트 바이러스였다. 해빙되는 영구동토층에서는 계속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균 유전체학을 통해 영구동토층에 많은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숙주는 모르지만 아마 그 다양한 바이러스 중 동물이나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2016년 8월 시베리아 야말 반도에서 바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 전염병이 돌아 방목하던 순록, 2300 마리가 폐사하고 유목민 23명이 감염됐다. 12살난 소년은 사망하고 말았다. 조사결과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주범은 탄저균, 오래 전 탄저균에 감염되어 죽은 순록이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 녹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6년 발생한 감염병은 75년 전 발병한 아주 오래된 전염병이었지만 토양이 녹으면서 탄저균의 포자를 내보냈다. 그리고 오늘날의 순록이 그 오래된 박테리아에 감염된 거다. 당시 이 지역은 이상 기온으로 한낮 기온이 36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탄저균은 물과 흙으로 흘러 들었고 근처에서 풀을 먹던 순록이 감염되면서 인명피해까지 이어졌다. 매우 위험하다. 일부의 그 바이러스가 인간, 식물 또는 동물에게 전염성이 없다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⑪ 2011년에서 2020년 사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09도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아주 가파르게 상승했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예측하기로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유지된다면 2040년 전에 온도가 1.5도를 넘겨서 상승하게 된다. IPCC는 3000명의 다국적 과학자들이 5년에 한번씩 지구환경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 올해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지난 2천년간 1도 가까이 올랐다. 보통 집은 18도면 시원하다. 이 온도가 1.5도 위 아래로 변한다면 거의 체감 못한다. 덥지 않다. 그런데 행성에서는 1.5도가 왜 중요할까. 홀로세 초기부터인 지난 만년간 지구 전체 규모로 온도가 1도 미만으로 변했다. 작은 범위에서 온도 변화가 일어나면 못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성 규모로는 작은 온도의 변화가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이라는 거다. 지구의 기온은 지난 100년간 유례없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부터 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서 1.5도 상승은 매우 위험하다 했다. 바로 티핑 포인트다. 온도가 그 이상으로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티핑 포인트를 벗어난 지구를 열과 수증기 탄소의 수난에 제동이 걸리며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불러오고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녹아 내린 빙하로 해안 도시가 침수돼 수억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얼어붙어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나 인간을 공격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 핵무기가 동원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위험의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난개발, 화석연료 사용, 남획과 밀렵 등 자연파괴를 멈추지 않고 있다.
⑫ 6도씨가 상승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만들어진 열카르스트 지역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 있다. 다량의 메탄이다. 산소가 거의 없는 메탄 가스는 영구동토층의 지표면에서 박테리아를 많이 만들어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보다도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하는 성분이다. 같은 조건에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2배 가량 빠르게 지구 온난화를 진행시키고 대기의 안정을 크게 저해하는 성분이다. 메탄이 더 많은 메탄 배출을 부르는 악순환 끝에 지구 곳곳엔 폭발성 구름이 형성되고 거대한 폭발로 이어진다. 지구 곳곳에 생물들이 절멸한다. 그들이 사라진 지구엔 인류가 설자리 또한 없다. 지구엔 결국 모든 동식물이 멸종하고 만다. 여섯번째 대멸종이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여섯번째 대멸종을 예견해 왔다. 우리는 이미 여섯번째 대멸종 과정에 진입했다. 다섯번째 대멸종은 6천만년 전에 소행성이 충돌하여 화산 폭발과 혹독한 겨울로 공룡이 대절멸한 사건이다. 그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던 모든 종이 전부 사라졌다. 우리는 새로운 대멸종에 진입해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천연자원 개발과 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생물학적 체계는 물론 수자원과 동식물,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크는 2007년 쓴 책 ‘6도의 멸종’에서 서문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아내 마리아, 아들 톰 그리고 딸 로사에게 여기 적힌 예측한 것 대부분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제 바람과 달리 지구 온난화는 예상을 훨씬 넘어선 속도로 인류와 제 가족의 미래에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모든 대멸종은 기후변화에 의해 벌어졌다. 지금 여기서 환경파괴를 멈추고 기온 상승의 티핑 포인트 1.5도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는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끝.